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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펐던 파묵칼레에서의 하루 - 터키 여행 셋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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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여행 3일차 - 파묵칼레 PAMUKKALE

 

 

일정을 짜면서 제일 고민스러웠 곳이 여기였다. 석회암으로 만들어진 절벽이 장관이라고 하는데, 그 곳을 가는 길은 험난했다. 부모님을 고려하면, 나는 돈이 더 들더라도 국내선을 타고 이동하고 싶었는데 카파도키아에서 파묵칼레로 가는 비행기는 없다. 10시간 버스를 타고 달려야 한다.

 

1인당 45리라. 우리 돈 약 3만원 티켓의 버스가 10시간을 밤새 달린다. 새벽에 낯선 곳에서 내려 숙소도 없이 반나절 일정. 얼마나 어설플 것인가? 게대가 새벽에는 중간에 버스를 내려 셔틀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곳이다. 얼마나 어설플 것인가? 그래도 터키까지 왔는데 놓치긴 싫어서 무리해서 파묵칼레 일정을 넣었다. 되돌아보면, 거기서 1박을 하고 느긋하게 수영도 하고 놀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렇지 않은 반나절 일정은 별로였던 것 같다. (새로운 것을 보기 좋아하는 아빠는 나와는 의견이 다를 수 있겠지만...)

 

 

버스는 운전기사를 제외하고도 2명의 승무원이 더 탄다.

 

그의 이름은 무스타파였다. 그 승무원 청년는 때로는 자리가 없어서 서서 가기도 하고, 손님이 내려 잠시 빈 자리가 생기면 그 자리에 앉기도 했다. 잠시 그 자리에 앉을 때는 머리를 90도로 꺾고 정신없이 잤다. 그러다가도 차에 불이 켜지면 눈을 번쩍 뜨고 몸을 일으켜 이 정류소에서 내려야 하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깨웠다. 그는 어느 승객이 어느 역에서 내리는지를 정리한 서류를 가지고 있다.  데니즐리라고 추정되는 어느 길가에서, 나와 같은 파묵칼레 행 승객들이 내렸다. 조금 있으면 도착할 작은 셔틀버스가 나를 파묵칼레로 데려다 줄 것이라고, 만나서 반가웠다고 의례적인 작별인사를 하는 키가 무척 작은 무스타파에게, 나는 고맙다고 take care하라고 인사했다. 의례적이지 않게 들렸으면 했지만, 의례적으로 들렸을 것이다. 나는 자꾸 이 곳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복음의 빚진 자와 같은 심정이 된다.

 

 

나는 별로 자연경관에 큰 감흥을 못 느끼는 사람인 건지? 어제 카파도키아에서 그렇게 많은 협곡과 봉우리와 기암절벽을 보아서 그런지 파묵칼레의 석회 절벽은 나에게는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차라리 수영복을 가지고 와서 로마 시대에 만들어졌다는 로마 욕장에서 수영이나 하면 모를까... 우리는 반나절만을 체류할 생각에 그런 준비는 미처 하지 않았다.

  

 

 

 

 

 

 

 

 

 

 

 

아빠의 넘치는 호기심과 용기는 여기서도 어김없다.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길을 놔두고, 굳이 저 멀리 꼭대기 위험천만한 길을 발굴해 그 꼭대기에 올라가신다.  

 

 

 

 

 

아빠아... 아니 도대체 저길 어떻게 올라가셨담... 엄마랑 내가 입을 떡 벌리고 있는 사이, 관리인의 호루라기 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식겁했을 관리인이 내려가라고 호루라기를 삐익삐익 분다. 아빠도 알았다고.. 알았다고 ..하시며 험난한 석회 비탈길을 내려오신다. 아이 참, 저 길이 얼마나 미끄러운데.. 보는 엄마랑 내가 온 몸이 다 미끄럽다.

 

 

 

 

 

여기는 일종의 로마 유적지이기도 하다. 석회암 절벽을 올라서면 폐허로 남아 있는 로마 유적지가 보인다. 우리는 더운 낮에 거기를 서성거리다 내려와 한국 음식을 파는 식당에 들어가 비빔국수를 먹었다.

 

 

 

 

 

 

 

 

 

 

 

 

또 뭔가 탐구 중인 우리 아빠...

 

 

 

저 멀리 상념에 잠겨 있는 우리 아빠...

(여행을 다니면서 나는 아빠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빔국수를 먹은 한국 음식점. 그런대로 먹을 만은 했다. 우리는 오후 4시 버스를 타고 이제 3시간을 달려 쿠사다이로 갈 것이다. 쿠사다이로 가는 이유는 에페소를 가기 위해서이고 굳이 에페소에 숙소를 잡지 않았던 것은 거기는 제대로 된 호텔이 없기 때문이라는 여행사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쿠사다이에서 에페소까지는 차로 약 20분 거리다.

 

 

 

밤차로 시작됐던 어설펐던 하루 일정이 끝나간다.

쿠사다이의 숙소에서 밥을 먹고 아마도 푹 쉬게 될 것이다. 나한테도 피곤했던 일정인데, 엄마, 아빠도 얼마나 피곤했을까. 터프했던 일정이 끝나서인지, 아니면 지난 3일 동안 엄마 아빠와 함께 하는 여행에 적응이 되어서인지, 부모님과 여행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걱정해 주었던 우려는 사라지고 이제 마냥 편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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