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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베로나: 고요한 한낮의 중세도시

낯선 곳에서 놀기/2008 이루어진 유럽여행

by sundayeunah 2008. 12. 1.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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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8일(금)
오후 1시. 여긴 베로나.


베니스에서 약 50분을 달려 베로나에 도착.

나는 여기를 오직 아레나 야외 음악당에서 하는 AIDA 오페라 때문에 왔다. 아이다 때문에 그렇게 아쉬운 베니스였건만 1박 밖에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베로나는 아레나홀 오페라만을 위한 도시는 아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만도 아니다.

베로나는 중세 도시다. 1,000년이 넘은 성당이 도시 곳곳에 있다. 하지만 베로나에서 내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 오페라를 제외하고 본다면 - 고요함이다.


낮엔 사람이 없다.
고요하기 그지 없다. 골목골목을 다니며, 지금이 과연 2000년대인가 의심스러웠다. 말을 탄, 사랑의 열정에 휩싸인 로미오를 만난대도 이상하지 않겠다. 내가 손님이고 그는 이 도시의 주인공이다. 















도시의 느낌처럼 굳게 닫힌 저 문.
저 안에서는 뭔가 소곤소곤 암투와 모략이 있을 것만 같은.... (나는 소설을 쓴다..)







도시에는 오래된 성당이 많다.

도시는 오래된 성당 5개를 묶어서 베로나 티켓을 팔고 있었다.
나는 오늘 저녁에 있을 오페라를 위해 여기를 온 것이므로, 성당 5개를 볼 시간도 없었음에도 그것을 샀다.

그 표는 1년간 유효한 티켓이었다. 그러니깐 나는 이 표를 2009년 8월 8일까지 쓸 수 있다. 글쎄, 1년 안에 올 것 같지 않지만, 그리고 겨우 5개 성당 중에서 2개만을 봤을 뿐이지만, 나에게 그 티켓은 나를 베로나로 다시 불러오는 마법의 티켓이자, 약속의 표 같았다.


중세의 성당 앞에서, 베니스에서 산 모자를 쓴 나.




 


중세의 성당은 가로가 길다.
세로를 강조하고 높이를 강조한 고딕양식 전 단계이다.

가로로 넓은 그 성당의 가운데 길을 걸어가는 것은 묘한 느낌을 준다. 양쪽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신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것 같은 경건함을 준다. 결혼하러 가는 느낌이다. 그게 신과의 결혼이든, 이성과의 결혼이든간에 말이다.

내가 이번 여행에서 본 그 무수한 교회와 성당 중에서 여긴 두번째로 인상적인 성당이다. (첫번째는 로마의 쿼바디스 교회다) 가로가 길어 낯선 만큼 경건했다.   









세상 근심 걱정을 모두 짊어진 듯한 조각상들.












그 시간 만큼 낡은 대리석 바닥.








그리고 오래된, 하지만 견고해 보이는 교회의 문.






성 아나스탸샤 성당을 보고 나서,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어느 조용한 레스토랑을 발견하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
나를 안쪽으로 안쪽으로 안내하는 웨이트리스를 따라 가다 보니, 세상에나 멋진 전망이 펼쳐진 야외 테라스가 나온다. 이것까지 기대했던 건 아닌데, 너무나 행운이다.










베로나를 관통하는 강가, Fiume Adige에 있는 레스토랑이다.

이름을 적어두는 것을 깜박했지만, St. Anastasia 성당에서 나오면 있는 유일한 레스토랑이다. 그 도시는 번화가를 제외하고는 레스토랑이 많지 않다. 베로나 시내는 다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번화가를 조금만 벗어나도 고요하기 그지없다.

난 5.5유로하는 맛있는 스파게티를 감사히 먹으며 또 퍼져 앉아 주절주절 친구들에게 엽서를 썼다.


옆에 소품처럼 베니스에서 산, VENEZIA란 파란 테두리가 반으로 접힌 모자가 보인다. 


 






다시 길을 배회...베로나의 길거리.

 









지도를 모티브로 한 상점.
지도가 그려진 전등 등을 볼 수 있다.



 

베로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유스호스텔에서 아레나홀에 가는 길에 줄리엣의 집이 있다. 사람들이 와글와글거리길래 뭔가 하고 가 봤더니 줄리엣의 집이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어서 뭐라 할 말은 없지만, 뭐... 굳이 찾아갈 정도는 아니긴 했다.  






창문을 열어다오, 나의 사랑하는 줄리엣~~의 배경이 된 그 창문.
올라가려면 돈을 내야 한다.








자, 이제 저녁이다.
나는 피자 한 조각과 맥주 한 병을 싸들고 9시 공연을 보러 아레나 홀로 향한다. 과거의 영광을 보여주는 듯한 대리석으로 된 메인 스트릿을 지나, 아레나 홀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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