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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에서 탕헤르, 그리고 스페인 타리파 - 모로코 여행 여덟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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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페스의 3번째 아침.

 

모로코의 아침은 자동차 소리가 아니라 새 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페스의 마지막 밤은 불안정했다. 모로코가 아쉬워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 곳을 생각하면 불안함과 두려움을 동반한 설레임이 있다. 더 있을까...? 나는 그 결정을 오늘 아침으로 미뤄 두었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기 전 옥상에 가서 큐티를 하고 페스의 이 거리를 이번에는 가이드도 없이 천천히 산책하고 돌아온 후 나는 사막과 이 도시에 대한 아쉬움을 남겨 두고 이번에는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사막도 페스도 절대로 혼자 갈 수 없는 곳이기에 누군가를 의지하고픈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이 독이 될 것 같았다.


 

 

 

 

마지막 아침을 먹는 사이, 이베 아저씨는 분주하다. 우리의 짐가방들을 도르레를 이용해 3층에서 1층까지 내리고, 이것저것 챙기느라 바쁘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베 아저씨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 아침부터 어디선가 페인트칠 작업을 하느라 엉망이 된 차림으로 나타난 세이프딘과도 인사를 나눈다. 그들은 영어를 한 마디도 못 했고 우리는 불어를 한 마디도 못 했지만, 되는대로 했고, 그 불편함은 지금은 기억도 안 날 정도의 불편함이었으며, 나는 이 곳이 좋고 또한 바지런 바지런 칠부 바지의 이베 아저씨와 순진청년 세이프딘이 좋아서 다시 이 곳을 찾고 싶었다.

 

 

 

 

 

 

페스의 기차역. 우리는 어제 여길 들러 탕헤르Tanger까지의 기차표를 사 두었다. 4시간을 다시 북쪽으로 달려 항구 도시 탕헤르에 도착하게 되면 우리는 배를 타고 스페인으로 넘어간다.

 

 

 

 

 

 

 

 

 

 

 

 

탕헤르 기차역에 도착해 info 센터로 달려갔다. 우리는 여기서 1박을 할 생각이기는 했지만, 숙소를 예약하지는 않았다. 인포센터 직원은 우리의 최종 목적지가 스페인이라고 하니까 Tarifa타리파로 가는 마지막 배를 탈 수 있을 거라며 빨리 가라고 한다.

 

탕헤르에서 배를 타고 스페인으로 가기 위해서는 2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Algeciras알헤시라스 가는 방법과 Tarifa타리파로 가는 방법이다. 사람들은 알헤시라스로 가는 것을 더 많이 선호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그 이후의 교통편 - 론다나 네르하 같이 해안 도로를 따라 난 안달루시아 지방의 다른 도시를 가는 교통편이 더 편리하게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특색 없는 알헤시라스보다, 타리파를 꼭 가고 싶었다. 타리파는 소설 연금술사의 배경이자, 그 모험의 시작점이 되었던 장소이다. 연금술사의 주인공 산티아고는 이 타리파에서 꿈을 꾸었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배를 타고 모로코로 갔고 - 아마도 탕헤르일 것이다 - 그리고 사막의 도시로 갔고 - 아마 내가 갔던 메르주가일지도 모른다, 다시 이 도시 타리파로 돌아오는 이야기이다. 스토리가 있는 도시는 매혹적이다.

게다가 타리파 이후의 우리의 여정은 Sevilla세비야. 타리파에서 세비야까지 가는 버스도 있으니 문제 될 것도 없다.

 

타리파로 가는 배 시간은 간당간당. 우리는 택시를 탔고, 우리보다 배편의 시간에 빠삭한 기사는 우리보다 더 맘이 급하다. 택시를 내리자마자 넓은 선착장을 냅다 달렸다.

 

 

 

 

 

몇 사람이 달라 붙어, 수속을 도와 주었다 - 물론 팁을 주어야 한다. 티켓을 사고, 출국 서류를 작성하고, 출국 심사대를 거쳐 배를 탄다.

 

 

 

 

 

 

 

 

 

배가 출발하자 나는 여러 명을 떠올리며 인사를 했다. 안녕, 아브라함, 무스타파, 하산, 아지스, 이베, 세이프딘. 그리고 안녕, 파티마. 

지도가 있어도 혼자 다닐 수 없는 이 사막과 미로는 누군가를 의지하게 만들었지만 나는 이제 지도를 보고 혼자 돌아다닐 수 있는 스페인으로 간다. 스페인이 자유일 수 있는 이유는, 글쎄, 나에게는 혼자 다닐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앞으로 다시 찾을 모로코에서 내가 다시 파티마로 돌아갔을 때는, 내가 의지하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의지가 되는 그런 사람과 함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나는 아쉬움 없이 멀어져가는 모로코를 바라보며 스페인의 자유를 기대하게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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