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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강진] 변해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 강진 무위사 (無爲寺)

낯선 곳에서 놀기/우리나라 좋은나라

by sundayeunah 2013. 10. 25.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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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대한 애틋한 기억 때문인지, '남도'하면 떠오르는 곳이 해남과 강진이다. 4년 전 쯤, 강진을 둘러볼 일이 있었는데 무위사만 보고 훌쩍 완도로 갔던 것이 아쉬워 이번에는 마음 먹고 해남과 강진을 둘러보기로 했다.

 

해남, 강진, 보길도, 진도를 돌아 본 3박 4일 이번 여행의 여정.

1일차: 서울 --> 강진 무위사 --> 영랑생가 --> 다산초당과 다산문화관 --> (백련사) --> (녹우당) --> 대둔사 --> (두륜산 케이블카) --> 송지 해수욕장 --> 땅끝마을 숙소

2일차: 땅끝마을 --> 보길도 --> 땅끝마을 숙소

3일차: 해남 미황사 --> 진도

4일차: 진도 --> 서울

 

 

 

혼자 가는 자동차 여행, 게다가 처음으로 혼자 타는 고속도로라 엄청 긴장되었지만, 새벽 6시에 출발한 까닭에 고속도로는 한산했고 나는 여유롭게 차를 몰았다. 11시가 못 되어 강진의 무위사 도착.

 

 

무위사 (無爲寺)     http://www.muwisa.com/

7-8년 전 늦은 가을, 이 절을 처음 찾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극락보전 앞의 거대한 은행나무에서는 노란색 은행잎이 비에 우수수 떨어졌다. 나는 잠시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내 기억에는 오로지 극락보전 단 한칸의 소박한 절. 낡은 나무에 울긋불긋한 단청 색깔이 없는 빛바랜 노란색 극락보전은 조용한 다른 세상 같았다. 없을 無, 될(할) 爲, 정말 아무것도 없음이라는 절 이름과 어울렸다.

 

4년 전인가, 8월의 한여름 이곳을 다시 찾았다. 은행나무는 울창했고, 극락보전은 여전히 고요했다. 함께 갔던 지인들도 희안한 절이라고 했다. 아이들은 극락보전 앞에서 야구를 했다. 우리는 은행나무 밑의 돌에 앉아 한참을 쉬었다. 그곳은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문'과 같았다.

 

4년 만에 다시 찾았다. 이번엔 10월의 가을. 오전에 내린 비와 여전히 산허리를 휘감고 있는 안개 때문에 사방은 희뿌였다. 극락보전은 여전하고, 은행나무도 여전했다. 10세기 초에 만들어졌으니, 천년 고찰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 무위사는 달라져 있었다.

극락보전도 그대로이고 은행나무도 그대로인데, 절이 확 커져 버렸다. 주차장을 새로 만들면서 입구의 문(아래 사진)을 새로 만들었고 이렇게 큰 절이었나 싶을 정도로 부속 건물이 많이 늘었다.

 

 

 

 

 

그러다보니 문을 들어서자마자 아무것도 없이 바로 보이는 극락보전의 단순함이 주는 그 강렬함이 사라졌다.  이거 하나만 보여야 하는데, 주변에 뭐가 많고 산만하다. 규모에서가 아니라, 단순함의 묵직함으로 나를 압도하던 극락보전의 무게감이 사라졌다. 다른 세상으로 인도하는 문과 같았던 까닭모를 고요함도 덩달아 사라졌다. 여기는 그냥 무위사, 그냥 오래된 문화재가 되었다.

 

 

 

 

 

 

개발이란 것이 참 이렇다. 기존의 것을 없애버린 것도 아닌데, 그냥 옆에 살짝 이것저것 늘어놓고 새로 지었을 뿐인데도 이렇게 빛을 잃다니....  

한때 나의 마음을 강렬히 사로잡았던, 그래서 "참 희안한 느낌의 절"이라고 우리가 말했던, 그래서 다른 세상 같았던,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비몽사몽 꿈을 꾸게 만들었던 그 절은, 그렇게 조금씩 변해간다.

 



 

 

 

 

 

한여름에 왔을 때, 선배, 후배와 앉아서 노닥거렸던 나무 아래.

 

 

 

 

 

아침에 비가 흩날린다. 무위사 앞의 마을과 산.

 

 

 

 

 

 

무위사에는 유명한 문화재들이 있다. 아미타삼존불도와 수월관음도. 극락보전 안에 들어가면 가운데 흙 벽이 하나 있고 그 앞 뒤로 이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다른 문화재들은 절 안에 있는 박물관들에 소장되어 있는데 이 벽화는 극락보전에 여전히 자리잡고 있다. 

 

수월관음도. 사진과 같이 또릿하고 선명하지 않다. 낡은 흙벽에 그려진 오래된 벽화이다. 그림을 보면서 정말 시간의 흐름이 느껴졌다.

 

 

 

무위사를 보고 강진 시내로 들어간다. 근처의 영랑생가까지는 10-20여 분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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