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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HESUS에서 만난 바울 - 터키여행 넷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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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여행 4일차 - 에페소 EPHESUS

 

 

나는 웬일인지 에베소에서 자꾸 눈물이 났다.

 

나도 예전에는 에베소에 가면 에베소 교회가 있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은 그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에베소에는 에베소 교회가 없다. 바울의 편지, 에베소서를 받았던 그 에베소 교회 성도도 지금은 없다.

유적지에는 큰 관심도 흥미도 없던 나다. 폼페이에서도 그랬고 로마에서도 그랬다.

예전에 에베소를 다녀와서 툴툴거렸던 친구의 불만불평도 생각났다. 하긴 그 친구는 땡볕에 15분을 걸어 이미 마음이 상했던 터에, 터키 사람들의 유물을 복원하는 방식 - 앞에는 탑인데 뒷 부분은 그냥 턱하니 시멘트로 발라 버렸다며 -에 엄청 격분하며 에베소에 대한 좋지 못한 첫인상을 나에게 안겨 주었다.  

 

 

 

 

 

 

 

그런데도 나는 자꾸 에베소에서 눈물이 났다.

 

다른 유적지와 달리, 길의 모양이 그대로 살아 있는 Marble Road(대리석 길), Curetes Street(쿠레테 거리)를 걸으며, 그리고 그 길 양 옆에 세워진 화려한 돌기둥들을 보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그 길을 걸으면서, 아마도 미칠 것 같은 심정으로 이 도시를 찾고 또 이 도시를 걸어다녔을 바울의 형상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때 시대에, 길가의 가로등이 있을 정도로 화려함을 자랑했다는 에베소. 아르테미스(아데나) 여신의 상이 도시 전체를 가득 채우고 심지어 20m 규모의 124개 기둥이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아르테미스 신전을 가지고 있던 도시. 다산의 상징으로 20개가 넘는 유방을 가지고 있는 여신을 섬기는 도시답게 음란함과 음욕이 지배했던 도시였다.

 

항구에서 도시로 연결될 소나무길.

 

 

항구에 도착해 도시로 이어진 소나무길을 걸어 들어오면, 2만5천명을 수용했다는 엄청난 규모의 대극장이 도시의 위용을 말해줬을 것이다. 그 으리으리한 도시를 들어서며 느꼈을 안타깝고 서글펐을 것 같은 바울의 심정이 되어 본다. 

 

 

대극장과 그 앞의 시장을 지나면 바로 유곽이 있다. 선원들은 그 곳에서 오래 참아왔던 욕구를 풀었을 것이다. 바울 또한, House of Pleasure라 불리웠던 그 유곽 앞에서 아마도 호객 행위의 대상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 앞에서는 12,000여 권의 장서가 보관돼 있던 셀서스 도서관Celsus Library이 있다. 인간의 가장 최고의 지혜, 철학자들과 논리학자들과 수학자들의 지혜가 담긴 곳이다. 최고 시민으로서의 에베소 시민들의 자부심은 하늘을 찔렀을 것이다.

 

 



부자들은 그들만의 고급 주택가 지구에서 그들만의 호화 주택을 짓고 온갖 예술품들을 사 모아 부를 자랑했을 것이다. 호화로운 공중 목욕탕에서 우아하게 시류와 철학에 대해 토론을 벌였을 것이다.

 

나는 자꾸, 에베소를 그냥 에베소로 보지 못하고, 대도시 에베소에 도착했던 바울의 심정이 된다.

 

바울이 걸었던 길을, 바울의 심정이 되어 걸어본다. 로마 시민권자로 세상의 지혜와 권력의 맛을 일정 정도는 아는 바울이다. 그러다가 예수님을 만났다. 복음을 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 선교여행을 다녔다. 괜히 무위도식한다는 말 나오는 게 싫어서 그 누구의 도움이 없이 혼자 자기 생계를 자기가 책임지며 사람을 모으고 교회를 세웠다.

배신 당해서, 또는 내 마음을 몰라줘서, 때로는 하나님 안의 동역자들과의 만남과 이별 때문에, 또는 양들이 각각 제 갈길로 흩어져서, 바울은 참 많이도 울었을 것이다.

어쩌면 오늘 본 그 Odeon에서 1,500명을 앞에 두고, 또는 대극장에서 25,000명을 앞에 두고, 재판을 받았을 지도 모른다. 아데미 신상을 만드는 자들이 바울을 고소했고, 바울은 자, 우리 오늘 변론해 보자, 며 그가 아는 예수를 전하면서 조목조목 반박하고 오히려 싸움을 걸었다. 때로는 매를 맞고, 때로는 옥에 갇히고 그 가운데 찬양하며 옥문이 열리는 기적도 체험했다.

 

스토리가 없는 유적이란 건 얼마나 헛된 것인가. 나는 이 곳에서 자꾸 바울이 되는 바람에, 돌 무더기 하나하나, 길 하나하나, 건물 하나하나가 예사롭게 스쳐 지나가 지질 않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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