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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1] 런던 7일째, 런던 남쪽의 조용한 마을 Rye라이

낯선 곳에서 놀기/2008 이루어진 유럽여행

by sundayeunah 2008. 10. 15.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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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날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그러니깐 나는 이날 하루동안 엄청나게 울었고, 폭풍의 언덕을 생각했고, 3년 전 친구에게 선물받은 5파운드짜리 bill을 여기에 놓고 왔고, 많은 생각을 했고, 맛있는 음식을 혼자 먹었고, 미친듯한 바람을 맞았고, 아무 준비와 정보 없이 되는대로 막 돌아다녔고, 4명의 친구에게 엽서를 썼고, 과거의 나를 만났다.



나에겐 런던에서 살았던 2명의 친구가 있다. 그들 중 한 명은 여기에 가라고 했고, 나머지 한명은 런던에서 살았음에도 여기가 어딘지 몰랐다.

 

하루쯤은 런던 교외를 가고 싶었다. 캠브리지와 옥스포드를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내가 그 대학을 지금 갈 것도 아닌데, 내가 그곳에서 나의 꿈과 목표를 다시 한번 되잡아야 하는 고등학생도 아닌데, 굳이 거기를 가고 싶은 마음이 별로 들지가 않았다.

누군가는 코츠월드를 가라고 했다. 사진으로 보니 예뻤다. 가 본 사람들이 좋다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냥 나는, 나를 아는 누군가가 내가 가면 좋을 것 같다는 그 곳을 그냥 가 보고 싶었다. 민박집에서 만난 사람들이 거길 도대체 뭐 볼 것이 있어서 가느냐고 안타까워했다. 맞다. 그렇다. 그러나 나는 너무나 좋았다. 얼마나 좋았느냐면 나중에 또 가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나중에 또 가면 여길 가야지 하고 리스트업을 해 놓을 정도로 좋았다. 나의 기억을 묻고 와서 좋았고, 묻었던 기억을 파낼 수 있어서 좋았다. 이건 정말 너무도 개인적인 여행이어서 좋았다.



2008년 8월 1일 금요일
빅토리아 스테이션 오전 8시 20분
.
 
창구 직원은 Staff in training이었다.

창구 앞에는
Staff in training
Your paitence appreciated
라고 쓰여 있었다. 뒤에는 가르치는 직원이 무서운 얼굴로 앉아 있다. 오, 내가 어려운 고객이긴 했다. 카드로 한다고 했다가 다시 현금으로 한다고 했다가, 알고보니 5분 뒤 떠나는 기차를 타야 하는 고객..? 직원의 손이 바르르 떨리며 뭐라고 설명을 하려는데 뒤에 앉은 가르치는 직원이 하도 답답한 나머지 나서서 나한테 말한다. 9번 플랫폼에서 타야 하고 너 빨리 가야해 지금! 5분 뒤 출발하는 기차란 말이야.

난 그냥 고맙다고 하고 뒤돌아섰지만, 음, 미처 그 직원에게 하지 못했던 말이 아쉬웠다. 걱정마... 그리고 고마워... 나도 어딜 가면 Your patience appreciated야. 나도 영어 대따 못하거든. 그래서 너의 영어 정도는 내가 충분히 appreciated할 수 있다구!


5분 남았다는 소리에 커피도 없이 기차를 탔다.


기차는 무슨 문제가 있는지 계속 출발할 생각을 안하더니, 결국은 다른 기차를 타야 한다며 차장이 우리를 안내한다. 나를 비롯, 제 3국에서 온 것 같아서 불안한 시선을 교환하는 사람들은, 그러니깐 Paitence appreciated한 우리들은 차장의 안내를 따라 다른 플랫폼으로 간다. 우리는 서로 계속 불안해서, 난 롸이 가는데 넌 어딜 가니? 너도 거길 가니? 그럼 우리 같은 방향인 거지? 이런 말을 주고받으며 위안 받으며 차장을 따라 간다. 그리고 드디어 열차는 출발한다. 망할, 커피도 없이...



영국의 기차..






자, 런던의 기차는 중간에 막 내리고 다시 타도 된다. 그러니깐 내가 부산까지 가는 티켓을 끊었다면 중간에 대전에 내렸다가 대구에서 내렸다가..기타 등등 막 내렸다가 다시 타도 된다는 거다. 미리 알았더라면 좀더 새벽같이 출발해서 브라이튼Brighton에 내려서 시내 구경을 더 했을수도 있었겠다.



2008년 8월 1일 금요일
Brighton 오전 9시 50분


나는 Rye에 가기 위해서는 Brighton에 내려 30분을 기다린 후 다시 Rye행 기차를 타야 한다. 시간이 빠듯해 시내 구경은 못하고 그냥 커피를 산 후 Rye행 기차에 올랐다.


런던의 남쪽, 대성양을 맞닿아 있는 바닷가 마을, Rye롸이 가는 길...



 


 








사진 몇 장 올려보지만 다 소용없다.
그날 내가 찍은 동영상... 그리고 기차가 달리는 소리... 이 동영상을 보면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2008년 8월 1일 금요일
Rye 도착 오전 11시 40분



여기는 대서양을 맞닿아 있는 런던 남쪽 작은 마을, 라이.
중세에 외적을 물리치기 위해 만든 성벽도 있고 돌길과 교회의 시계탑은 12-13세기 중세의 느낌을 그대로 전해준다.















오래된 이 마을은 우리나라의 오래된 마을같이 왠만한 가게집 이름에 다 Rye가 들어가 있다. 그러니깐 라이 서점, 라이 베이커리, 라이 잡화 등등이다.











조그만 마을에 서점이 많다. 멋지다.^^














파리채를 파는 잡화점 앞에서... 너무 재밌있어서 한 컷.







그리고 소박한 빵집...










저기 보이는 것이 St. Mary's Church성 메리 교회다.
지어진 지 900년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깐 1100년 경에 지어진 아주 오래된 교회.











교회의 꼭대기에 2.5파운드인가를 주고 올라가면 이 작은 마을의 전경을 볼 수 있다.

















교회 지붕 꼭대기에서 내려와
교회 근처, 오래된 무덤과, 조용한 골목길을 돌아다닌다.
 
이 조용한 마을에는 오직 바람, 바람, 바람 뿐이다. 그리고 갈매기 울음소리.

 










 







사람 소리는 들리지 않고 오직 바람소리만이 전부인 이 마을을 나는 걸어다닌다. 바람이 정말 심하다.










마을의 조용한 돌길.




















너무나 하늘이 푸르른 날.
아기자기한 마을 전경.







 










2008년 8월 1일 금요일
Rye의 어느 조그만 여인숙 겸 레스토랑, Union Inn
오후 1시 30분



숙제를 하러 온 것도 아니고,
시간 계산을 해 가며 바삐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동네이므로 
어느 조그만 레스토랑에 들어가 노닥거리기로 했다.

느긋한 점심식사.







오늘은 starter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새우 요리. 이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려고 한다.





 

메인 요리로 시킨 가정식 스테이크. 
아무리 내가 런던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런던에서 머문 내내 사실 나는 샌드위치 종류를 제외하고는 그닥, 영, 좀, 암튼 그랬다. 하지만 먹을만은 하다. (음식은 역시 파리이긴 했다) 



 


 

여기가 유니온 인. 반갑다~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동네를 걸어다니다 슬슬 기차역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서 본 어느 사진관.
촌스러운 듯한 오래된 결혼사진들이 정겹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 나왔던, 군산에서 촬영했다는 한석규의 낡은 사진관이 떠올랐다. 참 좋은 영화였다.



괜히 센치해져서 한 컷~






2008년 8월 1일 금요일
Rye의 기차역, 오후 3시 쯤?



나는 Hastings헤이스팅스로 간다. 라이에서 기차로 25분 거리. 대서양에 바로 접해 있는 해변마을이라고 했다. 헤이스팅스의 오후는 여기

런던에 가는 길에 Hastings가 있고, 런던 가는 길에 그 어떤 곳에서도 내려도 된다. 런던<->라이가 왕복 25파운드 쯤 했었다. 런던 기차표가 비싸다고 해서 엄청나게 비싼줄 알았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나았다. 게다가 중간에 원하는 모든 곳에서는 내릴 수가 있으니 말이다.







라이, 참 고요하고 조용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동네였다. 그곳에서의 오후는 참으로 휴식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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