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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hesus에페소에서 만난 요한 - 터키 여행 넷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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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여행 4일차 - 에페소 성 요한교회

 

전날 파묵칼레 일정이 너무 힘들어서 느지막히 아침에 일어나 호텔에서 아침을 먹었다. 

오늘은 주일이다. 사실 나 혼자 다니는 여행에서는 혼자 묵상하는 것으로 예배를 많이 걸렀는데, 이번은 엄마, 아빠와 함께 하는 여행이다 보니, 그래도 예배를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방법이 딱히 생각나진 않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아침을 먹고 혼자 산책을 나가셨던 아빠가 갑자기 들어오시며 빨리 준비하고 나오란다. 호텔의 빈 회의실에서 주일 예배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성지순례 여행팀을 발견했다며 빨리 나오라고 재촉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는 젖은 머리도 말리지 못하고 화장도 못 한채 뛰쳐 나갔다. 

10여 명이 빈 회의실에 앉아 예배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찬양을 몇 곡하고, 마침 함께 하셨던 목사님의 말씀을 들으며 주일 예배를 그렇게 마무리했다. 감사함으로 시작한 하루.

 

 

 

 

 

 

택씨를 타고 20여 분 거리의 에페소에 간다. 오늘 에페소 여행을 끝내고 이스탄불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모두 가지고 나왔다. 짐을 어디에 맡기고 다녀야 하는데, 마침 오늘은 주일이라 짐을 맡아주는 기차역 데스크가 문을 열지 않았다고 택시 기사인 레바나가 말한다.

어떡해야 하지? 난감해하고 있는데 마침 레바나가 호의를 베푼다. 기차역 근처에 목욕탕을 하는 자기 친구가 있는데 그 곳에 짐을 맡길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아 주었다.  감사해라. 짐을 맡기고 홀가분한 마음이 되어 에페소 유적지를 거닐었다. (관련 포스트)

 

 

우리가 짐을 맡겼던 목욕탕~ 5리라의 친절을 베풀어주신 착한 주인장이 운영하는 기찻길옆 동네 목욕탕이다.

 

 

 

시내로 나와, 성 요한교회를 찾아간다. St. John Church.

 

예수님이 그 어머니를 부탁했던 제자 요한은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를 모시고, 이 곳에 머물렀다고 한다. 그래서 근처에 마리아의 집도 있다.

 

사도요한은 요한복음을, 바로 이 곳, 에베소에서 썼다.

 

그 당시, 이미 예수님의 생애를 기록한 마태복음, 누가복음, 마가복음이 씌여져 사람들 사이에 읽히고 있었다. 마태복음은 예수님의 세리 제자인 마태가 세무 공무원답게 꼼꼼하게 메모를 많이 해 둔 자료를 바탕으로 기록했다고 보고 있고, 마가복음은 베드로의 믿음의 아들인 마가가 베드로에게 들어서 예수님의 생애를 기록했다고 한다. 누가복음은 유대인이 아닌 이방인이자 의사인 누가가 사도들에게서 듣고, 여러가지 자료를 조사해 연구해 쓴 것이라고 한다. 예수님의 사랑했던 제자인 요한은, 이들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을 보고 가급적 이 세 복음서에 없는 내용을 기록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요한복음의 90%가 이 세 복음서에 없는 내용이다. (내용 참조: 어? 성경이 읽어지네)

이 곳 에베소에서, 예수님의 생애를 어떻게 기록할까, 기도하고 고심하며 본인이 경험하고 알게 된 예수의 삶을 묵상하고 기록하기 시작하는 늙은 요한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는 예수에 대해 이렇게 존재론적으로 정의합니다. 거창하게 깊은 숨을 들이켰다가 내쉬는 듯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말투로 이렇게 말합니다(즉, 요한복음의 처음을 이렇게 시작합니다). '태초에 하나님의 말씀이 계셨습니다.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이 곧 하나님이십니다... 이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셨는데 독생자의 영광으로 거하셨습니다" (어? 성격이 읽어지네, p.224)

 

사도요한이 어디서 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사도요한의 무덤이 있다.   

 

 

 

 

 

사도요한의 무덤 자리에 6세기의 유스티아누스 황제가 지금의 모습으로, 아니 무너지기 전 모습으로 크게 교회를 지었다. 죽은 베드로를 기리는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인 셈이다. 지금은 모두 무너져 벽과 일부 기둥만 남았다.

 

요한은 이곳 에베소에서 바울을 만났을까? 시기를 가늠해 보지 않아 모르겠다. 시기가 겹치지 않아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또는 바울이 이 곳에서 복음을 전하며 교회를 세우고 있다는 이야기를 소문으로만 전해 들었을수도 있고, 혹은 직접 만났을지도 모른다. 만났다 하더라도, 같은 하나님의 일을 한다고 해서, 꼭 둘이 얼싸안고 반가워했을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겠다. 모를 일이다.

 

 

 

 

 

 

 

 

무너진 사도 요한의 교회에 마주한 것은, 무너지지 않고 여전히 건재한 16세기에 만들어진 이자베이 사원(ISA BEY MOSQUE)이다. 사원에서는 오늘도 여전히 예배가 드려지고 있을 것이다. 1천5백년 전의 터키와 현재의 터키의 모습을 함께 보여준다. 

 

 

 

 

교회에서 바라본 전경

 

 

 

택씨 기사의 친구가 운영하는 기차역 옆 목욕탕에 들러 짐을 찾고, 기차역 바로 앞에 있는 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 그리고 달착지근한 것들을 먹는다.

날도 좋고 카페의 넓은 정원에 앉아 여유를 즐기고 있자니, 엄마도 아빠도 기분이 좋아 보인다.

 

우리가 성 요한 교회에 있는 동안만 한국인을 가득 태운 40인승 관광 버스가 3팀이 다녀갔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사진을 팡팡 찍고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3팀은 따로따로 왔다 갔다. 우리는 바위에 앉아 바람을 맞으며 그네들이 버스를 내렸다 오르는 것을 구경했다. 우리는 대형버스가 없어 시내까지 슬슬 걸어내려가야 했지만, 나는 엄마, 아빠와 여유있게 다닐 수 있어서 좋았다. 엄마, 아빠도 기분이 좋아 보여 너무 다행이었다.

 

  

 

 

 

 

우리는 1시간 정도 기차를 타고  이즈미르IZMIR  공항으로 가서, 다시 1시간 정도의 국내선을 타고 이스탄불로 도착할 예정이다.

 

 

기차 삵은 불과 1인 당 4리라. 우리 돈으로 3천원이 안된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것이라 가격이 저렴하지만 대신에 시설은 나빠서 좀 힘은 들 것이라고 택씨기사였던 레바나가 그런다.

알고 보니 지정좌석제가 아닌 자유좌석제. 마침 휴일이라 그런지 기차는 만원이다. 우리도 낑낑 짐을 들고 문가에 서서 1시간을 달린다. 사람이 빼곡한데, 간식거리를 파는 청년은 참 용케도 큰 짐을 들고 요리조리 사람을 빠져나간다. 기차 밖의 풍경을 보며 가다보니 1시간이 금방 갔다.

 

 

 

 

 

 

 

 

 

 

 

이즈미르 공항에서 이스탄불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이스탄불, 여행의 마지막 도착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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