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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 호우경보 속 안면도 나들이

낯선 곳에서 놀기/우리나라 좋은나라

by sundayeunah 2013. 9. 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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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호우경보가 발동 중인, 안면도의 1박 2일.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한 달 전부터 친구들과 약속하고 숙소까지 다 예약해 놓았건만, 첫 빗길 주행이 호우경보 속 고속도로다. 서울경기 지역, 충남 태안 지역을 포함해 호우경보가 내려졌다.

 

요즘 내가 끼고 사는 책, 자동차 주말여행 코스북과 친구의 인터넷 서핑 결과를 모아, 현장에서 바로바로 정해진 오늘의 일정은,

간월암 -> 안면도 자연휴양림 -> 꽃지해수욕장 -> 안면암 -> 숙소 (BB캠핑 카라반) 

 

 

간월암(看月庵).

볼 간, 달 월, 암자 암, 이라 하니 직역하면 달을 본 암자란 뜻이다. 조선 초기 무학대사가 여기서 달을 보며 도를 깨우쳤다해서 암자 이름을 간월암이라고 했다 한다. 나는 바위 암인지 알았는데, 바위가 아니라 암자다.

사람이 드문 비가 흩내리는 9월 초.

우리에게는 무학대사의 간월도라기 보다는, 눅눅하고 따뜻한 기운이 있는 짭쪼름한 바닷 바람을 맞으며 여기가 바로 서해구나, 실감했던 곳. 서해의 냄새는 끝맛이 쓰다.

 

 

 

 

 

간월암에서 바라본 서해.

 

 

 

 

안면도 자연휴양림

간월암에서 안면도로 들어가면, 남북으로 긴 섬 안면도의 중앙에 자연휴양림이 있다.

여러 번 안면도를 왔었는데, 자연휴양림은 한 번도 가 본적이 없다. 비가 온 끝이라, 나무 냄새가 더 짙다. 그림이나 사진으로 많이 봐 왔던 일송정 푸른솔의 소나무들이 자연스럽다. 슬슬 걷다보니 졸음이 오는 것 같기도 하다. 차 트렁크에 돗자리가 있는데 그걸 가지고 올 것을, 생각도 든다. 숲 속에서 돗자리를 펴고 누워 있고 싶어졌다. 평일 오후. 사람이 없으니 뭐가 대수랴...

 

 

 

 

 

 

 

숲길은 약간의 오르막이 있는 등산 코스.

봉우리 이름이 참 재밌다. 바지락봉, 새조개봉, 모시조개봉... 처음에 우리는 "뭐야, 왜 이리 막 지었어..." 싶었는데, 볼 때마다 웃음이 나고, 자꾸 조용히 소리내어 이름을 불러 보게 되고, 봉우리 표지판 앞에서 사진을 찍게 되니, 나중에는 "음, 전략이었나?..." 생각이 든다.

 

 

 

 

해발 582m가 아니라 58.2m다. 등산이라고 하긴 뭣한 부담 없는 산책 코스.

 

 

 

 

꽃지 해수욕장.

안면도에 여러 해수욕장이 있지만, 대표적이라고 할 만한 곳. 나도 여러 번 왔던 기억이 난다. 해수욕장은 파도소리가 크고 비가 흩날리며 바람도 분다. 밀물 때...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물이 밀려 들어온다.

 

 

 

 

 

 

 

 

안면암.

이 또한 바위가 아니라 암자이다. 사진에는 담지 않았지만 큰 절이 우뚝 세워져 있다. 안면암의 볼거리는 안면암 앞에 놓여져 있는 저 출렁다리. 지금은 물이 빠져 나가 걸을 수 있는 너른 갯벌이지만, 물이 들어올 때면 이 갯벌이 모두 바다가 된다. 그리고 바닷물 위에 놓여 있는 다리는 물에 출렁거린다 한다.

 

 

 

 

물이 차 올랐을 때, 안면암(암자)에서 바라 본 풍경과 안면암.

출처 : http://www.anmyeonam.org/maha/index.html

 

 

 

 

 

점심은 그 유명하다는 게국지.

안면도의 모든 식당들이 게국지를 하는 것 같다. 게국지, 게국지, 게국지, 그야말로 게국지 공화국이다. 1박 2일의 위력이 이렇게 대단했던가. 은지원의 어린이 입맛을 사로잡았던 게국지 편을 나도 보았다. 은지원이 하도 감탄을 하길래 정말 궁금해서 나도 한번 먹어보고 싶긴 했다. 예전에 왔을 때 먹었었는데, 감흥은 크게 없었다. 1박2일에 게국지가 나오기 전에도 안면도에는 먹을거리가 많았었는데, 나는 그때 뭘 먹었더라....?

 

암튼 이번 점심도 게국지.

 

 

 

 

저녁은 BB 오토캠프 카라반 숙소에서의 바비큐.

http://www.bbautocamp.com/default/

캠핑카에서 머무르는 건 처음. 재밌고 새롭고 잘 만했다. 날이 너무 덥거나, 너무 춥지만 않다면 또 올만 할 것 같았다 (물론 에어컨과 히터가 있긴 하지만...) 

 

 

 

 

 

 

그날 밤.

엄청난 천둥 번개, 캠핑카를 부숴버릴 것 같은 거센 빗소리 때문에 우리는 거의 잠을 자지 못하고 뒤척였다. 캠핑카를 때리는 빗소리가 너무 시끄럽고 천둥 소리는 너무 요란하고 번개 불빛은 너무 강렬하기도 했지만, 또한 빗속에 물이 불어 떠 내려가버릴까 하는 무서움 - 택도 없는 걱정이었지만 - 때문이었다. 보령이던가, 홍성이었던가, 아무튼 태안 옆 동네에서는 그날 밤의 번개로 불까지 난 사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뉴스를 보고 알았다.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아마 비상탈출을 감행했을지도 모른다.

 

그 다음날에도 비가 엄청 왔다. 빗소리...

 

 

 

 

 

 

이 호우경보 속에서 때로는 쏟아지는 비 때문에 이정표를 볼 수 없을 정도로 시야가 흐려져, 나는 양쪽 깜박이를 켜고 고장 차량 마냥 끝차선으로 천천히 간다. 안면도로 들어와서는 물이 움푹 패인 흙탕길을 갈 때에는 어이쿠, 마음이 아프다. 난생 처음 빗길 주행을 호우경보 속 고속도로를 달리며 긴장한 나, 그리고 사륜구동 코스프레를 제대로 한 순돌이.

 

 

 

 

안면암에서..

 

 

 

 

다음 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서산 부석사를 들렀다.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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