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이날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그러니깐 나는 이날 하루동안 엄청나게 울었고, 폭풍의 언덕을 생각했고, 3년 전 친구에게 선물받은 5파운드짜리 bill을 여기에 놓고 왔고, 많은 생각을 했고, 맛있는 음식을 혼자 먹었고, 미친듯한 바람을 맞았고, 아무 준비와 정보 없이 되는대로 막 돌아다녔고, 4명의 친구에게 엽서를 썼고, 과거의 나를 만났다.
나에겐 런던에서 살았던 2명의 친구가 있다. 그들 중 한 명은 여기에 가라고 했고, 나머지 한명은 런던에서 살았음에도 여기가 어딘지 몰랐다.
하루쯤은 런던 교외를 가고 싶었다. 캠브리지와 옥스포드를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내가 그 대학을 지금 갈 것도 아닌데, 내가 그곳에서 나의 꿈과 목표를 다시 한번 되잡아야 하는 고등학생도 아닌데, 굳이 거기를 가고 싶은 마음이 별로 들지가 않았다.
누군가는 코츠월드를 가라고 했다. 사진으로 보니 예뻤다. 가 본 사람들이 좋다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냥 나는, 나를 아는 누군가가 내가 가면 좋을 것 같다는 그 곳을 그냥 가 보고 싶었다. 민박집에서 만난 사람들이 거길 도대체 뭐 볼 것이 있어서 가느냐고 안타까워했다. 맞다. 그렇다. 그러나 나는 너무나 좋았다. 얼마나 좋았느냐면 나중에 또 가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나중에 또 가면 여길 가야지 하고 리스트업을 해 놓을 정도로 좋았다. 나의 기억을 묻고 와서 좋았고, 묻었던 기억을 파낼 수 있어서 좋았다. 이건 정말 너무도 개인적인 여행이어서 좋았다.
2008년 8월 1일 금요일
빅토리아 스테이션 오전 8시 20분.
창구 직원은 Staff in training이었다.
창구 앞에는
Staff in training
Your paitence appreciated
라고 쓰여 있었다. 뒤에는 가르치는 직원이 무서운 얼굴로 앉아 있다. 오, 내가 어려운 고객이긴 했다. 카드로 한다고 했다가 다시 현금으로 한다고 했다가, 알고보니 5분 뒤 떠나는 기차를 타야 하는 고객..? 직원의 손이 바르르 떨리며 뭐라고 설명을 하려는데 뒤에 앉은 가르치는 직원이 하도 답답한 나머지 나서서 나한테 말한다. 9번 플랫폼에서 타야 하고 너 빨리 가야해 지금! 5분 뒤 출발하는 기차란 말이야.
난 그냥 고맙다고 하고 뒤돌아섰지만, 음, 미처 그 직원에게 하지 못했던 말이 아쉬웠다. 걱정마... 그리고 고마워... 나도 어딜 가면 Your patience appreciated야. 나도 영어 대따 못하거든. 그래서 너의 영어 정도는 내가 충분히 appreciated할 수 있다구!
5분 남았다는 소리에 커피도 없이 기차를 탔다.
기차는 무슨 문제가 있는지 계속 출발할 생각을 안하더니, 결국은 다른 기차를 타야 한다며 차장이 우리를 안내한다. 나를 비롯, 제 3국에서 온 것 같아서 불안한 시선을 교환하는 사람들은, 그러니깐 Paitence appreciated한 우리들은 차장의 안내를 따라 다른 플랫폼으로 간다. 우리는 서로 계속 불안해서, 난 롸이 가는데 넌 어딜 가니? 너도 거길 가니? 그럼 우리 같은 방향인 거지? 이런 말을 주고받으며 위안 받으며 차장을 따라 간다. 그리고 드디어 열차는 출발한다. 망할, 커피도 없이...
영국의 기차..
교회 지붕 꼭대기에서 내려와
교회 근처, 오래된 무덤과, 조용한 골목길을 돌아다닌다.
이 조용한 마을에는 오직 바람, 바람, 바람 뿐이다. 그리고 갈매기 울음소리.
메인 요리로 시킨 가정식 스테이크.
아무리 내가 런던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런던에서 머문 내내 사실 나는 샌드위치 종류를 제외하고는 그닥, 영, 좀, 암튼 그랬다. 하지만 먹을만은 하다. (음식은 역시 파리이긴 했다)
여기가 유니온 인.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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