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30일
오늘은 테이트다.
이름도 사랑스러운 테이트. (영어 이름을 테이트로 할 걸 그랬나? 싶게 만드는 테이트...ㅎㅎ.. 우리 팀장님 이름이 케이트Kate다. 내가 Tate로 했으면 좀 헷갈렀겠다 싶지만, Kate와 Tate 너무 사랑스러운 이름이다)
자, 빅토리아 스테이션에서 또 11번 버스를 타고 간다. 11번 버스는 너무 유용하다. 출근길의 런더너들과 함께 나는 놀러~~ 간다. 아, 미안해라.
St. Paul Cathedral에서 내렸다. 바로 앞에 밀레니엄 브릿지가 펼쳐져 있고, 그 다리를 건너면 바로 테이트다.
자, 이제 밀레니엄 브릿지를 건넌다.
지금은 아침 8시30분.
강바람과 공기과 쨍하고, 상쾌하다. 나는 다리를 건너면서 단 한개의 장면도 놓치고 싶지 않은 심정으로 오른편, 왼편, 뒷편을 계속 두리번거리며 본다.
런던은 지금 공사중이다.
왠 건물을 그리 새로 많이 짓는지... 내가 기억하는 런던의 과거는 19세기 산업혁명의 런던이다. 공기는 그때보다 훨씬 맑고 깨끗해졌겠지만, 2008년의 런던은 산업혁명을 연상시킬 정도로 활기차게 새로운 변화를 꾀하는 것 같다.
뒷편으로 보이는 성 폴 성당.
테이트가 문을 여는 아침 10시까지는 한 시간 남짓의 시간이 남아 있다. 근처의 커피숍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아침 QT.
이렇게 감사할수가... 너무 행복해서 또 눈물이 났다.
라고 시작하는, 내가 런던을 왜 사랑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장황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동상에 쓰여져 있는 문구.
Non plaudite. Modo pecuniam jacite.
라틴 말로 의미는 Don't applaud. Just throw money라고 한다.
글쎄, 움직이는 저 인간과 환호하지 말고 돈을 던져 버리라는 이 문구의 상관관계는 잘 모르겠다. 내가 해석한게 맞나...? 싶다.
처음 나는 이른 아침부터 왠 거리미술가인가, 했다. 그런데 사람이 올라가기엔 너무 높은 대리석 위에 놓여져 있고, 그 움직임이 계속 반복된다. 사람이 하는 게 아니다.
보시라.
음... 바람이 무척 많이 불었고, 그냥 그 동상이 움직이는게 마냥 신기해서 난 정말 어, 어, 어, 어라, 하면서 마구마구 탄성을 질러댔다. (다시 보니 민망할 정도의 탄성... 정말 놀라워서 그런 것이니..)
10시가 되었다.
테이트로 들어간다.
여기도 이렇게 나무 난간이 있다. 따뜻한 나무 난간.
너무 좋다.
의자도도 나무 난간과 닮아 있다.
나는 테이트에서 런던이 정말 좋았졌다. 테이트를 보면서 런던의 참모습을 본 것 같았다
특히나 나에게 테이트는 자꾸 뉴욕의 구겐하임과 비교가 되는 것이었다. 똑같이 난해한 현대 미술을 다루면서 그 태도가 얼마나 다른지...
1. 우선 건물부터가 다르다.
테이트는 기존의 공장 건물을 사용했다. 그리고 공장 건물의 특성답게 가로가 길다. 숨이 막히지 않는다. 뭔가 여유롭다.
전시된 작품 뒤로는 저렇게 공장 시절이었들 당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기계가 보인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철거하는 것이 돈이 더 많이 들어서 저렇게 놔 둔거 같은데... 암튼 작품 뒤로 보이는 기계는 테이트가 공장 건물이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나 구겐하임? 아마 유명한 건축가가 디자인했을거다. 하지만 나선형으로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그 건물은 뭔가 권위적이다. 들어가면 폭이 좁고, 위로 치솟는다. 오늘 테이트를 보니, 그걸 그냥 "답답하다"고 평가해도 되겠다.
이 나선형을 타고 올라가면서 작품을 보는거다. 그게 전부다.
좁고, 가파른 것이 먼저 뉴욕적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2. 설명 방식의 문제도 있다. 친근한가, 권위적인가의 문제...
전체적으로 구겐하임의 이미지는, 이렇다. "음, 어려워? 어렵지? 그게 현대미술이야. 워낙 그래. 하하하"
테이트의 이미지는 그렇다. "현대미술이 생각보단 어렵지 않아. 봐봐. 이러저러 하거든. 이래서 저렇고 저래서 그렇고, 그래서 이런 거거든"
그건 테이트가 전체적인 맥락과 사조 안에서 그 그림을 자세히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단순히 그림에 대한 설명 뿐이 아니라 그 그림이 나올 수 있었던 사회적 상황과 배경을 설명해주고 그래서 이런 것을 강조하는 이런 그림이 나올 수 있었다고 하니, 미술에 대한 이론적 지식이 19세기에서 멈춰버린 나같은 사람에게는 너무나 이해가 쉬운거다. 현대 미술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구나, 이런 생각을 들게 하는 것이었다.
반면에, 구겐하임은 그저 작품명과 작가의 이름만을 보여줄 뿐이다.
그래서, 난 그 따뜻한 나무 난간과 가로가 넓은 그 공간, 그리고 이해시키고자 하는 설명 방식 때문에 친절한 테이트씨가 너무 좋아지고 그런 친절한 테이트씨가 사는 런던이 또한 좋아지는 것이었다.
테이트에서 내가 사랑한 그림들...여기 클릭~!
점심은 테이트 안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해결했다.
맛있는 샌드위치와 테이트 로고가 박힌 샌드위치 패키지. 샌드위치도 정말 맛있다.
테이트가 좋은 또 하나의 이유는, 그 공간이 너무 아름답다.
그림이 없어도 그 공간 자체가 하나의 그림이다. 노랑, 빨강, 그 선명한 원색...그리고 나무...
그림들을 다 보고 나니, 시간이 4시 정도 되었다.
음, 이 동네 골목길을 다 돌아다녀야 하고, 디자인뮤지엄도 가야하고, 근처 세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에서 하는 5파운드짜리 세익스피어 연극도 봐야하고, 어, 그 연극이 아마 6시 시작이지..? 이러면서 마음이 갑자기 너무 급해진다.
그러나, 다시 생각했다. 난 여길 숙제하러 온 것이 아니라구. 이 세상에 꼭 봐야 할 뭔가라는 건 없다구. 나는 휴식하러 온 거라구. 그냥 릴렉스, 릴렉스, 다시 한번 나에게 주문을 걸면서 나는 전망이 무척 좋다는 5층의 바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호가든 1병을 시켜놓고 맥주가 미지근해 질때까지 천천히 조금씩 홀짝거리면서 테이트를 가면 여기서 맥주나 커피를 마셔야 한다고 강조했던 후배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테이트. 너무나 사랑스러운 테이트. 테이트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테이트에서 산 엽서에, 테이트에서 산 연필깎기로 테이트에서 산 연필을 깎아서 지금 너한테 편지를 쓰는거야...
자, 이제 테이트를 떠난다.
1층에 내려가니 유럽에서 규모가 제일 크다는 미술 전문 서점이 있다. 또 예뻐서 한 컷.
오후 5시...
맥주로 약간 붉어진 얼굴을 썬글라스로 가리고 나는 찬란한 햇볕이 있는 길거리로 나간다. 강을 따라 난 길을 가면서 난 구 런던의 골목골목을 걸어갈 거다.
[6일] 런던6일째, 목적없이 쉬엄쉬엄 쉬는 날 - 초상화 미술관과 길거리 (0) | 2008.10.10 |
---|---|
[5일-2] 런던 5일째, 템즈강을 따라 헤맨 런던의 뒷골목... (0) | 2008.10.03 |
[4일] 런던 4일째, 영국 근위대 교대식과 대영박물관 (0) | 2008.09.22 |
런던의 뮤지컬_Les Miserables레미제라블 (0) | 2008.09.16 |
[3일] 런던 3일째, 내셔널갤러리와 레미제라블 (0) | 2008.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