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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파도키아 괴뢰메 (1) - 터키 여행 첫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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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하던 한 달 휴가. 그 중에서 터키 여행을 생각했던 것은 엄마, 아빠 때문이었다.

가이드가 딸린 오붓하고 안락한, 그러나 바쁘게 관광지를 점핑하는 그런 방식의 여행이 아니면서, 낯선 언어를 쓰는 낯선 곳으로 엄마, 아빠를 놓아두고 싶었다. 엄마, 아빠는 배낭여행의 기억이 없는 세대다. 왠지 그런 자유로움을 드리고 싶었다. 내가 살면서 언제 이런 터프한 여행을 엄마, 아빠와 해 보랴, 이제 결혼을 하게 되고 아이를 갖게 되면 편안한 동남아 휴양지나 제주도, 혹은 가이드가 딸린 유럽 여행을 선물 마냥 드릴 수는 있겠지만, 딸래미와 함께 하는 자유로운 여행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이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이왕이면 하나님을 믿는 엄마, 아빠가 좋아할 여행지를 꼽다보니 터키가 눈에 들어왔다. 나 또한 처음인 동네다.

 

약 열흘 동안을 엄마, 아빠와 터키를 다니며, 나는 아빠가 이런 호기심 많고 자유분방한 캐릭터인지, 처음 알게 되었다. 내가 경험한 아빠로서의 모습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누군가의 아빠로서가 아니라 자연인으로서의 아빠를 보는 것은 그야말로 새로운 경험이었다. 엄마는 아마도 이미 알고 있었을, 그러나 나는 처음 경험한 아빠... 그게 새롭고, 괜시리 미안하고, 그리고 고마웠던...

 

 

엄마, 아빠와 함께 하는 여행이다 보니, 일정은 큰 고민 없이 호텔팩을 꾸려준 여행사에서 꾸려준 대로 한다. 8박9일의 여정.

이스탄불 in 하자마자 터키 국내선을 타고 카파도키아(1박 2일 후 야간 버스를 타고 파묵칼레로 이동. 비행기를 타고 싶었으나 교통편이 버스 외에는 없다) 

파묵칼레(주간 여행 후 버스 타고 에페소로 이동 후 1박) 

에페소 (주간 여행 후 에페소에서 비행기를 타고 이스탄불로 이동) 

이스탄불 (느긋한 3박 후 한국으로).

 

 

터키 여행 1일차. 카파도키아.

인천에서 밤비행기를 타고 새벽에 이스탄불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카파도키아 행 국내선으로 갈아타 한 시간 남짓 후 카파도키아에 도착한다. 택시를 타고 숙소로 향하는 터키는 참 낯설고 황량하다. 

 

 

 

 

 

 

 

 

 


카파도키아에서는 동굴 호텔이 유명하다. 여행사에서 예약해 준 곳도 Travellers Cave Hotel.

전망도 너무 좋고 한국인 스탭이 있어 너무 편안했다. 카파도키아에서 만난 한 한국인 여행자도 이 호텔에서 묶고 싶었다고 했는데, 예약이 다 차 있었다며, 우리가 거기서 묶는다니까 부러워했다. 사람들이 일부러 이 호텔에 와서 사진도 찍고 간다.

 

 

 

 

 

 



호텔에서 본 전경

 

 

 

 

 

 

요 밑에가 우리 방이잖아.. 이러면서 신기해 하시는 엄마, 아빠.

 

 

 

 

 

숙소에 짐을 풀고, 근처에 있는 괴뢰메 야외 박물관으로 간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자연적으로 생성된 굴들을 이용한 거대한 교회이자 수도원이었다. 그야말로 종교의 시대였던 11-12세기, 은둔형 수도자들과 수녀들이 이곳 광야의 한 가운데 굴에 기거하며 수도했다. 어마어마한 개수의 교회들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일부가 보존되어 개방되어 있다.

 

저 굴들이 모두 교회들이자, 수도자들의 숙소들이었다.

 

 

 

 

 

 

 

 

 

은둔형 구도자들이 모여 있는 이 곳에서는 이집트 광야에서 60년을 살았다는 어느 성인을 기리는 벽화가 있다.

나는 고원의 한 가운데 서서, 천년 전에, 하나님을 만나겠다고 이 광야로 들어와 굴을 파고, 기도하고 살았던 그 사람들의 신앙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는 동의되지 않는 방법이기는 하지만, 그 사람들은 그런 방식으로 하나님을 만나길 간절히 원했을 것이고, 아마도 그 간절함 만큼 하나님을 만났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나님을 만나는 방법은 한 가지 방법만이 있는 것이 아니니깐...

 

 

 

 

 

 

점심을 먹고, 택씨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에 고원의 석양을 보는 3시간 일정의 '로즈투어'를 갈까 생각했었는데, 밤 비행기를 타고 새벽부터 돌아다닌 터에 너무 피곤하다. 다들 잠시 쉰다는 것을 그 다음날 새벽까지 내내 자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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