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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뮤지엄_National Portrait Gallery국립초상화 미술관

속에서 놀기/미술관에서 놀기

by sundayeunah 2008. 10. 8.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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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6일째.
National Portrait Gallery



내가 사랑한 그림들...


줄리안 오피Julian Opie (1958 ~ )

내가 초상화 미술관에서 본 그의 작품은 자화상이었다.
Julian with T-shirt by Julian Opie (b. 1958)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숨을 쉬고, 눈을 깜박이는 움직이는 그림. LCD 스크린에 정말 움직이는 미디어 아트였다.

갤러리 홈페이지에서 그 그림을 찾을 수 없어 다른 이미지를 올린다.






Graham Coxon
by Julian Opie
C-type colour print on paper laid on panel, 2000
LCD 스크린이 아닌 것 보면 이건 움직이는 그림이 아니다. 아쉽다. 하지만 그림의 톤은 이렇다. 간결하고, 만화같은... 명료해서 좋다.

내가 본 그의 자화상은 이 그림체가 눈을 깜박이고, 숨을 쉬고 있는 것이었다.  




어머, 내가 런던에서 2008년 7월에 봤던 그 작품이 2008년 9월에 한국에 왔다. (아마 이건 미디어아트이므로 소트트웨어만 보내면 되는, 모나리자가 움직이는 것보다는 덜 부담스러웠을수도 있다)

암튼, 2008 서울 국제아트페어에 출품된 이 작품을 누군가가 찍어서 이렇게 동영상으로 올렸다. 바로 이거였다. 왼쪽,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있는 그. Julian with T-shirt by Julian Opie.









Opie의 그림이 우리나라에 하나 걸려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바로 현대카드캐피탈 사옥 로비다. 제목이, 아마 walking 뭐였는데...

전 세계 곳곳에 걸어가는 이 사람이 있다.


여긴 더블린...





여긴 인디애나폴리스...







여긴 뉴욕...






그가 우리나라 현대카드캐피탈 여의도 사옥에도 있는데, 너무해! 왜 그 직원들은 그걸 찍어서 올리지 않는 걸까. 아쉽다.




다시 내가 초상화 갤러리에서 본 내가 사랑하는 작품들...


Marc Quinn (1964 ~ 아직 살아있다)
Sir John Edward Sulstonsample of sitter's DNA in agar jelly mounted in stainless steel, 2001

자, 이건 초상화 미술관에 걸려 있는 초상화다. 처음엔 도대체 이게 뭔가 싶었다.






작가는 Genome 프로젝트의 연구자인 Sir Sulston의 초상을 어떻게 그릴까, 고민했을 거다. 그리고 그 일생을 가장 잘 표현하는 방법으로 연구자가 한평생 몸 바친 연구 내용으로 초상화를 그렸다. 게놈 프로젝트 연구자의 초상화는 DNA 구조다.




Queen Elizabeth I의 초상화1600 (circa 1559?)





영국의 번영을 성취했던 엘리자베스 1세는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그녀의 아버지는 5번 이혼하고 6명의 아내를 가졌던 왕이었으며,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 아버지의 첫 번째 부인을 이혼시킨 두 번째 부인이자, 결국은 처형당한 유명한 Anne Boleyn앤 블린이다.

그들의 스토리는 너무 드라마틱해서 여러 번 드라마화되고 영화화되었다. 미국 쇼타임에서 제작한 ‘튜더스-천년의 스캔들(원제: The Tudors)를 비롯해, 우리나라에서 2008년 개봉한, 나탈리 포트먼과 스칼렛 요한슨이 주연을 맡은 The Other Boleyn Girl이 유명하다. 

헨리 8세와 그의 6명의 아내 관련 글은 여기.

아버지인 헨리 8세가 죽은 뒤, 아버지의 유일한 아들이었던 이복동생 Edward VI가 왕위에 올랐다. 하지만 에드워드 6세가 15살의 나이에 죽은 뒤, 이복 누이인 Mary메리나 이 초상화의 주인공인 엘리자베스가 아닌, 그들의 사촌인 Jane제인이 왕위에 올랐다.

여기엔 종교적인 이유가 있었을 거라는데, 왕위 계승법으로 볼 때는 제인보다는 메리와 엘리자베스의 계승 순위가 더 높았지만, 메리는 열렬한 로마 가톨릭교도이며, 엘리자베스는 당시 어머니와 관련된 스캔들의 기억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에드워드가 스스로의 의지로 제인을 선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제인은 에드워드와 같은 가정교사로부터 학문을 배운 데다가 열렬한 성공회 신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인의 천하는 9일만에 끝났다. 첫번째 왕위 계승자이자, 헨리 8세의 첫번째 부인의 딸이었던 Mary메리에 의해, 그녀는 9일만에 런던탑에서 처형되었다. 그녀는 10대에 죽었다.

런던 The National Gallery에 갔었을 때, 눈에 들어오던 그림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이 제인의 처형에 대한 그림이었다. 그때는 사연을 알지도 못하고 그냥 아무것도 모른채 더듬더듬 자신의 죽을 자리로 안내되는 듯하던 하얀 피부의 소녀에 대해 나도 모르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었는데 초상화 미술관에서 보니 그 제인에게 이런 사연이 있던 거였다. 



DELAROCHE, Paul (1797-1856), The Execution of Lady Jane Grey, 1833, The National Gallery, London







이렇게 제인이 9일 천하를 끝으로 처형당한 뒤, 메리가 왕위에 올랐지만 그녀도 병으로 재위기간을 5년을 넘기지 못했다. 열렬한 로마 카톨릭 신자로 개신교와 성공회를 탄압해 피의 메리(Bloody Mary)라는 별명을 얻은, 바람이 나서 자신의 어머니를 가차없이 버려버린 아버지에 대한 원망에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을 메리. 메리의 스토리는 여길 클릭.

자신의 어머니를 이혼시킨 여자의 딸인 엘리자베스를 미워했지만 자식이 없었기 때문에 죽음을 앞두고는 마지못해 엘리자베스를 다음 왕으로 지목했다. 

그리고 엘리자베스 1세는 이렇게 25살의 나이에 어렵게 왕이 되었다. 그녀의 불행했던 어린 시절에 대한 글은 여길 클릭. 어려운 상황에서도 항상 활기차고 좌절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는 그렇게 해서 44년간 잉글랜드와 아일랜드를 다스렸다.

나는 이들의 스토리를 좋아한다. 헨리 8세, 앤 블린, 캐더린, 메리 그리고 엘리자베스, 에드워드와 제인까지. 사랑이라는 이름의 자기 학대, 그 결과 세대를 거쳐 이어지는 증오, 그리고 좌절과 견딤... 정말 드라마틱한 인생들이다. 

초상화 미술관에서 이런 개개인의 인생들을  하나하나 읽어내려가면서 또 런던과 런던에서 이런 것들을 시시때때로 볼 수 있는 런던 사람들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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