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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월룡의 판화를 보며, 인간관계를 생각하다

속에서 놀기/미술관에서 놀기

by sundayeunah 2008. 3. 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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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의 국립현대미술관을 갔었을 때,

현대판화전 기획전에서 월북화가인 변월룡 화가의 판화가 눈에 띄었다.
그는 블로디보스토크의 거리, 북조선의 사람들을 그렸다. 50년대부터 70년대까지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다.

함께 갔던 친구와 나는, 그가 남한에서 활동했던 것이라고 착각했다.
그러면서 남한에서 그 차가운 냉전의 시기를 지나면서 어떻게 러시아의 거리와 북조선 사람들을 그릴 수 있었을까, 몰래 그렸을까, 궁금했다. 아니나다를까, 
변월룡이라는 그 화가는 러시아에서 활동했던 사람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건 회화가 아니라 판화다)


그는 연해주에서 태어나, 1953년부터 러시아 레핀예술대학에서 30여년간 교수로 재직했다. 러시아 한인 2세인 셈. 1990년 생을 마감했으니, 나와 같이 한 생을 같이 한 동시대의 인물이기도 하다 (구 소련의 공식적인 몰락을 함께하지는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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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화라고 생각되지 않는 그 섬세한 칼질의 에칭 판화를 보면서,
미술에 대해 잘 모르는 나지만, 아티스트들이 고민하는 여러 가지 중의 하나일 '표현 방식'이 이렇게 많은 생각을 줄 수 있구나,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을 표현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표현하는지도 중요하다. 무엇을 표현하는지도 감동을 주지만,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는지도 전율을 준다. 그리고 그 방식에 대한 고민과 감동은, 예술과 거리가 먼 우리의 평범한 삶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나는 내 팀장에게 어떻게 표현했는가, 왠지 순간 찔렸다. 아이디어의 문제가 아니라 표현방식의 문제... 그리고 사람들이 상처를 받고 또는 반대로 힘을 얻는 것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생각보다 open mined 사람들이다. 나와 다른 생각의 사람들에게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래도 허허거리며 함께 웃을 수는 있다. 하지만, 태도가 나의 맘에 들지 않으면 그건 힘이 든다. 일을 하면서 인간관계의 문제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표현방식, 또는 태도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과연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반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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