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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멕시코시티 - 소치밀꼬

낯선 곳에서 놀기/2004 멕시코~멕시코~

by sundayeunah 2008. 6. 1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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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밀꼬

뭐랄까, 멕시코 여행이 마지막을 향해가서 그런지, 아니면 멕시코에 살던 선배와 오랜만에 회포를 풀고 싶었지만 불의의 택시 강도로 선배가 하루종일 경찰서를 쫓아다니느라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것이 아쉬워서 그런지, 또는 여행지에서의 센치함에 새삼스레 아무렇지도 않다고 여겨졌던 예전 일들이 스물스물 떠올라 나를 괴롭혀서 그런지, 소치밀꼬로 가는 길은 뭔가 마음이 쓸쓸했다. 눈이 아플 정도로 쨍한 햇살이나,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웬지 모르게 슬퍼 보였다. 모두들 겉은 웃고 있지만 제각기 알 수 없는 인생의 짐들을 한 짐 짊어지고 다니는 것 같이 느껴졌던 것 같다. 저 고통을 누가 알랴, 혼자 잡념이 많은 거다.  


소치밀꼬는 멕시코시티 근교의, 멕시코인들이 많이 오는 일종의 유원지이다.

멕시코 현지 주민과 함께 갔다면 지하철을 타고 가면 되는 위치이지만, 여행객 두 명의 여자에게 지하철은 너무 위험하다. 그래서 그냥 호텔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갔다. 왕복 8만원.
 
우리는 둘다 그날 다 왜 그리 우울한 기분이이었는지 둘다 신명이 나지 않았다. 거기까지 갔는데도 배를 탈까 말까 고민까지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냥 타자...  


사람을 모았다가 가는 줄 알았는데 우리 둘이 탄 배를 사공이 그냥 몬다. 뱃놀이 좋지 뭘.

우리 같은 관광객은 별로 눈에 띄지도 않는다. 멕시코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보낸다는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싸 가지고 온 소풍 도시락을 펼쳐놓고 먹는 가족들로 다른 배들은 북적북적하다. 지나가는 배를 불러 우리도 맥주를 한 병씩 사 마신다. 마리아치를 태운 배가 지나가자, 할아버지부터 꼬마까지 마리아치의 노래를 막 따라 부른다. 멕시코는 가난한 사람이나 부유한 사람이나 가슴속에 낭만을 가지고 산다는 가이드의 말이 떠올랐다.

그러다 그만, 후둑, 하고 눈물이 확 쏟아진다.
이런 주책을 봤나. 레이첼에게 들키지 말아야지 하고 있는데, 뒤에서 레이첼이 그런다. 은아야, 갑자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니? 뒤를 돌아보니 언니 눈이 벌겋다. 그치, 언니?

 

 

왜 이 선배가 6개월을 예정하고 왔다가 이렇게 4년 넘게 여기 살고 있는지 약간은 이해를 할 것 같다. 우리는 왜 갑자기 서글픈 심정이 되었는지 알지 못한 채, 시끄럽게 법석대는 뱃놀이 와중에, 그냥 그렇게 훌쩍거렸다. 마음이 참 따뜻해지면서, 무작정 거무스레한 이 사람들이 좋아지는, 이 멕시코의 풍경에, 목청껏 뽑아올리는 마리아치의 노래에 그냥 마음이 참 뜨거워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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