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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로마 2일째, 실망스러운 로마

낯선 곳에서 놀기/2008 이루어진 유럽여행

by sundayeunah 2009. 1. 1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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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13일
여기는 로마


어제 바티칸은 좋았다.


오늘은 로마의 진면목을 보는 것 같다. 별로다.

그래, 이유가 있다.
나는 로마에서 5박을 한다.

런던은 7박, 아주 아쉬워 죽는 줄 알았다. 파리는 6박, 또 아쉬워 죽는 줄 알았다. 로마도 5박. 널럴하게 유유자적 다닐 만한 도시였다면 5박이 아쉽지만, 로마는 숙제하러 온 도시다. 유유자적 다닐만한 도시가 아니어서 그런지, 5박이 아깝다. (하지만, 로마에서 바르셀로나로 가는 비행기 티켓 상황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아침에 우체국을 헤메고 찾아 겨우 친구들에게 엽서를 보냈다.
이탈리아는 우편배달 사고가 많다는데, 이 편지들이 잘 도착해야 할 텐데 걱정이다. 베니스, 아씨씨, 베로나에서 쓴 편지들이다. - 다행히 다 잘 도착했다.






그리고는 유스호스텔을 알아보러 다녔다.
아무래도 로마의 민박집은 너무했다. 고아원 수준이라는 말이 뭔지 알겠다. 베네치아, 피렌체, 베로나 등 다른 이탈리아 도시들에서는 유스호스텔에서 머물러서 그런지, 로마의 민박집이 영 적응이 안된다.

겨우겨우 도미토리를 구해 내일부터는 거기서 머물기로 했다. 민박집은 밥 포함 20유로, 유스호스텔은 식사 제공도 안되지만 25유로지만, 그래도 그게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든다. 미리 예약하고 왔더라면 더 좋은 유스호스텔을 구했겠지만, 현지에서 구하니 이미 룸이 없다. 쩝, 이럴 줄 알았다면 미리 호스텔을 예약하고 오는 건데...



이제 관광의 시작.

스페인 광장부터 시작한다.


 

오드리 햅번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내려왔던 그 광장.










사람이 왜 이리 없느냐고?
그럴리가. 90도로 내려쬐는 햇살에 사람들이 그늘을 찾아 옹기종기 앉아 있다.




여기 그늘에 1시간을 앉아 일기를 쓰고, 음악을 듣고, 이것저것을 하다가 생각했다.
 

참, 할 게 없다, 사진 찍는 것 말고는...



사람들은 모두 자기들이 오드리햅번이 되는 양, 계단을 배경으로 사진들을 찍는데, 나는 동행이 없기도 하고, 그럴 맘도 없고!

그런데 사진을 찍는 것 말고는 정말 할 일이 없는거다. 혼자 다녀도 이렇게 시간이 더디 가는 곳은 없었는데... 런던이 그립다. 여긴 참, 나홀로 여행자들에게는 시간이 더디갈 뿐 아니라 충만한 느낌을 갖도록 하는 동인이 없다.








과거의 조각들이 도시 곳곳에 널려 있는 여기서는 과거에 대한 상상력마저도 작동하지 않는게 이상하다. 도시의 분위기는 너무 삭막하고 죽어있는 도시같다. 그건 여기를, 삶의 터전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다못해, 삶의 터전으로 흙에 뿌리를 내리고 숨을 쉬고 살아내는 나무마저도 없다. 그 어떤 생물체도 이 공간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내고 있지를 못하는 것 같이 여겨졌다. 과거의 화석같은 도시 같았다.

나에게 여행이란, 과거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도시의 분위기를 느끼는 것인 것 같다. 그게 있으면 좋았고, 그게 없으면 좋지를 못했다.

멕시코를, 나는 아즈텍이라는 멕시코의 과거를 보기 위해 갔었다. 하지만 나는 멕시코의 과거보다는 그들의 현재에 너무 흠뻑 빠져서 멕시코 광팬이 되었던 것이 떠올랐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 어떤 매력을 느끼지 못했기에 로마에 대한 나의 기억이 이렇게 안 좋은가 보다. 현재를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없는 로마는 그냥 사진이다. 사진을 내 눈으로 다시 확인하기 위해 굳이 여행을 갈 필요는 없다. 



땡볕의 로마 거리를 걷다.
그래도 관광명소는 다 갔다. 하지만 어디어디를 갔었는지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진을 봐도 뭐가 뭔지를 모르겠다.


 














 

아마도 트레비 분수. Who cares.




가만히 앉아 있으면 사람들이 똑같은 장소를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고 간다.






그 사람들을 멍하니 보다가 또 길거리를 걷다.






아마도 판테온. Who cares.

 



천장에서 햇빛이 들어온다. 아, 그렇구나, 싶다.










너무 더워 분수대 앞에 다리를 담그고 노닥거렸다.







마침 내가 발을 담그려던 찰나에 경찰이 나타나는 바람에 발을 못 담그고 경찰이 지나가기만을 한 10분 기다렸다가 겨우 물을 만났다.



 

이 도시에서 내가 지나친 사람들은 모두 지쳐있었다.

그들은 숙제를 하러 온 사람들 같았다.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은 모두 개처럼 혓바닥을 내밀고 짜증스런 표정으로 다녔다. 오후여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모두 전투적으로 관광지에 도착해, 바로 그늘을 찾는다. 아이들은 멍하니 그늘에 앉아 있고, 엄마는 물을 먹이고, 아빠는 다음 이동 장소를 위해 지도를 본다. 그리고는 모두 일어나 다음 장소로 향한다.

흙먼지 날리는 포로로마노. 
옛 로마의 중심지다. 그러나 상상력이 전혀 발동하지 않는다. 2천년 전에 살았던 그들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가 않는다.  






대신 포로로마노 앞에서 5유로, 무려 8천원의 작은 콜라를 팔던 상인의 모습만 기억난다. 미국인 관광객 일행이 계속 what? really?를 외치며 어쩔 수 없이 콜라를 사 먹었다. 우리는 서로 로마가 원래 이러냐며, 나도 로마가 처음이라며 기가 막혀하면서 서로 사진을 찍어줬다. 







(8천원 콜라를 단숨에 들이킨 후, 사진을 찍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외국인들은 징글징글하게 사진을 못찍는다. 누가 나 찍어달래? 배경을 찍어야지, 배경을.... 으이구. 터지는 속을 부여잡고 땡큐, 상냥하게 인사를 했다)



포로로마노 앞에 콜로세움이 있다.
줄이 징글징글하게 길어 오늘은 포기했다.







나는 로마에서 5박을 한다. 그러니깐 지금으로부터 3박이 더 남았다. 베니스에서 3박을 하고, 로마에서도 3박을 하는 여정으로 했었어야 한다고, 베니스와 나의 사랑하는 런던을 마구 그리워하면서 나는 복날의 개처럼 지쳐 숙소로 들어갔다. (베니스에서도 무척 더웠지만, 배를 타거나 바다를 보면서 관광객다운 여유를 즐길 수 있었던 베니스가 그리웠다. 여기도 관광객 천지이건만, 여긴 여유가 없다. 관광객들은 모두 지쳐 있고 헥헥거리고 있었다. 무슨 고생이냐,는 표정이다)


아무래도 로마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건 너무하다는 생각에 로마 민박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예정에 없던 아말피 남부 투어를 신청했다. 투어비가 거의 100유로가 넘었다. 하지만 그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그저 로마를 벗어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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