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드디어 우피치 미술관이다.
난, 여길 오기 위해 피렌체에 왔고, 우피치는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때문에 왔다.
일요일 아침 7시의 피렌체.
전날의 피곤하고 번잡한 피렌체와 사뭇 다른 그 고요한 도시의 길을 걷다. 유스호스텔 Plus Florence에서 우피치까지의 15분은 이렇게 고요했다.
게다가 여기선 순서대로 돌아야한다.
내가 미술관을 다 돌고 나서,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그림을 다시 한번 보기 위해 그 방을 찾아갔더니 입구에 서 있던 직원이 화를 낸다.
Exit!
여긴 입구가 아니라 출구라는 소리다. 저리로 돌고 돌아서 순서대로 다시 오라는 거다. 덕분에 나는 원치도 않았던 16세기 그림부터 다시 시작해 그 그림들을 봐야했다. 치, 나는 기분이 상했다. 참, 고압적이다, 여긴. 흥. Would you please....? 이런 말을 절대 안 쓴다. 나원참.
우피치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에서 내려다보니, 한국에서 2배의 가격을 주고 이 미술관을 예약한 것이 너무 뿌듯하기만 헀다.
무엇보다도,
이 미술관에서 내가 본, 최고의 작품은, 다빈치나 미켈란젤로도 아니다.
디귿자 형의 그 한 가운데서 보는 베치오 다리다.
나는 그 그림을 보고나서 미련없이 우피치, 아니 피렌체를 뜨기로 했다.
세상에서 가장 많은 소장품이 있다길래, 나는 어쩌면 하루 더 머물러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일정을 오픈해 두었는데, 그냥 일정대로 아씨씨로 가기로 했다.
뷰는 아름다웠고, 충분히 감동스러웠지만, 그건 그냥 "뷰"인 채였다. 베치오 다리가 최고였을 정도로, 그림들의 감흥도 별로였다. 아마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다빈치와 미켈란젤로가 없어서였을 거다.
아무튼 거긴 나의 경험이 특별히 없었다.
그래서 나는 서둘러 2시 기차에 올라, 아씨씨로 향한다.
아씨씨.... 성 프란치스코의 고향.
그보다는 뭔가 휴식이 있다는 도시.
사람들은 말했다. 로마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아씨씨에서 회복했다고... 아씨씨는 피렌체와 로마의 중간에 있다. 그래서 나의 여정 상, 나는 피렌체에서 로마로 가는 사이에 아씨씨를 들르게 된다. 로마에서 상한 심정을 치유 받을 순 없지만, 아, 이탈리아의 태양은 너무 강렬하다. 나는 아씨씨에 쉬러 간다. 하룻밤을 묶어야 하는데, 내가 머물 곳은 수녀원. 그래서 나보고 자꾸 낮 4시까지는 와야 한다고, 그 이후에는 문을 닫는다고 겁을 주는 수녀님에게, 나는 기차를 타고 간다.
근데, 로마가 얼마나 무섭길래, 로마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아씨씨에게 회복해야 한다는 걸까. 나는 아씨씨 다음이 로마인데... 로마는 왠지 두렵다. 하지만 나는 아씨씨를 거쳐 로마로 가야 한다. 두렵지만, 로마를 뺄 수는 없다. 로마에서 바르셀로나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나는 로마를 뺄 수는 없다.
아무튼, 나는 아씨씨로 가는 기차를 탔다.
내가 본 아씨씨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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