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베로나 아레나홀의 오페라, 아이다

2008년 8월8일(금)
베로나, 아레나홀


베로나를 가야했던 이유는 아레나홀에서 하는 야외 오페라 아이다 때문이다.


야외 오페라에 대한 동경도 있었고, 내가 그나마 아는 오페라가 아이다였기 때문에 나는 일정을 조정할 수도 없었다.
거기까지 갔는데 표가 없어서 못가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한국에서 미리 티켓을 예매했다. 8일에만 아이다를 했다. 그 전, 후 며칠 동안은 내가 잘 모르는 오페라를 했다.

자고로 난 오페라 마니아가 아니므로, 내가 아는 오페라여야만 즐길 수가 있는 처지다. 새로운 오페라는 공부를 하고 들어야 감동이 온다. 그런데 공부를 할 시간이 없고, 아이다를 꼭 듣고 싶었다.

그날의 감동을 무엇과 바꿀 수 있으리.


하늘에 별은 총총.
바람은 미친듯이 무섭게 불어대고.
여가수의 노래는 내 정수리 뒷꼭지를 울린다.


비록, 대형무대답게 한 막이 끝나고 무대 세트를 바꾸기까지는 약 10분의 시간이 걸리고,
한낮의 열기가 무색할정도의 추운 밤 바람에 발을 동동거리며 그 10분을 견뎌야 했지만,
나는, 정말 또 다시  "이렇게 내 인생에 아름다운 휴가가 가능하다니.." 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것이었다.

 

감정이 울컥한 나는 그날 이렇게 썼다.

"총총거리는 별에, 상쾌하게 내 머리카락을 날리는 바람에, 내 정수리를 뚫고 하늘로 치솟는 음색들에서, 난 정말 소름이 돋았다. 모든 것이 에로틱했다"

유스호스텔로 돌아가는 새벽 1시의 베로나 밤거리.

 

새벽 1시에 돌아가, 새벽 6시에 숙소를 떠났다. 
첫 기차를 타고 피렌체를 일찍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묶었던 유스호스텔. 여자 전용인데, 내가 묶었던 호스텔중에 가장 이탈리안 스타일이어서 맘에 들었다. 

 



새벽에 호스텔을 출발하며, 왠지 모를 아쉬움에 한 컷.

기차역으로 걸어가는 길에 만난 새벽의 아레나 홀.

나의 다음 여정은 피렌체다.

볼로냐에서 기차를 한번 갈아타고 가야 한다. 
유레일을 끊지 않고 다니는 나에게 이탈리아는 정말 아무 기차나 먼저 오는 것을 타도 되는, 저렴한 기차 티켓 비용을 자랑할만한 도시다. 유레일이 가능한 기차인지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아무거나 타도 되는 것에 또다시 감사하며, 대략 한국돈 3만원을 내고 피렌체로 향한다.

베로나까지는 좋았다. 

내가 이후 만난 이탈리아가 베니스나 베로나 같기만 하다면 좋았을텐데...
까칠하기만 한 나에게 피렌체는 프라하와 같은 두려움을 준다. 망칠 것 같다는, 그런 두려움을 준다.

하지만, 난 피렌체를 우피치 미술관 때문에 간다.

베로나를 아이다 때문에 간 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