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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3일 사막투어, 드디어 모래사막으로 - 모로코 여행 넷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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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여기는 고지 다데스의 호텔. 사막투어 이틀째이다. 전날 아침부터 밤까지 10시간 넘게 달렸다. 사막의 호텔이라고 해서 나는 황량한 벌판의 inn 같은 허름한 곳이라고 생각하고 별 기대는 없었는데, 고지 다데스는 차로 약 1시간 30분 정도 규모의 큰 마을이었고, 호텔 또한 무척 아기자기하고 기대 이상이었다. 정원이 있고, 아이들을 하늘 높이 안아주며 장난을 치는 유쾌한 젊은 직원들이 있는 호텔이다.

 

큰 도시라 그런지, 사람들의 입성이 달랐다. 깨끗한 셔츠와 바지를 입은 키 큰 남자들이 상점을 지켰다. 책가방을 맨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학교로 가고, 젊은 여자들은 색깔이 예쁜 긴 옷자락을 휘날리며 재잘거리며 지나간다. 이 사막 한 가운데,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것이 왠지 큰 위로가 되었다. 붉은 사막의 흙으로 만든, 붉은 벽의 집들은 단단하고 견고해 보였다.

 

 

 

 

 

 

 

다시 시작된 여정. 또 승합차는 달리고 달린다.

 

 

 

 

 

 

 

 

사막의 모래 바람을 막기 위해서는 이렇게 무장을 해야 한다고 가이드였던 아브라함은 이렇게 하나하나 우리에게 두건을 싸매 주었다. 입을 가리는 방식이 사막의 베르베르족 특유의 방식이라고 했다.

 

 

 

 

중간에 들른 티너리흐 마을. 사막 한 가운데 이런 숲과 시내가 있을까 싶다. 여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패키지 투어에서 빠지지 않는 쇼핑 코스다. 숲길을 따라 걷다보면 양탄자를 만들어 팔고 있는 베르베르족의 양탄자 가내수공 공장이 나온다.

 

 

 

 

 

 

 

 

 

 

 

 

 

 

 

 

 

 

 

 

 

좁은 방에 옹기종기 둘러 앉아 있으면, 베르베르족의 사내가 들어와 양탄자 제작 과정을 설명해 주고, 여러가지 종류의 양탄자를 펼쳐 든다. 견물생심.

 

 

 

 

 

 

 

 

 

 

 

계속 되는 가격 실랑이와 끈질긴 설득. 우리를 포함해서 동행했던 모든 팀들이 양탄자를 하나씩 구매했다. 비밀스런 표정으로, 너한테만 제공하는 스페셜 프라이스라며 귓속말로 네고된 가격을 속삭이는 베르베르 남자의 은밀하고도 과장된 표정이라니... 나는 웃음이 절로 났다. 세 팀에게 모두 판매 완료하였으니, 그는 참으로 위대한 장사아치였다. - 선배 언니는 선인장에서 뽑은 실로 만든, 시원해 보이는 여름용 양탄자인 칵투스 양탄자를 3개 정도 샀던 것 같다.

 

 

 

 

 

 

그리고 나서 점심을 먹기 위해 들렀던, 약 1시간 정도 코스의 계곡 트래킹.

 

 

 

 

 

 

 

 

 

 

 

  

 

 

 

 

달리면서 돌은 점점 크기가 줄어들고, 흙은 점점 부서져간다. 이제 모래 사막이 가까워진 모양이다. 나는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흙더미와 먼지들 속에서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벽만 남아있는 집들을 지나쳐왔다.

흙먼지 가운데 남자들이 앉아 있었고, 도대체 어디서 나왔는지 알 수 없는 아이들이 뛰어나디고, 청년은 낙타와 염소를 몰고 있었다. 그곳을 바라보면서 나는 왠지 안타까웠다. 그들의 집은 어디일까. 나는 죽어도 못 살 것 같은 이 동네에 사명을 가지고 와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어느 덧 해가 져 간다. 포장 도로는 벌써 끊어지고 모래 길을 달린지 좀 지나지 않아 모래 언덕의 호텔에 도착했고, 호텔에 짐을 두고 간단히 여장만 꾸린 채 사막을 향해 간다. 어두운 밤. 낙타를 타고 1시간 정도를 불빛 하나 없는 어두운 사막을 걷는다. 바람이 만들어낸 모래언덕과 산을 낙타는 철퍽철퍽 소리를 내면서 휘청거리며 걷는다.

무스타파가 이끄는 일곱 마리의 낙타. 재잘거리던 Hena와 Dominic도 말이 없어 조용해진 모래 사막. 초생달이 환하고 달빛이 만들어낸 우리의 그림자가 모래에 비친다.  

 

 

 

 

 

 

이렇게 한밤중에 모래 사막을 건너게 될 줄이야. 우리가 늦긴 늦었다. 낙타는 어두우면 움직이질 않는다고 무스타파가 서둔다. 길을 가는 중에 해가 졌지만, 낙타는 계속 움직인다.

 

나는 또 아라비안나이트의 한 장면으로 점핑한다. 또는 연금술사의 한 장면이다. 도적떼와 무기를 든 전사들의 싸움터를 피해 우리는 이렇게 한밤중에 이동한다. 불빛과 이정표 하나 없는 이 길을 무스타파는 거침없이 걷는다. 아마도 그의 아버지에게 배운대로 별빛을 의지해 방향을 잡아 가는 건지 모르겠다.

 

도대체 얼마나 더 걸어야 우리가 머물 텐트의 불빛이 나오는 것일까, 절망이 될 무렵, 갑자기 반짝, 하고 눈 앞에 불이 켜진다. 무스타파가 이렇게 낙타를 이끌고 오는 동안, 그의 짝인 하산은 이렇게 어둠 속에서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산이 준비해 놓은 음식을 먹고, 우리는 모래 언덕을 향해 올라간다.

 

 

 

 

 

별빛에만 의지해야 한다. 모래 언덕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힘들다. 앞은 잘 보이지 않고, 발은 푹푹 빠지고, 중심 잡기가 어렵다. 나는 여러번 넘어졌고, 하산의 팔에 매달리시다시피 겨우겨우 올라갔다. 

 

우리는 모래 언덕에 앉아 처음에는 쏟아질 것 같은 별에 집중한다. 달은 구름에 가리워져 별이 더욱 빛난다. 이렇게 많은 별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밤의 세상은 워낙 이렇게 어두운 것이었구나. 나는, 마치 난생 처음 밤을 맞는 사람 같다. 그리고 별은 이렇게 반짝이는 것이었구나. 어두워야 별이 빛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는 거구나...

 

그리고는 곧, 한 없이 고요한 사막에 집중하게 된다.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는 한없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사막의 어둠. 그 다음에는 곧, 사막의 바람에 집중하게 된다. 조용하고, 부드럽고, 변함없는 강도로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사막의 바람. 강했다가 약했다가 하는 것도 아닌, 마치 선풍기의 미풍처럼 한결같은 이 바람은, 어딘가에서 나에게 무언가를 실어오고 있는 것 같다. 연금술사의 책이 말했다. 사막의 바람은 항상 무언가를 데려오고 실어준다고... 책은 말했다. 그것은 자아의 신화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이에게 전달되는 사인sign이기도 하고, 먼 곳에서 벌어지는 전투의 피비린내 이기도 했고, 멀리 두고 온 사랑하는 여인의 입맞춤이기도 했다.

 

무스타파와 하산은 사막의 남자일 터이다. 어둠 속에서 휘청거리는 우리를 잡아 준 손은 두툼했고, 누군가의 날라간 스카프를 잡으러 간 발걸음은 탁탁탁, 잽쌌다. 하산은 영어를 잘 못했다. 나는 의사소통의 목적을 떠나서 그들의 유창한 아랍어를 듣고 싶었다. 영어로 할 때의 수줍어하고 소심한 모습 외에 다른 모습이 나올 것 같았다.

나는 무스타파와 하산에게, 파울로 코옐료라는 브라질 사람이, 당신들의 사막과 베르베르족의 이야기를 소설로 썼다고 말해 줬다. 그 책을 통해 나는 '마크튭'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고 말해 줬다. 그들은 놀라운 표정을 지으면서, 인샬라를 말하는 사람은 있지만, 마크튭을 말하는 사람은 처음이라며 내가 Fatima 같다고 말했다. 어머, 그 책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 이름이 파티마란다. 그들은 베르베르족의 대표적인 이름으로 여자는 파티마 베르베르이고 남자는 모하메드 베르베르라고 했다. 아마도 베르베르의 김철수, 이영희가 아닐까... 

 

 

 

 

어두운 밤에 등대 처럼 우리를 인도해 주었던, 두툼한 손과 잽싼 발, 그리고 사막의 어둠에 익숙한 눈을 가진 사막의 남자들은, 다음 날 아침이 되자 다시 영어가 서툰, 사막 밖의 세상을 궁금해하는, 수줍은 18살의 소년들이 되어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사막의 어둠과 별과 바람이 주는 무슨 마법같은 환상과 변신이 아니었을까... 나는 생각하게 되었다.   

 

 

사막으로 향하는 길의 바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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