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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다Ronda, 헤밍웨이 대신 만난 박민규 - 스페인 안달루시아 넷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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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중순.

우리는 세비야Sevilla에서 버스를 타고 론다Ronda로 간다. 세비야의 버스터미널에서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하는 아침.

 

 

 

 

 

 

Restaurant Flores, 1919.

론다에서는 푹 쉬고 책을 읽으면 좋겠다. 여긴 좁고 조용한 마을이다. 10월. 이제 그늘로 들어가면 춥다. 쌀쌀한 가을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다. 네르하에서는 해수욕을 하고 싶었는데 못하겠구나.

1919년 만들어졌다는 레스토랑에서 여유 있는 점심... 정말 맛있었다. 론다는 대도시가 아니어서 그런지 호텔도 레스토랑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수준도 높았다.

 

 

 

 

 

 

 

 

투우박물관도 지나치고, 헤밍웨이가 산책했다는 협곡 사이에 난 작은 길도 지나치고, 나는 그냥 조용한 마을길을 따라 걷고, 론다의 명물인 누에보 다리에 서서 한참 좁고 깊은 협곡을 바라본다.

 

 

 

협곡을 가로지르는 누에보 다리.

 

 

 

 

 

 

 

 

 

다리 위에서 협곡을 아래로 내려다보면 아주 까마득한데, 겁도 없는 선배는 아주 신났다.

 

 

 

 

 

 

협곡 밑에서 올려다 본 풍경들.

 

 

 

 

다리를 천천히 건너, 마을 길을 천천히 산책했다.

오전 수업을 마친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거리의 연주자는 기타를 연주한다. 나른한 가운데 길거리에 앉아 잠시 꾸벅꾸벅 졸아도 본다.

 

 

 

 

 

 

선배는 이 기타 연주가 마음에 들었는지, CD를 샀다.

 

 

 

호텔로 들어와 낮잠을 자고, 내내 책을 읽다.

세비야의 민박집에서 빌려왔던 박민규의 책을 다 읽었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5시간.

 

후배가 이 책에 대해서 "흠... 나쁘진 않아..."라고 말한 뉘앙스를 알겠다. 서사에는 강력하고 절박한 슬픔이 있지만 자꾸 중간중간에 설교하는 듯한 태도가 지루하다. 

지독히도 못 생긴 여자가 사회적으로 격리되고 비난받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불편한 미의식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끔찍하게 못생겼다고 멸시와 조롱을 넘어 '비난'까지 받아온 20대의 그녀는 한국을 도망치듯 떠나, 10년의 세월이 흐른 뒤 이렇게 말한다.

"이제는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다른 여자들이 모두 함께 늙어가고 있기 때문에 비슷해져가고 있다고..." 늙으면 다 비슷비슷하다. 못생길 것도 없고, 아름다울 것도 없고, 그냥 늙은 것이다. 못생긴 그녀에게는 늙어가는 것이 그래서 다행이다.

무엇보다도 표지가 인상적이다.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그림을 표지로 썼다. 저 못생긴 난쟁이 여자, 때문일 것이다.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 있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 내가 보았던 시녀들의 그림과 그 이야기에 관한 글은 여길 클릭.

 

 

 

 

론다에서 먹고 자고 책을 읽고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숙소가 그래도 될 정도로 너무 좋았다. 론다의 숙소는 넓고 깔끔했다. 3인에 75유로. Ronda Hotel Po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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