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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로마 첫날, 바티칸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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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12일(화)
여행 18일째, 여긴 로마의 바티칸


어제 저녁 늦게 아씨씨에서 로마에 도착했다.

아씨씨 -> 폴리뇨 -> 로마다.
폴리뇨에서 기차를 갈아탔다.



 



나는 테르미르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한국인 민박집에 머물렀다. 그리곤 민박집에서 바로 바티칸 투어를 예약하고는 오늘 바로 바티칸 투어에 나섰다. 한국인 민박집의 장점은 여기에 있다. 그냥 막 가서 프로그램에 예약을 할 수가 있도록 모든 정보가 빵빵하다.

하지만, 로마의 민박집에 대한 여러가지 소문들이 맞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다. 이 민박집이 로마 다른 민박집 수준을 봤을 때 그리 떨어지는 수준은 아니란다. 도시의 민박집들은 수준이 비슷하다. 주인 내외도 맘씨 좋고, 음식도 나쁘지 않다. 뭘 기대하겠는가. 그 금액에 꼬박꼬박 식사가 나오고 말이다.

하지만, 로마 민박집은 "고아원 수준"이라는 친구의 말이 뭔지 알겠다 싶다. 그리고 나는 이제 20대 초반의 남학생이 아닌 나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런던이나 프라하 민박집은 괜찮았는데... (결국 나는 맘씨 좋은 주인장 내외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 3박만을 하고, 갑자기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고 거짓말을 하고는 일정보다 일찍 민박집을 나와 발품을 팔아 알아본 유스호스텔로 숙소를 옮겼다. 미리 유스호스텔을 예약하고 올걸, 이란 후회를 엄청 하면서...)


바티칸은 역시 투어를 해야 한다. 
미술책을 열심히 읽고 가고, 평소에 그림에 대한 관심이 꽤 있다고 자부하는 나에게도 한국인 가이드의 설명이 너무 큰 도움이 되었다. 


말로는 들었는데 줄이 엄청나다. 
뜨거운 햇살 아래 약 1시간 줄을 서서 들어갔다. 아침 8시만 가도 바로 들어갈 수 있다는데 가이드투어라 그룹이 움직이다 보니 생각보다 뎌디다. 







뜨거운 태양 아래, 멀리 보이는 성 베드로 성당.





본격적인 투어에 앞서, 카페테리아에서 급히 커피 한잔을 마시고....
(귀여운 플라스틱 잔. 2유로였던가? 저렴하지만 너무 맛있어서 고마웠던 커피)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김태환 가이드.
맘마미아 가이드투어라고, 민박집에서 소개해서 간 곳이었다. 굳이 한국에서 예약하고 갈 필요가 없다.







라파엘로의 그림들.
뭐, 내 취향은 아니지만...








자, 드디어 보고 싶었던,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만났다. 

카라바조, <무덤에 내림>, 1604년
책의 제목은 생각나지 않지만, 이 그림에 대한 표현을 어느 책에서인가 읽은 게 생각났다. 슬픔에 잠겨 있는 여인들 아래, 예수의 시체를 내려놓는 남자에 대한 묘사를...

 

 


저 남자...
저 남자라고 슬프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그는 지금 애통해하는 여인들을 뒤로 두고, 슬픔을 억누르며 조심스럽게 예수의 시체를 관 위에 똑바로 누이고 있다. 늘어난 주름과 굽은 등이 말해주는, 고단한 세월을 살아온 그의 연륜은 이럴 때 빛을 발한다. 그가 예수를 애도하는 유일한 방법은 마치 예수의 시신을 관 속에 똑바로 누이는 것이 전부인 양,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이 일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저 사내가 슬픔과 애도를 표현하는 방법은 진지하게 이 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인양 느껴진다. 그래서 그의 사려깊은 표정은 그 어떤 비통한 표정보다 더욱 슬프게 느껴진다. 

그림을 직접 보니, 아,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림은 역시 직접 봐야한다. 눈앞에 그의 표정은 화집이 말해주는 못하는 많은 것을 나에게 보여준다. 



미술관인 PINACOTECA를 나오면 작은 광장이 나온다. 










우리는 여기서 무려 2시간 이상의 시간을 보내며 앞으로 봐야할 미켈란젤로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현장에서는 이야기를 못하게 되어 있다) 서양인들의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계단에 총총히 나란히 앉아서 말이다. 



그리고는 조각상들을 보러 간다. 






또 보고싶었던 라오콘 군상.





그리스 조각인 이 라오콘 군상은 1506년 티투스 황제 시절 발굴된 것이다. 발굴 작업에는 30세의 미켈란젤로가 참여했다고 한다. 가운데에서 고통에 몸부림치는 라오콘은 트로이의 신관. 그는 트로이 목마를 이용한 그리스의 계략을 알아채고 저지하려고 했지만 이런 그의 행동이 그리스 편이었던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노여움을 샀다. 포세이돈은 이를 신에 대한 도전으로 여긴 것. 포세이돈은 라오콘과 두 아들을 죽일 목적으로 두 마리의 바다뱀 퓌톤을 보냈고 라오콘 군상은 이를 표현한 것이라 한다.

바다뱀의 공격과 그에 따른 괴로움이 생생히 조각되어 있다.   

 





자, 이제, 여러 방들을 지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을 보러 간다.


 

화려한 장식의 방을 지나고...






 










그림인데 조각같은 입체적인 벽화들을 지나,










아테네 학당을 포함해 4면에 라파엘 그림이 있는 라파엘의 방을 지나...




  


미켈란젤로를 만나러 간다. 
사실, 그 때 내 심정은 완전 "지금 만나러 갑니다" 심정이었다. 
(사진 촬영이 안되기에 그림을 다운받아 왔다)





천지창조야 말로 직접 봐야한다.

뒷목을 잡고, 천장을 20분 넘게 쳐다보며, 나는 계속 어, 어, 아, 아, 어머, 세상에, 글쎄, 이게 왠일... 이런 감탄사를 그칠 수가 없었다.

이건 직접 봐야 한다. 그림 자체가 평면이 아니라 그렇다. 천장에 붙어 있는 인물들은 땅위로 떨어질 것 같다. 평면에서 그린 그림을 천장에 붙인 수준이 아니라 천장에 어울리는 구도와 입체감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정말 천사가 우리를 바라보며 편안한 자세로 하늘 위에 앉아 있다. 

채색한 조각처럼 천장이 살아 일어나고 그 육체들이 부르짖는 소리로 예배당 자체가 4차원의 세계로 넘어가는 통로처럼 느껴진다. 이주헌, <50일 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 p.250


엄마가 이 그림을 봤으면 좋겠다. 16세기의 그림은 시간을 넘어 우리에게 감동을 주지만, 공간의 한계는 여전해 한국에 있는 엄마는 이 그림을 볼 수가 없다. 엄마, 아빠와 함께 여기를 다시 와야겠다. 이주헌이 말하는 4차원의 세계, 엄마가 볼 천국의 세계로 넘어가는 통로를 보기 위해...


바티칸 성당을 마지막으로 투어를 끝냈다. 

성당 앞 광장에서.






바티칸 앞에 있는 유명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한입 베어 물고 숙소로 돌아간다.







숙소에서 저녁을 먹은 후, 로마의 야경을 보았다. 

그리고 내일은 아무 생각없이 로마 길거리를 돌아다닐 것이다. 나는 로마에서 6박을 한다. 시간이 많은 만큼 계획 없이 다닐 것이다. 고백하자면, 로마에 오자마자 나도 모르게 로마에서 6박이나 계획한 것을 후회했지만, 바티칸을 돈 오늘은 행복하다. 아직은 로마의 6박이 후회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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