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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 (1) 수피댄스에 대한 단상 - 터키 여행 다섯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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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여행 5일차 - 이스탄불 첫날, 수피댄스

 

수피댄스란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은 터키에 1년 정도 살았던 후배를 통해서였다. 내가 터키를 간다니깐 수피댄스를 한번 보라고 권해 주었다.

 

수피댄스는 SEMA CEREMONY라고 불리는 이슬람 종교 의식이다. 콘야 지방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Mevlana 종파에서 신과의 합일을 이루기 위한 의식이었다. 주류 이슬람은 아니고, 일종의 이단으로 받아들여졌던 때도 있었던 모양인데 지금은 터키의 전통 춤 혹은 전통 의식의 하나로 문화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춤이다.

 

 

 

엄격한 율법주의, 그에 따른 무수히 많은 dos and dont's가 강조되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주류 이슬람과는 다른 방식으로 신과의 개인적인 교제와 합일의 갈망이 이 춤을 통해서 표현된다고 한다. 춤을 추는 자는, 하늘을 향해 손을 뻗은 채, 약 1시간을 내내 빙빙 돈다. 정말 1시간을 내내 빙빙 돈다. 이제는 '문화' 공연으로 하고 있었다지만 나에게는 단순한 문화공연으로만 보여지지는 않았다. 그건 일종의 예배다.

 

도대체 그게 뭔가 했던 아빠에게, 이 한 시간의 공연이 불편하셨던 것 같다.  

아무 말씀도 없으시더니 공연이 끝나자 정말로 엄격한 표정으로 나에게 묻는다.

"너는 감동이 있었니?"

나도 이 지역의 문화니 어쩌니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없었다"고...

 

나에게 그 춤은 문화로 받아들여지기 이전에 너무나 영적인 예배 같았다. 하지만, 형식은 영적인 예배이되, 춤을 추는 사람들은 공연을 하고 있는, 영혼 없는 예배 같은 느낌이었다. 즉, 이도 저도 아닌 게 되어 버린 것이다. 아빠 또한 이 공연을 나처럼 문화로 받아들이지 않고 영적인 의식으로 받아들였던 것이 분명하다. 

 

같이 앉아 공연을 보던, 베르사체 옷을 휘감고 우아하게 보석 파우치를 들고 있던 이탈리안 분위기가 물씬 나는 귀부인과 그 귀부인을 에스코트하던, 마찬가지로 우아하기 짝이 없는 노신사는 고상하게 앉아 그 공연을 하나의 문화 공연으로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도, 그렇게 도는 데도 어지럽지 않다니, 장인의 서커스를 보고 있는 심정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와 아빠는 그게 되질 않았다.

 

공연의 감동을 묻는 아빠의 엄숙한 표정에서 나는 아빠의 어떤 알 수 없는 현명한 기운에 할말을 잃었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유를 설명할 순 없지만, 그 엄격함은 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 세상 속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아빠가 갈고 닦아 왔을 가장으로서의 어떤 촉 같은 지혜와 현명함이 아닐까 생각이 되었다.

 

밤은 깊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

아빠도 나도 말이 없고, 엄마는 우리 둘 사이에서 눈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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