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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강진] 김영랑 생가에 앉아, "오메, 단풍 들겄네"

낯선 곳에서 놀기/우리나라 좋은나라

by sundayeunah 2013. 10. 28.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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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강진, 보길도, 진도를 돌아 본 3박 4일 이번 여행, 첫날의 여정

서울 --> 강진 무위사 (관련 글은 여길 클릭) --> 영랑생가 --> 다산초당과 다산문화관 --> (백련사) --> (녹우당) --> 대둔사 --> (두륜산 케이블카) --> 송지 해수욕장 --> 땅끝마을 숙소

 

 

 

 

 

평소에 김영랑은 그렇게 대단히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무위사에서 다산초당으로 가는 길목이기도 하고, 읍내에서 점심도 먹을겸 해서 김영랑 생가를 들러봤다.

영랑생가는 강진군청 근처에 있다. 영랑 생가 표지판을 따라가다 보면 주차장이 있어 차를 세우기도 쉽다.  

 

 

 

 

 

 

 

김영랑 생가는 잘 보존된 오래된 집이다. 방은 좁지만 깨끗하고 마당을 향한 마루에 앉아 있으면 가을 햇살에 나른해진다. 마당에는 우물이 있고 장독대가 있다. 

  

 

 

 

 

1903년 나서, 1950년 9월 돌아가신 것으로 되어 있다.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같이"나 "모란이 피기까지" 등이 먼저 기억이 났다. 생가에는 "오메 단풍 들겄네" 시비가 있다. 참, 그는 남도 태생이었지.... 내가 기억하는 대표적인 시들은 맑고 영롱하고 세련된 느낌이어서 그의 고향이 강진이라는 사실도 깜박 잊을 뻔 했다. 그의 구수한 사투리가 녹아 있는 시.

 

오메, 단풍 들것네 / 김영랑


"오메,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 붉은 감잎 날아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메,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리니
바람이 자지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메, 단풍 들것네."

 

 

 

 

 

 

뒤꼍에는 대나무숲이 울창하다. 마루에 가만히 앉아 바람소리를 들었으려나?

 

 

 

 

지금은 비록 가을이지만....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서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오월 / 김영랑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졌다. 
바람은 넘실 천(千)이랑 만(萬)이랑
이랑 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꾀꼬리는 엽태 혼자 날아 볼 줄 모르나니
암컷이라 쫓길 뿐
수놈이라 쫓을 뿐
황금빛 난 길이 어리럴 뿐
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 
산봉우리야 오늘 밤 너 어디로 가 버리련? 

 

 

 

 

 

 

 

 

 

주차장에서 생가로 들어가는 길은 약 100여 미터 정도. 길가의 나무들이 이국적인 조용한 동네길이다.

 

 

 

 

근처에서 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강진 군청 근처의 무수히 많은 밥집들은 죄다 한정식집들. 혼자 온 손님은 안 받는 집들이다. 3군데 갔었는데 모두 거절. 2인분 시켜서 먹을 생각도 있었지만, 나를 보자마자 거부하는 태도에 협상의 의지 상실. 

주차도 마땅치 않아 그냥 시내를 떠나 다산초당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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