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언제 행복감을 느끼는가에 대한 책은 많다고 하는데, 인간은 왜 그때 행복감을 느끼는지를 설명한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 책은 인간은 왜 특정한 상황에서 행복을 느끼는지를 진화심리학으로 설명한 책이다.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생존과 번식". '인간은 생존과 번식하기 위해 특정한 순간에 행복(쾌감)을 느끼도록 뇌가 프로그래밍된 동물'이라는 것이 이 책의 관점이다.
크리스찬인 나에게도 진화심리학은 그야말로 흥미진진하다. 나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험도 많고 결과도 무척 흥미롭다. 참으로 그럴듯한 재밌는 가설이다. 진화심리학을 나는 전중환 교수의 <오래된 연장통>이라는 책을 통해 처음 접했는데 나처럼 진화심리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술술 읽힐만한 쉽고 재밌는 책이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사람들은 왜 카페에서 창가나 가장자리에 앉을까? 수백만 년 전 초원에서 외부의 위협을 견제하기 위해 주변을 살필 수 있으면서 자신은 숨길 수 있는 곳을 차지해야 했던 인류의 생존을 위한 습성이 지금까지 남아 있어서다.
사람들은 왜 매운 맛을 좋아하는 걸까? 특히나 더운 기후의 사람들은 왜 매운 향신료를 좋아할까? 매운 맛의 향신료는 음식물 속의 세균과 곰팡이를 죽이기 위한 일종의 항균제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세균이나 기생충의 위험이 더 높은 더운 나라의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서 매운 향신료가 더욱 필요하며, 그렇기 때문에 매운 맛을 좋아하도록 입맛(결국 뇌의 명령이지만)이 진화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공통적인 행동과 습관 너머에는 초원에서 사냥을 하던 오랜 인류의 생존과 번식을 위한 습관이 유전자처럼 아로새겨져 있다.
남녀 관계를 진화심리학적으로 다룬 책은 바스 카스트 <왜 사랑인줄 몰랐을까>가 재미있다.
아무튼 <행복의 기원> 저자의 가설도 이러하다. 인간은 복권 당첨과 같은 '한 방의 기쁨'으로 행복해지지 않는다. 작은 기쁨을 여러 번 느끼는 것에 훨씬 행복감을 느낀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이다(p.123) .
그럼 언제 그 사소한 기쁨을 느끼는가? 음식 그리고 사람. 우리는 문명에 묻혀 살고 있지만, 우리의 원시적인 뇌가 여전히 가장 흥분하고 즐거워하는 것은 바로 이 두가지이다(p.192). 음식과 사람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도록 우리의 뇌가 설계된 이유는 음식과 사람이 우리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사람을 한자로 썼을 때 사람 두 명이 기대어 서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배웠지만 왜 사회적 동물인지는 의문을 갖지 않았었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인 이유는 킬로만자로의 표범과 달리, 인간은 홀로서는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함께 하도록 프로그래밍된 것이라 한다. 함께 있으라고 명령해도 인간이 잘 듣지 않을까봐 인간의 뇌는 특단의 조치를 내려, 함께 있어야 행복감을 느끼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진화심리학은 당연한 것에 why와 그 첫 시원을 찾아 나서는 학문이다. 여전히 내게는 재밌고 그럴듯 한 가설에 불과하지만 이것과 저것을 연결하고 설명하는 학자들의 상상력에 종종 무릎이 쳐 질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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