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슬로건을 걸고 활동하는 단체가 있다. 단체 이름도, 단체에서 발행하는 책도 모두 ‘작은 것이 아름답다’다. 줄여서 ‘작아’라고 부른다. 넘쳐나는 욕심과 욕망은 결국 나 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까지 삼켜버릴 것이라는 위기의식에서 시작된 이 단체는, 그 거대한 문제의식과는 달리 단체의 이름을 닮은 아주 작은 실천을 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종이는 이왕이면 재생종이 쓰기, 3월 한 달에 하루는 텔레비전 안 보기, 11월 하루는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10월 하루는 침묵하는 날, 8월 하루는 세제 안 쓰는 날 등등등.
제목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책, ‘지극히 적게’ 또한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 일본에서 산 경험이 있는 이 우아하고 고상한 프랑스 여인은 막무가내로 금욕주의적인 삶을 강요하는 건 아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가치 있다고 느끼는 것에는 비용을 쓰고 투자하되,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사회적으로 강요된 기준에 얽매여 끌려가는 삶의 허세를 한 꺼풀 벗어버리고 좀더 자유로워지라는 것이다.
돈 아끼겠다고 몇 십 킬로그램 짐을 들고 오래 동안 걷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택시를 타면 되지 않겠느냐고 한다. 여행을 위해 그녀는 저지 실크로 된 잠옷을 포기하지 않는다–저지 실크 잠옷이라… 프랑스 여인이니 이해해야지! 향초를 좋아하는 그녀는 좋은 기능의 질 좋은 아로마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또한 진짜 부자는 본인은 이코노미석으로 여행하지만 기회가 되면 친구들에게 귀한 와인을 선물한다며 써서 없어질 것보다는 경험을 함께 만들 수 있는 것에 지출의 우선순위를 둔다.
너무 많이 먹고, 너무 많이 다이어트하고, 너무 많이 사고, 너무 많이 버리고, 너무 많은 모임, 너무 많은 기능의 물건들, 너무 많은 종류의 물건들, 너무 많은 정보, 너무 많은 이메일, 너무 많은 카카오톡 단체글, 너무 많은 의미 없는 트친과 페친, 너무 많은 잡생각과 너무 많은 공허한 약속의 말들까지. 우리는 정말 too much의 과잉 속에서 살고 있다.
이 책은 외부로부터의 이러한 too much를 줄이고 나의 에너지를 채우는 일에 무게를 옮겨야 한다고 말한다. 나의 에너지가 넘쳐야 혼자서든 둘이서든 여럿과 함께든 즐거울 수 있고, 나의 에너지가 넘쳐야 도울만하면 기대 없이 기꺼이 남을 돕고, 도울만하지 않으면 정중히 거절할 분별력이 생긴다. 또한 나의 에너지가 충만해야 많으면 많은 대로, 또 적으면 적은 대로 즐길 수 있다. 많아야만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은 것을 좇기 위해 자신이 고갈되는지도 모르고 달려가지만, 많고 적음이 행복의 기준이 아닌 사람들은 많아도 적어도 행복할 수 있다. ‘지극히 적게’는 ‘너무 많은’ 우리의 모든 것들을 – to do list와 wish list, must have item 들.. -을 줄이는 연습을 하면 더 자유로워지고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고 말해준다.
15분간 5단계에 걸친 집안일, 10분 동안 머리 비우기, 매일 20번 나만의 슬로건을 외친다 등 각페이지마다 쉽게 연습할 수 있는 저자의 팁들이 소개되어 있다. 요즘 중고책 사는 재미가 쏠쏠한 나의 경우에는, ‘지극히 적게’를 연습하는 차원에서 이 책을 한번 중고서점에 내다 팔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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