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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파리 6일째, 에펠탑, 베르시 공원과 마레지구, 그리고 퐁피두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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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6일째.

에펠탑, 베르시 공원, 마레 지구, 그리고 퐁피두 센터

 

오늘은 월요일. 아침 거리는 약간 축축하고 쌀쌀하다. 8월 마지막 주 월요일. 에펠탑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만난 출근길의 파리 시민들은 모두 두툼한 겉옷을 입고 있다. 오늘은 파리의 마지말 날. 내일 아침 비행기를 타고 나는 한국으로 돌아간다. 

 

 

 

 

에펠탑 앞에서, 나는 어제 샀던 Paul의 파이와 커피로 간단히 아침 식사를 했다. 벌써부터 에펠탑에 오르려는 관광객들의 줄은 꽤 길다.

 

 

 

나는 에펠탑에서 바라보는 파리 시내의 전경은 나중의 파리 여행을 위해 남겨두고, 오늘은 그냥 샤이오 궁까지 천천히 걸어가 거기서 바라보는 에펠탑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30-40분 거리에 있는 베르시 공원 Parc de Bercy를 산책하기로 한다. 함께 숙소를 썼던 아름이가 여행 책자에 있는 튈를리 공원을 다녀온 후, 여긴 왠지 내가 그리 좋아할 것 같지가 않다며, 베르시 공원을 가라고 추천해 줬다. 튈를리 공원은 관광지이고, 베르시 공원은 그냥 파리 시민이 좋아하는 공원이라고 했다. 베르시 공원 근처엔 국립도서관도 있다.

 

내가 지나간 지하철 역들....

 

 

 

 

 

 

 

 

런던에서, 하이드 파크보다 버킹검 궁전을 끼고 있는 세이트 제임스 공원St. James Park가 훨씬 매력적이었던 것과 비슷하게,

파리에서 나는 관광 책자에 있는 튈를리 정원은 미처 가지 못했지만, 아쉽지 않을 정도로 베르시 공원이 너무 좋았다. 마치 내가 프랑스의 어느 시골에 와 있는 것 같은 소박함이 좋았다. 게다가 오늘은 월요일 오전. 아무도 없는 텅빈 그 공원을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조용히 산책한다.

 

 

 

 

 

 

 

 

 

 

 

 

 

 

 

 

 

 

 

 

나는, 베르시공원에서 세느 강을 건너, 국립도서관까지 천천히 걸어간다.

 

 

 

 

 

 

 

다리는 이층으로 되어 있고, 나는 벤치가 있는 아래 다리에 앉아 강을 바라보며 이것저것을 쓴다. 나무 바닥이 따뜻하다. 여행이 끝나간다. 오늘이 긴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한국에 돌아가면 바로 그 이튿날, 나는 새로운 곳으로 출근하게 된다. (여행지에서의 단 하루도 아까워 내가 무리하게 짠 일정이다.)

 

생각보다 아쉽지도 않고, 생각보다 두렵지도 않다. 여행 기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울기도 했고 마냥 들떠 기분 좋기도 했고 너무 피곤하고 지쳐서 어지러울 때도 있었다. 후회되는 일도 있고, 실수도 했다. 이렇게 했었어야 했던 일도 있고,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던 것도 있다. 외롭고, 춥고, 배가 고프기도 했고, 사람들과 어울려 감사했던 적도 있었다. 그 누구와도 말조차 하기 싫었던 적도 있었고, 너무 외로워서 더욱 더 혼자 있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맥주와 와인, 샴페인과 샹그릴라를 마시고 에스프레소와 무수히 많은 커피를 마셨다. 감사한 것은 이제 한국에 돌아가는 것이 두렵지 않다. 새로운 시작이다. 나는 잘 될 것이다..라고, 이유를 알 수 없는 긍정의 글을 포함해 나는, 긴 글을 노트에 남겼다.

 

세느 강을 바라보며, Pass de Beauvior 한 가운데 벤치에 앉아...

 

 

 

 

국립도서관.

 

 

 

 

 

 

 

둘째날 찾았던 마레 지구를 다시 갔다. Saint Germain으로 갈까, Marie로 갈까, 점심을 어디서 먹을까 고민했다. 대학로를 갈까, 삼청동을 갈까와 같은 고민이다. 나는 삼청동을 가기로 했다. 마지막 점심은 시끌법적한 젊음의 거리보다, 좀더 우아한 곳에서 하고 싶었다. 그래서 간 곳이 마레 지구에 있는 Chez Janou 쉐자누.

 

 

  

 

 

 

 

고트치즈가 얹어진 토마토와 흰살 생선 요리. 14.5유로. 한국도 스파게티 하나에 1만5천원씩 하는 나라가 아닌가. 맛도 최고였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너무 좋다.

레스토랑에 온 사람들이 서로의 친구들을 반기며 소란스럽게 인사를 한다. 나도 한국에 들어가면 친구들과 저렇게 소란스럽게 인사를 하겠지? 기분에 취해 샴페인 한잔을 시켰다. 고작 샴페인 한 잔이 밥값보다 많이 나왔지만, 맛있는 요리와 정겨운 분위기에, 나중에 여길 또 와야지 하고 마음먹게 됐다.

 

쉐자누는 마레지구, 보주 광장의 뒷편에 있다.

 

 

 

둘째 날 마레 지구를 들렀을 때 인상적이었던 샵이었다. 만화영화 속 주인공의 빨간망토와 같은 컨셉으로 칠순의 할머니가 손수 만든 아이들 옷을 팔고 있다. 나는 우리 조카 주현이를 위해 이걸 선물해야겠다 싶었다. 주현이가 빨간 망토를 입으면 얼마나 예쁠까, 상상하면서 그날은 일정이 있으니 짐을 들고 다니기 어려울 터, 나중에 다시 와야지 하고 여길 다시 들렀는데.. 오늘은 월요일. 샵이 닫혀있다. 나는 쉐자누와 함께 나중에 파리를 온다면 꼭 여길 다시 들러야지 마음먹었다. 

 

 

 

 

퐁피두 센터에 들러, 3시간 남짓 그림을 보았다. -- 난 여기서도 테이트 생각을 했다. 런던의 친절한 테이트씨. 퐁피두 센터에서의 그림은 아름다웠고, 시간 가는 줄 몰랐으나, 친절한 테이트씨와 비교되었다. 단순히 영어 설명이 없어서가 아니다. 퐁피두의 화가 샤갈, 그리고 퐁피두에서 내가 본 그림은 여길 클릭.

 

 

 

 

 

 

 

 

 

파리 한 복판에 걸려 있는 홍상수 감독의 해변의 여인 포스터.

 

 

 

 

지하철을 타고 돌아가는 길.

파리의 지하철은 그 어느 도시와는 다르게 - 그래봤자 내가 지하철을 탄 도시는 런던과 빈 정도긴 하지만 - 자동문이 아니다. 지하철이 멈추면 저 손잡이를 덜컹하고 돌려야 문이 열린다.

처음엔 낯설었는데 그 다음에는 그게 재밌어서 내가 내려야 할 역 쯤에서는 남들이 먼저 그 즐거움을 채갈까봐 나는 항상 문가에 서서 저 손잡이를 덜컥, 하고 돌리곤 했다. 마지막 날, 숙소로 돌아가면서, 나는 그게 또 아쉬워 지하철 손잡이 사진을 찍고는 내릴 역에서 덜컹,해야지 하면서 지금 그 즐거움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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