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3일(일) 오후 8시 체스키크롬몰로브Cesky Krumlov -> 프라하Praha 가는 기차 안에서.
난, 감히 여기서야, 내가 체코에 있었음을 실감한다.
그 이유는, 내가 준비부족으로 인해 미리 돌아오는 버스표를 예매하지 못했고,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사람들이 잘 타지 않은 기차를 탔기 때문이기도 하고, 체스키크롬몰로브라는 작은 도시의 매력에 푹 빠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는 체코. 프라하가 아닌 체코. 덜커덕거리는 기차는, 낡은 아주아주 낡은, 먼지가 폴폴 날리는 기차다. 기차는 이름이 낯선 Tarbot같은 역들을 마구 지나, 프라하로 간다. 영어는 통하지 않는다.
2008년 8월3일(일) 오전 9시, 체스키크롬몰로브로 가는 플로렌스 버스 정류장.
나와 같이 체스키크롬몰로브로 가면서 과감히 버스 티켓을 예매하지 않은 친구를 민박집에서 만나, 둘이 걱정을 마구 하며 버스 터미널에 도착. 여러 버스 회사를 돌아다니다 겨우 티켓을 구하다. 지금은 성수기다. 그래서 체스키를 가려는 사람은 꼭 버스 티켓을 예매해야 한다. 나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아기자기한 체코의 작은 도시. 체스키크롬몰로브. "카드로 만든 집" 같이 온 도시가 입체적이다. 입체파 화가들이 좋아할 배경을 가졌다.
내가 좋아하는 화가인 에곤 쉴러가 여기서 잠시 머물러 그림을 그린 적도 있다. 에곤 쉴러의 어머니 고향이 여기이기 때문이다.
파란 하늘에, 또릿한 공기. 그 모든게 기분이 좋다.
벽돌이 아니라, 그린거다. 근데 너무 입체적.
체스키 성에 오르는 길.
체스키에서 하루 묶을까 했었는데, 유랑의 글을 보니 체스키 돌길에 캐리어를 끌고 다니기가 너무 어렵다고 해서 포기했었다.
그러나, 캐리어 끌고 다니는게 미친듯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가능하다. 힘들지 않다. 거기서 하루 묶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너무 아쉬웠다.
여행길에 만난 후배가 묶었던 호스텔에 잠시 들었었는데, 너무나 아기자기하고, 멋스러웠다. 꼭 하룻밤 묶고 싶은 호스텔! Hostel Postel. 그 앞엔 강물이 흐르고, 늦은 오후 수영을 하며 물놀이를 즐기면 좋았겠다. 어스름 저녁에는 석양을 보면서 맥주 한잔 하고 앉아 있으면 딱이었겠다. 아쉽다.
그 앞집도 호스텔인데, 색깔이 예뻐서 한 컷.
운 좋게 강변의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았다.
프라하 민박집에서부터 동행했던 형태와, 체스키에서 만나게된 윤희와 은림 일행과 함께 했다. 윤희와 은림은 나처럼 프라하로 돌아가야 하는데, 우린 지금 현재 버스티켓이 없다. 예약하지 않아 버스 티켓은 매진. 우리 같은 한국인 일행을 만났는데, 어제 와서 버스 티켓이 없어 할수없이 하룻밤 묶었노라며, 그 일행은 준비없던 1박에 초췌해진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마을이 너무 맘에 들어 여차하면 형태가 묶고 있는 Hostel Postel에서 하룻밤 자고 가자며 아주 편안한 마음이 되어 이것저것 시켜 먹고 맥주까지 한 잔했다.
2008년 8월3일(일) 오후 5시, 인포센터에서...
이제 슬슬 가야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인포센터에서는 기차 티켓이 있는지는 확인이 안된다고 했다. 기차역까지는 택씨를 불러 가야한다. 약 10분 정도 거리. 인포센터를 통해 택씨를 불러,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택씨 기사에게 트레인스테이션!을 외치고 달렸다. 우리 돈으로 만원 정도 나온다. 우린 셋이니깐 그 돈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
기차역.
기차 티켓이 있느냐가 관건. 기차표마저 매진이라면 다시 택씨타고 시내로 와서 하룻밤 묶어야 한다.
대답을 기다리는 순간은 우리 셋다 모두 정적이다. 쓰리 티켓?이라고 묻는 역무원이 고마워 죽을 지경이다. 순간 우리는 맥이 풀려, 기차역 앞의 조그만 가게에서 네스티를 사 먹으며, 오늘 이렇게 우연찮게 일행을 만나 이 모험을 함께 한 것에 대해서 서로에게 너무 고마워했다.
이렇게 고생을 함께 했던 은림, 윤희와는 빈의 벨베데레 미술관에서 조우했다. 어찌나 반갑던지. 체스키에서 헤어졌던 형태와는 두 번 만났다. 한번은 베니스 기차역에서 한 3분 스쳐지나갔고 - 난, 내려가던 중이었고, 형태는 올라가던 중이었다 - 파리에서는 같은 민박집에서 만났다. 둘이 얼마나 배를 잡고 웃었던지.... ㅎㅎ
여행지에서의 사람들과의 우연찮은 만남은 참 반갑다.
체스키크롬몰로브 기차역. 여길 또 언제 와 보랴. 기차는 여기저길 들르고, 멈춰서느라 버스보다 오래 걸린다. 기차역이 시내에서 떨어져 있어 사람들은 거의 기차를 안 탄다.
난, 이 기차가 너무나 좋았다. 낡고 먼지가 뽀얗게 앉은 의자. 빨간색 모자를 쓰고 마치 이제 막 여권을 검사를 할 것 같은 무섭게 생긴, 영어가 아닌 낯선 언어를 쏟아내는 역무원. 내 머릿속에 있는 동유럽다운 딱딱하고 무서운 표정의... 방송에서는 계속 낯선 언어가 나오고, 난, 순간 여기가 어디인지 머리가 멍해지고, 내가 지금 있는 곳이 고등학교 사회과부도 속 세계지도에서 어디인지를 생각하며 아득해진다. 낯선 이 공간, 낯선 이 언어, 낯선 이 공기... 이 낯섬 때문에 나는 이렇게 여행을 떠나나 보다. 그게 너무 사랑스러워서 덜커덩거리는 기차 안에서 친구에게 편지를 썼다.
여긴 체코. Czech Republic.
낯선 공기의 낯선 내음. 동영상은 그걸 담을 순 없지만.... 그러니깐 여긴 체코라는 나라, 이름도 알 수 없는 어떤 마을. 그게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