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멕시코] 뉴욕에서 만난 멕시코

낯선 곳에서 놀기/2004 멕시코~멕시코~

by sundayeunah 2008. 6. 30. 17:46

본문

 

 

여덟째 날.

 

비행기가 뉴욕 JFK 공항을 향해 뚝뚝 떨어지는 순간, 조금 있으면 여기가 멕시코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주 실감하리라 확신한다.

멕시코에 있을 때, 아, 여기가 정말 멕시코구나, 라고 언제 실감하게 됐는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깐꾼은 미국의 일부이며, 마야와 아즈텍은 멕시코 과거의 일부다. 나는 멕시코의 과거를 보러 왔다가 현재를 사는 이 사람들의 모습에 따뜻함을 느끼고 간다.

비행기가 무사히 착륙을 하자 멕시칸들이 박수를 친다. 하하하. 레이첼과 나는 세뇨리따를 외치던 멕시칸 남자들의 그 휘파람 소리를 떠올리며 또 다시 웃는다.

 

멕시코시티 고원과의 기압 차이 때문인지, 뉴욕의 공기는 너무 무겁다. 오늘이 MoMA 휴관일만 아니라면 오늘 MoMA를 들렀다 끊어놓았던 오페라 공연을 보고 바로 밤차로 토론토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다. 뉴욕도서관에서 숨을 고르며 시간을 보내다 저녁에 오페라 공연을 보다.

 

탄호이저. 7시30분 공연이 12시가 다 되어 끝났다.
역시 메트로폴리탄, 하드웨어 끝내준다. 무대고 의상이고 역시 돈은 들이면 티가 난다. 스크립트도 좌석 바로 앞에서 나온다.

소프트웨어 측면을 보자면, 음, 난 바그너 오페라를 들은 적이 없어서 이렇게 종교적인 내용인줄 몰랐다. 소설이든 영화든 줄거리에 집착하는 나는, 머리 꼭대기를 좌르륵 울리는 소름끼치는 순간도 없는 5시간 짜리 공연을 보면서 솔직히 두어 번 정도 몸이 뒤틀렸다. 이런 데서 내가 좋아하는 오페라를 들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내가 산 티켓은 단돈 27달러. 뉴욕 사람들은 분명 행복하다.

 

 

 

 

뉴욕에서 맞는 마지막 아침. 나는 오늘 하루종일 모마에서 시간을 보낸 후 밤차를 타고 다시 토론토로 돌아간다.

아침을 먹으러 간 카페에서 점원이 내게 묻는다. 체게바라 얼굴이 선명히 박혀 있는 그 귀걸이 어디서 났느냐고. 멕시코 여행길에 샀다고 하니까 자기 고향이 멕시코라며 그런 거 같아 물어봤단다.

 

 

 


옆의 다른 점원이 어디 어디 갔었느냐고 묻는다. 그리고는 어디 어디도 갔었어야 했다고, 나중에 거기 꼭 가보라고 참견한다. 돈을 거슬러 주던 아줌마는 멕시코, 멕시코를 흥얼거리며 무슨 노래를 한다. 보아하니 그 카페의 점원들은 모두 멕시칸인 것 같다. 나는 커피와 에그롤을 받아 들면서 나도 모르게, 그라시아스, 라고 인사를 했다.

나는 정말, 멕시코에 있었구나. 기압 차이 때문인지 머리가 멍하고 모든 것이 아득한 나는, 나도 모르게 내 입 밖에 튀어나온 그 한 마디와 아직도 찌그러져 펴 지지 않는 멕시코시티 산 물통을 바라보면서, 내가 정말 멕시코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하는 것이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