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여름. 워싱턴.
전쟁에 대한 기억.
링컨기념관을 들렀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가로등도 없는 숲길에 유일하게 불빛이 있어 찾아간 곳이 Vietnam War Memorial의 한 부분이다. 전화번호부 같은 것이 펼쳐져 있는데 전쟁에서 사망한 사람이 이름이 깨알처럼 적혀있다. 순간 가슴이 뭉클하다. 전쟁의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죽은 사람들은 그야말로 rank and file일 뿐이다. 동작동 국립묘지에도 이런 게 있겠지만 단단히 결심하지 않는 한, 내 평생 그걸 볼 기회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여기서는 조깅하다, 산책하다 이런 것을 만날 수 있다.
그래도 한국 사람인지라, Korean War Memorial에 잠시 들렀는데, 정말 기분이 꿀꿀해졌다. 이 사람들, 한국의 밭고랑 비슷한 것을 넘어가는, 겁에 잔뜩 질린 미군의 모습을 동상으로 세워놓았는데 그 표정 때문에 갑자기 전쟁이 실감나게 느껴진다.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다. Our nation honors, her sons and daughters who answered the call to defend a country they never knew and a people they never met.
삐딱선
최고재판소 건물.
백악관 앞.
내가 만난 링컨.
링컨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미국 사람들의 링컨에 대한 애정은 좀 특별한 것 같다. 링컨이 저격 당했던 Ford Theatre에서, 그때 당시를 설명하며 거의 목이 메이는 안내 직원의 설명을 들으면서, 그리고 Lincoln Memorial에서 링컨의 어록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링컨이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것이었다. 초대 대통령인 워싱턴의 동상을 미국 여행 내내 징글징글하게 봤지만, 링컨은 아주 다른 방식으로 특별했다.
Lincoln Memorial에서.
만지지 마시오에만 익숙한 내가 아닌가. 만지라길래 한번 만져봤는데, 음, 정말 살아있는 사람의 손을 잡는 느낌. 사람들이 하도 만져서 손과 무릎이 반질반질하다. 많은 것들이 링컨을 가깝게 느끼도록 만든다.
Museum of Fine Art in Boston.
(그때 당시의 나의 낡은 여행용 시계도 눈에 아련...)
[미국 동부] 휴식 같은 2004년 보스톤 (0) | 2008.07.22 |
---|---|
[미국 동부] 2004년 뉴욕에서의 일주일 (0) | 2008.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