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 받아보는 쇼핑 뉴스레터에서 혹독한 여름을 나는데 도움이 되라며 미스터리 소설 5권을 추천해줬다. 정말 혹독한 여름이긴 했는지, 덥고 무료해 올 여름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어야겠다 하면서 한 권씩 읽고 있는 중이다.
<무덤의 침묵> 아르드날뒤르 인드리다손, 원제 : Grafarþögn (2001년)
아이슬란드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 나는 2006년 출간된 영림카디널 출판사 버전으로 읽었는데 올해 다시 개정판이 나왔다 한다. 도시 외곽 공사장에서 유골이 발견되고 그 유골이 언제 묻혔는지, 누구인지를 밝혀내기 위해 경찰이 수사에 나선다. 이야기는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경찰의 이야기와 70년 전 도시 외곽 외딴 곳으로 이사를 온 한 가족의 이야기가 번갈아 서술된다. 도대체 그 가족은 70년 후 발견된 유골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책을 읽으며 맛깔나게 야금야금 한꺼풀씩 진실이 밝혀지는 것도 재밌지만 누가 범인일까 궁금증 너머 인물들의 감정에 깊이 공감하게 되니 참 글을 잘 쓰는 작가다 싶었다. 맨 마지막에는 마음이 저릿하고 아팠다. 폭력의 모습은 동양, 서양할 것 없이 잔인하고 무심한 것이 정말 어쩜 이렇게 똑같을 수 있을까. 결말의 궁금증만으로 덤벙덤벙 읽게 되는 책이 아니라 한 자 한 자 꼼꼼히 읽게 되는 책이어서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완전한 행복> 정유정, 은행나무, 2021
어휴, 이건 뭐. 2021년 6월8일 1판1쇄가 발간되었는데 6월9일 1판14쇄다. 책을 읽고 몇 장 넘기지 않아 이게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빡 알게 되는 소설. 그런데도 쫄깃쫄깃 심장을 부여잡으며 읽게 되는 책.
언제부턴가 사회와 시대로부터 읽히는 수상쩍은 징후가 있었다. 자기애와 자존감, 행복에 대한 강박증이 바로 그것이다. 자기애와 자존감은 삶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미덕이다. 다만 온 세상이 '너는 특별한 존재'라 외치고 있다는 점에서 이상하기 그지 없었다. (중략) 우리는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그것은 인간의 본능이며 삶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다만 늘 기억해야 한다. 우리에겐 행복할 권리와 타인의 행복에 대한 책임이 함께 있다는 것을. - 522p 작가의 말 중
자기애와 행복에 대한 강박증. 나도 간혹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지난 30년 사이 돌아보니 어느 순간 자존감이 일상 언어가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의 어떤 희안함이나 인생의 목적은 행복이라는 말에 도사린 이기심 혹은 나의 욕망에 충실히 살아간다는 쿨함 뒤편의 누군가의 희생이나 그늘들 같은 걸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그런 생각들을 이렇게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고 그것이 알고싶다에 나오는 사건 사고들로부터 사회와 시대로부터 읽히는 수상쩍은 징후들을 발견해갈 수 있는 작가가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참 다행스러운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정말 재밌다. 줄거리가 아니라 그냥 다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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