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3일째. 루브르 박물관.
비오는 날. 오늘은 하루 종일 루브르 박물관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 숙소에서 만난 일행은 어제 밤 늦은 세느 강변에서의 와인 파티의 여파로 다들 눈이 벌겋다.
유명 관광지, must go 장소이다 보니,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시장통 저리가라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은 역시 다빈치의 모나리자 그림 앞. 여기서는 다빈치의 그림 4개를 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감사하다. 암굴의 성모상, 성 안나와 성 모자, 그리고 모자리자 등을 보다.
전 세계에서 모인 관광객들이 그림 앞에서 북새통을 이루며 일제히 카메라를 꺼내들고 촬영을 한다. 경비원들은, (아마도 "대충 보고 좀 가라..."는 심정으로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다.)
루브르에서 봄직하다고 기대했던 그림. 나폴레옹의 황제 대관식.
Jacques Louis David, The Coronation of Napoleon, 1805-1807
자크 루이 다비드의 그림 중, 내가 익숙한 것은 마라의 죽음이다. 그는 자신의 혁명 동지이기도 했던 장 폴 마라의 비극적인 죽음을 애도하며, "숭고한 혁명 전사"의 갑작스런 죽음을 이렇게 그렸다. 마라는 프랑스 혁명기 과격하고 급진적인 자코뱅당의 수장으로, 반대파에 의해 독살 당했다고 한다. 이 그림은 루브르에 있진 않다. 벨기에 왕립미술관 소장.
Jacques-Louis David,The Death of Marat, 1793
여기서는 의외로 17세기, 오래된 그림들이 재미 있다. 뭔가 평면적이면서 유쾌해 보이는 그림들. 아마도 약간은 낯설어서 그런 것 같다.
Peintre anonyme venitien(작자 미상이란 소리), Portrait de deux jeunes hommes
앵그르의 그림 앞에서..
Jean-Auguste-Dominique INGRES, (Montauban, 1780 - Paris, 1867), La baigneuse, dite Baigneuse Valpinson. 1808
Jean-Antoine WATTEAU, Pierrot, dit autrefois Gilles, 1718-1719
이 그림의 제목은 '피에르 예전 이름 질'이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어야 하는 광대의 숙명, 그러나 고단한 삶에서 드러나는 슬픈 눈이 왠지 모를 울림을 주었다. 벨베데레에서였나,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였나. 그곳에서 보았던, 비둘기 가슴의 광대의 표정이 떠올랐다.
밖에 나가 늦은 점심을 먹고 다시 루브르로 들어가 쉬엄쉬엄 돌아다녔다. 비도 오고, 날은 춥고, 목적 없이 쉬엄쉬엄 걸어다니며 하루를 끝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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