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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프란체스코 성자의 고향, 아씨씨

낯선 곳에서 놀기/2008 이루어진 유럽여행

by sundayeunah 2008. 12. 17.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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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원에서 일어나 아침을 먹었다.
3유로에 빵과 커피.

옆 식탁에는 한국에서 온 가족이 앉아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아이가 딸린 부부. 여긴 한국인 수녀님이 계셔서 그런지 한국사람들이 꽤 눈에 띈다.

난 그 식탁을 보면서 엄마와 아빠가 떠올라 또 주책맞게 눈물이 났다. 우리 엄마도 여길 오면 좋을텐데...

이러면서, 혼자 앉아 밥을 먹는데 그런 내가 불쌍했는지 지나가던 한국인 수녀님이 뭐 필요한거 없는지 물어본다. 하필 그 때가 눈물이 막 나고 있던 때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네, 너무 좋아요, 음식도 맛이 있고요, 하고 밝은 표정을 지었는데 때마침 눈에 그렁그렁하던 눈물이 뚝! 하고 빵에 떨어진다. 우리 둘은 서로 민망해졌다. 

밥을 먹고 나오는데, 수녀님이 나를 붙잡으며 먹을 걸 좀 가져가라며 주섬주섬 빵 덩어리를 냅킨에 싸 준다.  한 다섯 덩어리를 주셨던거 같다. 커피도 싸 주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며, 이거라도 싸 가라고 하신다. 엄마 생각이 나서 또 눈물이 나는데, 아까 그 민망함이 떠올라 꾹 참았다.



도시마다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런던에서는... 런던을 가면 어디어디를 꼭 가야 하고 무엇무엇을 꼭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이스트 런던에 살았던 후배가 떠올랐다.







프라하가 아닌, 프라하 근교의 체스키를 갔을 때는,
여행이란 것을 도대체 왜 가는지 도통 이해를 못하는, 게으른 나의 베프가 생각났다. 그래서 나는 그 낯선 체코 변두리 공기 안에서, 나는 이 낯섬이 좋아 여행을 간다고 엽서를 썼다.







 


 
그리고, 이탈리아에서는 나는 내내 나의 가족이 떠올랐다. 
베니스에서, 부라노섬에서의 느긋한 해수욕을 즐기고 베니스로 돌아가는 미국 여행 가족을 보며, 아씨씨에서 수녀님이 차려준 아침을 먹고 있는 한국 가족을 보며, 그리고 로마에서 엄마가 좋아하며 눈물을 흘렸을 것 같은 성 세바스티앙의 화살 맞은 그림을 보면서...


아무튼 여긴 아씨지다.
키이라 성녀의 성당에서는 맑고 맑은 아침 종소리가 울려퍼진다. 





  



여긴 아씨씨.
그 가파란 골목길과 파란 하늘. 휴식같은 도시다.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수도사들...













난 그 길을 간다.







 



 

점심을 먹고 올라왔던 긴 언덕길을 캐리어를 덜덜 끌고 내려오며 아씨씨를 떠났다.

안녕, 아씨씨...
나중에는 엄마와 아빠와 우리 가족과 함께 오도록 할께... 그땐 적어도 2박은 해야겠어. 느지막하고 나른한 아씨씨의 아침을 맞으려면 2박은 해야해...








그렇게 나는 아씨씨를 떠났다.

다음 여정은 로마다. 나는 모르겠다, 그리고 불안하다. 사람들은 왜 로마에서 상처 받은 마음을 아씨씨에서 회복한다는 걸까. 로마는 무서운 도시인 걸까, 단지 더워서 그런걸까, 도대체 왜 그렇게 로마에서 허덕허덕한다는걸까.

나는 로마에서 6일을 머문다.
여행은 이미 반을 넘겼다. 로마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가득 안고, 나는 로마행 기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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