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20일, 오후 1시 30분
여기는 바르셀로나 공항.
파리행 오후 2시 비행기를 기다리던 나는,
바로 옆에 있는 런던행 출구를 보며 얼마나 저기를 들어가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던가.
가방을 미리 짐칸에 부치지만 않았어도 아마 난 저기를 뚜벅뚜벅 들어갔을 것이다.
(심지어, 난, 내가 실수로 파리로 잘못 부쳤다고 떼를 써 볼까 하는 마음까지도 있었었다)
아직도 여전히, 저 사진을 보면서 런던이 그리운 것을 보면, 난 단단히 런던에 홀린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은 파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 때이다.
파리의 지하철은 복잡하다. 나름 메트로폴리탄 시민임에도 파리의 복잡한 지하철과 RER 노선도를 보면 머리가 아파진다. 구역별로 지하철 금액도 뭔가 다르다. 저렴하게 어딜 가는 법, 이란 정보가 네이버 여행 카페를 도배하는 건 다 이유가 있어서다. 오를리 공항에서 파리 시내까지 어떻게 왔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마침 스페인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파리지앵을 만나서 졸졸 시내까지 쫓아갔다.
그 좁은 지하철 개찰구에 나의 가방이 끼이며 깨갱거리는 수모를 당했지만, 다행히 불어가 완전 유창한 파리지앵 덕분에 저 끼인 가방이 마치 그의 가방인 양, 내 일이 아닌 양, 나 몰라라 할 수 있었다. (이럴 때 솔직히 나홀로 여자 여행자로서의 특권을 느끼겠다. 도움을 주겠다는 사람들을 상대적으로 손쉽게 만난다. 물론 어떤 경우에는 순간의 호의를 넘어서는 게 느껴져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말이다)
민박집에 도착해서 짐을 푼 뒤, 파리의 밤거리를 향해 갔다.
사실, 이 때까지만 해도 이것은 일종의 의무감 같은 거였다.
파리에서 5박을 할 예정이지만, 피곤한 것은 미리 하겠다는... 바토무슈를 봐야해? 그럼 오늘 볼래, 그리고 내일은 쉴래, 뭐 이런 심정이었다. 바토무슈? 한강 유람선 같은 거지? 오늘 보고 잊자, 뭐 이런 심정이었다.
우리 일행은 루브르 앞에 어느 카페에 들어가 와인을 마셨다.
(나중에 알고보니 루브르였지, 그때는 몰랐다)
Cafe Ruc.
또 다시 가고 싶은 카페다. 분위기, 음식, 와인, 종업원 모두 너무 좋았다.
그 보다 더 좋았던 것은 그날 같이 있었던 일행들과 그날의 밤공기였을 거다. 파리의 첫날은 우연치 않게 이렇게 행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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