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 카스트 <왜 사랑인줄 몰랐을까>
제목은 참 소프트하다. <우리는 정말 사랑했을까>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등 알랭 드 보퉁의 책 제목이 연상돼 그와 비슷한 류의 소설책이나 에세이라고 착각했는데, 아니다. 이 책은 <섹스와 사랑에 대한 과학적 실험들>과 같은 제목이 더 어울리는 책이다.
심리학과 생물학을 전공한 이 책의 저자는 여러가지 재밌는 실험과 관찰을 통해 사랑에 대한 비밀, 또는 사랑에 대해 경험적으로 알고 있던 사실들에 재미있는 해석을 부여한다. 전제는 이렇다.
우리는 원시의 본능을 가지고 있다.
여성과 남성의 섹스와 사랑은 생물학적으로 우월한 유전자를 전파시키고자 하는 투쟁의 과정이다.
몇 가지 흥미로운 실험들.
1. 외모와 만남의 상관관계 및 콩깍지
출연자:
A그룹 남자, A그룹 남자에게 제공된 사진, A그룹 남자들에게 전화한 여성들, 제 3자
B그룹 남자, B그룹 남자에게 제공된 사진, B그룹 남자들에게 전화한 여성들, 제 3
결론:
외모는 만남 초기에는 특히 중요하다!
그리고 눈에 콩깍지가 쓰여 상대가 똑똑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면 그 상대는 정말 그렇게 행동하게 된다!
2. 그럼 어떤 외모가 매력적인가?
출연자: 남성, 배란기의 여성, 배란기가 아닌 여성
결론:
당연히 남성은 여성적인 여성을 선호했지만,
여성은 남성적인 남성이 아니라 희안하게도 여성적-소위 중성적 외모를 선호했다.
필자는 원시시대의 가치와 본능이 우리에게 내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며 이를 해석한다. 여성은 돌아다니고 나몰라라 내팽개치는 남성이 아니라 가족을 부양하고 아이를 함께 양육하는 남성, 돌봄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남성을 더 선호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중성적 외모 선호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재밌는 사실은 배란기에는 여성이 다른 선택을 한다는 사실이다.
우락부락한 남성적 외모를 더 선호한다는 건데, 우수하고 강인한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서라는 것이 이 생물학자의 해석.
가정은 따뜻한 남자와 일구고, 애는 야성적인 남자에게서 낳겠다는 것. 원시시대를 살아남으면서 한편으로는 강하고 튼튼한 유전자를 번식시키겠다는 눈물겨운 여성의 삶.. 이다.
이 밖에 재미있는 실험들로 가득 차 있다. 남성의 생물학적 본능을 보여주는 – 여자들이 미소만 지어도 자기를 좋아하는지 알고 침을 질질 흘린다거나, 남자는 정말 육체의 노예^^구나 생각하게 하는 – 여러 사례가 나온다.
이 책을 읽는 여자 입장에서는
“흠, 이 세상에 제대로 된 남자는 없구나”,
“결혼하고 바람 안 피는 남편을 기대하는 건 어려운 것일까” 등을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행복한 가정을 지키기 위한 여러 가지 팁을 소개하며 이렇게 위로한다.
육체적인 쾌락? 너무 중요하다. 하지만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일상생활 속의 스킨쉽이다.
손을 잡는 것, 머리를 쓰다듬는 것, 등을 다독이는 것, 암튼 그 어떤 사소한 스킨쉽이라도 자주자주 대화를 할 때마다 일상적으로 일어나야 한다는 거다. 백번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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