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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또 걷는 Fes페스의 골목길 - 모로코 여행 일곱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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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모로코 페스 둘째날

오늘은 아지즈가 어디를 다니고 싶느냐고 묻는다. 어제는 메디나의 오래된 대학과 디자인 학교와 고급 리야드와 그리고 고급주택가와 시장과 골목길을 걸어다녔다.

 

나는 페스에 대해 정보가 없이 왔고, 찾아보면 되는 거긴 했지만 오늘도 그냥 이 도시의 골목길을 지도도 보지 않고 가이드만 믿고 졸졸 따라다니고 싶다. 그래서 내가 이 도시의 길들, 사람들이 사는 곳을 그냥 걷고 싶다고 했다. 그는 어제 다녔던 곳이 관광객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었다면, 오늘은 그냥 이곳 사람들이 사는 곳을 데려가겠다고 했다. 혼자서는 절대로 갈 수 없는 곳이라고 했고, 지도를 보고도 갈 수 없는 곳이라고 했다. 가난한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고 했다. 나는 그의 등만 보면서 졸졸 쫓아다녔다.

 

 

 

 

 

 

 

 

 

 

 

 

 

 

 

 

 

 

 

 

 

 

 

 

 

 

 

 

 

 

 

 

 

 

 

 

 

 

 

 

 

 

 

 

그는 우리를 고객이라기 보다는, 동네 친구 대하듯 대했다. 우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거침없이 성큼성큼 앞서 걸어갔다.

 

좁은 골목, 혼자서는 절대로 갈 수 없는 좁고 냄새 나는 골목길. 빛이 안 드는 그 길을 미친 듯이 뛰어다닌다. 시장통, 냄새나는 작은 거리, 먼지 나는 바닥, 쓰레기를 가득 실은 나귀, 구걸하는 눈먼 노인, 계속 누군가를 만나 인사하고 아이들의 머리에 입맞추고 동행하며 떠드는 아지스. 모이를 먹는 닭, 쓰레기를 뒤지는 고양이, 우는 아이와 혼내는 엄마, 배가 갈린 채 누워 있는 물고기.

 

사진을 찍다 정신을 차려보면 코너를 돌아 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럴 때면 저기서 파티마-- 하고 나를 부르는 소리가 난다. 그럼 나는 예스--하고 달려간다. 그는 우리를 일별하고 또 그렇게 성큼성큼 걸어간다. 사진을 찍느라 머뭇거리는 우리를 위한 배려 따윈 없다. 나는 그날 먼지가 이는 어두운 골목길을 뛰다시피 걸어다녔다.

 

 

 

 

 

 

 

 

 

 

 

 

그날 오전, 우리는 페스의 명물이라는 가죽 염색공장도 갔고, 예쁜 도자기를 만들고 파는 곳도 갔었지만 그런 곳은 하나도 기억이 남지 않는다. 오전, 먼지에 발이 새까맣게 된 채, 페스의 이름도 모르는 골목길들을 그렇게 지도도 없이 길을 잃을 염려도 없이 타닥타닥 뛰어다녔던 것만 생각난다.

 

오후에는 페스 근교를 가 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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