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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뮤지엄_National Gallery내셔널 갤러리

속에서 놀기/미술관에서 놀기

by sundayeunah 2008. 9. 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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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3일째.
하루종일 National Gallery에서 시간을 보내다.

인상적이었던 그림들...

Paul Gauguin, <The Guitar Player>, around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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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타치기에 몰두한 스페인 사람은 고갱의 친구인 Francisco Durrio라는 파리의 기타리스트이다. 고갱은 이 그림을 타히티에서 그렸다. 친구가 보고 싶었을 거다. 먼 이국땅에서 그리운 마음에 이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나도 이것을 보면서 내 친구들이 그리워졌다. 이 그림을 그렸을 당시의 고갱의 마음을 알 것만 같았다. 






Edouard Manet, <The Execution of Maximilian>, about 1867-8
마네 사후에 그림이 잘려 뿔뿔이 흩어졌다가 드가가 다시 수집했다고 한다.
총살 직전의 불쌍한 이 막시밀리안은 오스티리아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의 동생으로, 멕시코를 점령한 나폴레옹 3세와 보수파의 추대로 멕시코 황제에 올랐다. 그러나 프랑스 군이 멕시코를 철수하자, 이 황제는 멕시코 군에 의해 총살되었다. 

이 그림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죽음 직전 그의 왼손을 잡고 있는 어떤 이의 손 때문이었다. 그림이 잘려 보이진 않지만, 양복을 입은 누군가가 처형 직전의 막시밀리안의 손을 꼭 잡고 있다. 그래서인지, 막시밀리안의 표정은 처형 직전의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밝아 보이기까지 하다. 잡은 손은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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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nt Van Gogh, <A Wheatfild, with Cypresses>, 1889
해바라기보다 인기가 많아 사람들이 버글거렸던 그림.

고흐의 그림을 직접 봐야 하는 이유는 그의 그림을 보면 안다. 흰색은 정말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선명한 흰색이며, 이집트 오벨리스크 문양은 더욱 구불구불하고 더욱 역동적이다. 이렇게 컴퓨터로 보는 것보다 훨씬 선명하고 역동적이다.







Vincent Van Gogh, <Sunflower>, 1888
내셔널갤러리 홈페이지에서 이렇게 사진을 저장해 여기 올리고 보니, 참 해도 해도 너무한다.

그러니깐 이 그림 만큼, 이렇게 사진으로 보는 것과 직접 볼 때의 느낌이 다른 그림을 찾기도 어려울 것 같다. 

여기 바탕의 흰색 비슷한 노란색은, 황홀하게 눈부신, 흰색 같은, 정말 부시고 부시고 부신 노란색이다. 
그리고 해바라기의 노란색은 물러터지고 짓무르고, 이미 절정을 넘겨 죽어가고 있는 너무나 꺼무죽죽한 노란색이다. 

이게 실망스러웠다. 난 아마 활짝 피우고 있는 소녀 같은, 절정을 향해 나아가는 희망의 해바라기로 생각했었나 보다. 그러나 실제로 그 색깔을 보니, 죽음이 가까운 해바라기다. 그래서 고흐는 그것을 그렸나보다.  








Vincent Van Gogh, <Chair>, 1888
고흐란 화가가 인기가 있는 이유는, 그저 강렬한 색깔을 구불구불하게 써서 사람들에게 자극적으로 어필하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 이 그림을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평온한 색깔, 평온한 마루, 그리고 평온한 의자.

집에 걸어두고 싶은, 절대로 질리지 않을 그림이다.







Rembrandt, <Self portrait at the Age of 63
>, 1669, 그가 죽던 해
슬픈 자화상.
그가 죽던 해... 주름진... 슬픈... 그리고 남루해진 비싼 옷. 
젊은 시절 화가로 명성을 날리며 꽤 많은 돈을 벌었지만, 그의 말년은 가난했다고 한다. 








Eeckhout, <Group Portrait: Four Officers of the Amsterdam Coopers' and Wine-rackers' Guild>, 1657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작가 이름도 생소한 17세기 네덜란드 이 그림이 인상적이었던 까닭은...이 즈음에서 내가 아주 피곤해졌기 때문이다. 

그 누가! 17세기 네덜란드 그림에 큰 관심이나 있겠는가 말인가. 그래서 이 그림이 걸려있던 홀은 그야말로 텅텅 비었다. 나는 의자에 철푸덕 앉아서 에어컨 바람을 신나게 쏘이며 물을 한모금 마시고 멍하니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 그림을 멍하니 보고 있었는데, 문득 웃긴 거다.
짱달막해 가지고는, 머리는 큰 가분수에, 저저 순진무구한 표정 하고는... 호빗족 같았다. 게다가 왼쪽에서 두 번째 사람, 안성기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자, 그저 그게 웃겼다. 
 
이 그림을 보면서 히죽히죽 웃고 있노라니, 나와 함께 유일하게 그 홀을 지키고 있던 갤러리 아저씨 - 의자에 앉아 있는 직원 말이다- 가 나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그러거나, 말거나, ㅎㅎㅎ
어쩜 강아지까지도 표정이 저리 웃긴지...보면 볼수록 재밌다.







Leonardo da Vinci, <The Virgin of the Rocks>, about 1491-1508
미국에서 그 많은 미술관을 다닐 때, 왜 나는 다빈치 그림을 못 봤던 걸까. 보고도 기억을 못할 리가 없는 게, 다빈치 그림은 보면 역시 다르다. 탄성이 절로 나오고 천재란 소리가 이유가 있다. 차원이 다르다.

성스럽고 성스럽게 만드는 그 부드러운 선들. 나는 내 노트에 "너무 놀라운 그림"이라고 썼다. 
 
그리고 여기서는 단 한 개의 다빈치 그림을 보았지만, 약 보름 뒤에 가게 될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이 너무나 기대되는 것이었다. 왠지 거기서는 다빈치 그림을 신나게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나중에 알고보니 그건 나의 착각. (내가 본 우피치)

너무나 다양한 능력 때문에 그림에 집중할 수 없었던, 그래서 후원자들의 애간장을 녹였던 다빈치 선생 답게, 선생은 이 그림을 무려 17년에 걸쳐 그렸다. 그래도 그게 어딘가. 완성을 하셨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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