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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프라하 3일째, 여전히 점령당한 프라하

낯선 곳에서 놀기/2008 이루어진 유럽여행

by sundayeunah 2008. 11. 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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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4일(월) 
프라하 시내




오늘 하루는 여유롭게 프라하를 돌아볼 생각.
월요일이니깐 토요일 밤의 그 어수선했던 프라하와는 좀 다르겠지, 란게 나의 생각이었다.


아침 일찍, 하벨마켓Havel Market으로 갔다. 기념품을 사려면 여길 가야 한다는 민박집 아주머니의 말을 좇아서였다. 정말, 기념품을 사려면 여길 가야한다. 싸고 물건이 많다. 그리고 시내 주요 관광 명소 가는 길목에 있다.




 




















박수를 치면 마귀할멈 인형이 괴괴한 웃음소리를 내며 막 흔들며 웃는다. 지금 생각만 해도 너무 재밌다.







그런데,
프라하와 나는 정말 궁합이 맞지 않는다.
짐을 들고 다니는게 싫어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 조카 주현이 선물을 사야지 했다. 근데 여기는 6시에 문을 닫는다. 그래서 시장이 문을 닫는 바람에 선물을 못 사고야 말았다.

겨우겨우 짐을 정리하고 있는 가게에 하나 들어가 현정이 부탁했던 나무로 된 예쁜 냉장고 자석을 겨우 하나 건질 수 있었다.




월요일인데도, 여긴 여전히 관광객들로 점령당해 도시 곳곳이 북새통이다.
줄을 서서 가야 하는 도시.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이 사람들을 "흑형들"이라고 부르는데 웃겨서 죽는 줄 알았다. 흑형이라니. 하하하







까를교...







물론, 이런 낭만도 있지만....
혼잡함에도 정도가 있다. 나는 피곤하다. 






그래서 나는, 존 레논의 벽에 가서...






이렇게 썼다.
유치한 짓이지만, 내 심정은 정말 그랬다.







내가 프라하를 다시 오게 될 것 같지 않은 이유는 단순히 혼잡해서, 관광객이 많아서가 아니다. 관광객의 혼잡함으로 따지면, 런던은 어떠한가 말이다.

문제는 여기는 런더너가 없다는 것이다. 런던에는 런던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도시에서, 펍에서, 곳곳에서 보인다. 그 도시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겠다. 하지만 프라하에선.... 난, 프라하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느낄 수가 없었다. 모든게 관광객을 위한 것으로만 보였다.

저녁에 혼자 밥을 먹으러 나갔다가 - 왜냐면 프라하의 마지막 밤에 혼자라고 아무거나 먹고 싶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 2시간만에 식은 피자를 사 들고 그냥 숙소로 돌아왔다.

- 번화가를 가긴 싫어 한참을 헤맸지만 레스토랑을 못 찾았고... 차이니스 레스토랑 말고는 없지만, 여기서 거길 가긴 싫었다. 
- 결국은 관광객이 드글거리는 번화가를 갔는데 마땅한 조용한 레스토랑도 없고
- 내가 미쳤지, 무슨 조용한 레스토랑을 찾아! 하며 레스토랑을 찾았지만
- 혼자 간 나를 마다하는 1군데의 레스토랑과 들여보내주기는 하지만 나에게 주문을 받으러 오지 않고 나를 구석에 쳐박아 놓는 2군데의 레스토랑에 화가 나서 그냥 나와 버렸기 때문이다. 


레스토랑을 찾으며 생각했다.

저 징글징글한 환전소. 여긴 그런 도시야. 환전소가 레스토랑보다 더 많은 그런 도시. 주말에는 독일에서 젊은이들이 나이트를 가기 위해 몰려드는, 나이트에서 들려오는 쿵쿵거리는 음악소리가 까를교 거리 악사의 음악 소리를 훨씬 능가하는, 이제는 그런 도시가 된 것이다.


민박집 아주머니가 그랬다.
여긴 번화가라 그렇다고. 한국으로 치면 삼성동이라고.

하지만 난 생각했다. 삼성동이 아니라 송추 유원지라고.

삼성동에는 삼성동을 삶의 터전으로 사는 도시의 사람들이 있다. 전 세계 관광객들이 버글거리는 런던은 어떤가, 뉴욕은 어떤가. 거긴 거길 삶의 터전으로 사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하지만 송추 유원지 같은 프라하는 관광객이 메뚜기 떼같이 휩쓸고 지나가면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는, 상처받고.. 외부의 힘에 휘둘리는.. 자기 힘을 가지지 못한 그런 도시 같았다.  


그래서 난, 과연 프라하를 다시 갈까 싶다. 

게다가, 갑작스런 비도 피할 겸,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레스토랑에서 마신 커피에서, 나는 떠나온 도시 런던이 너무나 그리워지는 것이었다.



멀건, 맛없는 커피.

  






프라하 성에서 본 전경.








내 상상속의 경찰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프라하의 경찰. 








그리고 황금소로The Golden Lane.















내가 가지고 있는 프라하에 대한 환상은 프라하의봄, 그리고 황금소로, 그리고 일본 만화 몬스터의 배경이었던 '체독교의 개구리'가게가 있던 그 프라하였다는 점을 인정해야겠다. 그건 환상이었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난 그 환상이 내 머릿속에만 존재했던 프라하였지 현실의 프라하는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또 하나 부끄럽지만 고백해야 하는 것은, 내가 카뮈와 카프카를 헷갈렸다는 사실이다. 난 어린시절 읽었던 카뮈의 이방인을 사랑한다. 그리고 그걸 내멋대로, 내 머리속의... 에너지 넘치고 따뜻한 햇살로 가득찬 황금소로와 연결시키면서, 나도 모르게 여기가 카뮈의 고향이라고 생각하게 된 거다. 



하지만 카프카의 뮤지엄에서 2시간을 보낸 후,







작가를 닮아 우울하고 사이코틱한 분위기가 넘쳐나는 그 뮤지엄에서 나는 아무래도 이상했다. 이건 내가 아는 카뮈의 느낌이 아닌데... 내가 너무 오래전에 책을 읽어서 그런가. 그리고는 악, 하고는 알았다. 모야 이건 성Castle의 그 카프카잖아.



카프카가 그린 드로잉. 이건 인상적이긴 했다.






카프카가 태어난 황금소로에 있는 집.





황금소로의 집에서는 카프카의 책도 판다. 내가 지금 서 있는 길거리가 책 속에 들어가 있다.




프라하 성에서 내려가는 길.

 





내려가는 길에 있는 공원에서 잠시 숨을 고르다.
도시에는 이런게 필요해. 이 공원마저 없었으면, 난 프라하에서 너무 힘들었을 거다.





레스토랑에서 푸대접을 받은 채, 핏자 조각이나 사 들고 숙소에 들어와서, 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도시의 관광정책이란 어떠해야 할 건인지, 난 이 도시를 왜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것인지, 우리 나라는 외국인들이 보기엔 어떤 도시인지...



그리고 오늘 사 온 것들을 침대에 펼쳐 놓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는 뜬금없이...아무리 프라하를 다시 오게 될 것 같진 않지만, 적어도 이 민박집은 최고다, 라고 생각하며 다시 사진.







민박집 창문에서 보이는 도심 전경.




나는 내일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4시간을 달려 빈으로 간다.

잘 모르겠지만, 이 도시를 떠나는 것이 좋을 뿐이다. 빈이 이 도시 같지만 않았으면 좋겠지만, 한번 상처받은 나의 마음은 내일을 생각하며 불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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