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마야 유적지인 멕시코 치첸잇사.
치첸 잇사의 중앙에 버티고 있는 것이 엘 까스띠요 피라미드이고,
240m에 40도를 육박하는 급경사이다.
오르다 보면 멀미나고 제정신이 아니다. 오히려 오를 때는 뭣 모르고 오르지만 내려올 때 엉덩이를 계단에 붙이고 울면서 엉거주춤 내려와야 할 정도.
한쪽 마당에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같이 사진을 찍어주고 생계를 유지하는 마야인들이 있었다. 엄마와 어린 소녀. 저 꼬마는, 자기의 조상들이 서양보다 먼저 달력을 만들고, 금성의 공전 주기를 정확히 계산해 내고, 1년에 두 번, 춘분과 추분에 맞춰 태양빛을 이용해 뱀이 피라미드 계단을 스물스물 내려오는 듯한 시각적 환상을 만들어낼 만큼 뛰어난 건축술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철저한 패배 속에 폐허로 남겨진 경험이 없는 나는 그 느낌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500년 사이에 모든 총기를 잃어버린 것 같은 이 민족을 보노라면, 많은 남미의 문명들을 외계인이 방문해 지었을 것이라는 의견을 순간, 믿고 싶어진다.
치첸이쯔아의 여러 부조 중 하나.
가이드는 고대 그리스인을 닮았다면서 이것이 미스테리 중의 하나라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고대 그리스인이 여길 왔었나? 그들은 일종의 외계인이었을까.. 등등. 어떻게 보면 그리스인보다는 인디언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암튼 마야는 예상보다 복잡한 생각을 준다. 그냥, 우와, 신기하다, 하고 놀라고 싶은데...아마 이집트나 폼페이에서는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여기서는 그게 어려웠다.
이게 먼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과, 뭔가가 현재 진행중이라는 느낌... 관광객들과 사진을 찍는 마야 원주민들의 모습과, 오늘 아침 호텔 리조트에서 만난 스페인어와 영어를 무척 잘 쓰는 잘 생긴 선남선녀의 모습과 겹쳐졌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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