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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보낸 오후: 100년 전의 대구를 걸으며..

낯선 곳에서 놀기/우리나라 좋은나라

by sundayeunah 2017. 7. 24.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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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때문에 대구에 간 김에 오전에 일을 마치고 오후에 대구를 돌아보았다. 

대구에 가면 어딜 가야하나, 하고 검색을 해 보니 "대구 당일치기 여행" 키워드가 많다. 나에게 대구는 덥기만 하고 왠지 공해가 심할 것만 같은 산업 도시의 이미지가 강한데 어느 사이 먹고 걷는 여행지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도시가 된 것 같다. 대구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한 것은 KTX의 힘이 크다. 수서에서 기차 타고 1시간 30분만에 도착해 깜짝 놀랐다. 

이제 대구는 군산과 전주에 이어,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뚜벅이들의 여행지. 먹고 걷기에 좋은 여행지인 것 같다. 

나는 오후 밖에 시간이 없어 먹는 건 빼고 걷기만 해 보았다.  



대구 지하철. 내가 탔던 노선은 지하 노선이 아니어서 지하철이라 부르긴 그렇지만, 아무튼 스크린도어가 낮고 열차량이 몇개 되지 않아 앙증맞고 귀엽다.

게다가 무인이다(앞에 기관사가 없다). 게다가 역사에 큰 스탠드 선풍기가 있다. 덥긴 더운 동네인가 보다.  







대구 근대골목투어. 

대구에는 근대 문화유산이 많은데 대구시가 5개의 코스로 근대골목투어길을 조성해 놓았다. 시작점만 잘 찾으면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혼자서도 잘 찾아다닐 수 있다. 관련 사이트 

나는 청라언덕에서 시작해 3.1운동 만세운동길을 거쳐 이상화 고택과 서상돈 고택을 함께 돌아볼 수 있는 제2코스를 택했다. 





시작은 청라언덕과 동산병원에서 시작. 대구 기독교 역사의 시작점 같은 곳이다.

대구는 우리나라 초기 기독교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도시다. 미국 북장로교가 우리나라로 선교사를 보낼 때 서울에는 언더우드, 평양에는 마펫, 대구는 베어드 선교사를 보냈다. 1893년 베어드가 대구에서 첫 선교 활동을 시작했고, 그의 처남 제임스 애덤스 선교사 부부, 존슨 선교사 등이 의료 선교를 시작했다. 1899년 문을 연 대구 최초의 서양의학병원인 제중원이 바로 현재 있는 동산병원의 모태이다. (관련글)

제중원은 1905년에는 총 진료건수가 3천 여 건에 이를 정도로 북적였다. 그러나 절대적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가 있었으니 바로 나병환자들. 1908년 어느 날 젊은 스님이 존슨을 찾아왔다고 한다. 그는 손가락 발가락이 다 떨어져 나간 증세가 심한 나병환자로 존슨에게 자기의 병을 고쳐줄 수 없다면 차라리 죽여 달라고 호소하였다고 한다. 이후 존슨은 나병환자를 대상으로 의료사역을 시작했고 존슨의 뒤를 이어 플레쳐와 베일리 선교사 부부 등이 나병환자 보호소를 운영했다. 베일리 선교사 부부는 수용만 하는 나병환자 보호소가 아니라 현재 수용하고 있는 인원보다 10배가 많은 100명의 나병환자를 입원 치료하여 사회로 복귀시킬 수 있는 병원을 놓고 지을 땅과 건물을 달라고 기도했고 영국 어느 독지가의 후원으로 5천 달러를 기부 받아 병원을 세웠다. 현재까지 한센병(구 나병) 환자들의 치료 및 쉼터로 운영되고 있는 대구 애락원의 시작이었다. (관련글)



스윗스 선교사 주택


100여 년 전에 지어진 이 주택은 현재는 선교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초기 선교사들의 사진과 이야기가 흥미롭다.  






100년 전 사람들이 본 성경.




선교사들의 활동. 

완고하고 봉건적인 양반을 전도하기 위해서 양반을 높은 곳으로 앉히고 올려다보면서 말씀을 전했다 한다.





언덕을 지나면 보이는 3.1운동 만세길. 좁은 이 계단길을 가득 메웠을 사람들과 태극기의 행렬을 상상해본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인 이상화(1901-1943)의 고택.

고택을 가는 길에는 빼앗길 들에도 봄은 오는가 시가 담벼락에 쓰여져 있다. 






이상화 시인의 집.

깨끗한 툇마루에 잠시 앉아 휴식. 










바로 옆에는 조선 말기의 기업인이자 관료, 독립운동가였던 서상돈 선생(1851-1913)의 고택과 대구 지역에서 활동했던 근대 문인과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는 근대문화체험관 계산예가도 둘러 볼 수 있다. 대구는 이상화, 이장희, 현진건, 이육사, 백기만 등 문인들이 탄생한 곳이다. 


대구의 명물 김광석 다시그리기길

쇠락해가던 좁은 시장 뒷길을 김광석이 어린 시절 잠시잠깐 대구에서 살았다는 사실을 가지고 김광석 다시그리기길로 스토리텔링했다. 김광석의 노래가 흐르고, 김광석의 벽화가 있고, 김광석의 시구 같은 노랫말이 벽에 쓰여져 있다. 반대편은 테라스가 있는 예쁜 까페, 노점 먹거리들이 있다. 사람들은 모두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길을 가로막고 사진을 찍는다. 











 

김광석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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