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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꼽는,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환상의 커플, 인현왕후의 남자

속에서 놀기/영화와 음악 속에서 놀기

by sundayeunah 2013. 5. 24.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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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2006년.

난생 처음 드라마 폐인이란 것이 되어, 디씨인사이드 갤러리 같은 곳을 돌아다니며 횽님, 닥본사, 짤방이란 단어에 익숙해지기 시작함과 동시에, 본방을 사수할 때면 항상 갤러리에 들어가 중계방송 식으로 감상평을 달아가며 드라마를 보고, 인터넷 다시보기도 여러 번...

연말 드라마 시상식에서는 드라마에 나왔던 이 커플이 커플상을 받아야 한다며, 지인들의 주민번호로 여러 번 투표해 가며, 숨 죽여 가면서 결과를 보았던 기억이 난다.

 

나를 드라마 폐인으로 만들었던 드라마.

 

1. 환상의 커플


 

 

오지호가 분한 장철수는 남해의 조그마한 건업사 - 싱크대도 고치고 조명도 달고 수선도 하고 이것저것 몸으로 하는 돈이 되는 일은 다 한다 - 자영업자로 나오고, 한예슬은 국내의 유명 리조트를 소유한 미국 기반의 부동산 대재벌로 나온다. 한예슬이 기억상실에 걸리면서 오지호와 엮이게 되는 이야기다.

대사 하나하나,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너무 절묘하고 기가 막혀서 보는 내내 혼자 키득거리게 만드는 드라마였다.

 

한예슬이 연기한 안나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면서 어릴 때부터 큰 부자로 자라 사람들 속에서 떠받듬을 받으며 살아가지만 자신의 돈을 더 사랑하는 주위 사람들로 인해 마음의 문을 닫고, 기고만장, 천상천하 유아독존이 따로 없는 독한 캐릭터.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어린이들!.." 이라고 부른다던지, 강아지 이름이 있는데도 "야.. 개!" 이렇게 부르는 게 그녀의 캐릭터다. 기억은 잃었음에도 캐릭터는 살아 있어 기억도 돈도 없으면서 기고만장이 하늘을 찌른다.

 

막걸리, 짜장면, 고스톱 등 하하하 웃음이 나면서도 막판에는 눈물까지 찔끔거리게 만드는 재밌는 에피소드들이 많다.

 

드라마 촬영지는 남해. 주인공들이 전혀 사투리를 쓰지 않는 점이 좀 우습긴 하지만, 덕분에 남해에는 드라마 촬영장이었던 '장철수의 집'이 관광 명소가 되었다. 배경이 되었던 리조트는 남해힐튼이었을 것이다.

 

핵심은 내가 활동했던 디씨인사이드 환상의 커플 갤러리다.

나는 당시 여길 처음 들어가봤다. 오랜만에 들어가보니 놀랍게도 아직도, 여전히, 사람들이 환상의 커플을 부르짖으며 글을 올리고 있다. (5월 들어서만 20개 이상의 글이 올랐다... 드라마가 끝난 지 6년이 지났는데...)

지금까지 무려 60만 건의 글이 올랐는데, 그 옛날 글들을 뒤적여, 드라마 출연자들이 이 갤러리에 들어가 쓴 글들의 링크까지 정리된 글도 있다. 그때 갤러리에서 남해 촬영지로 음식 싸 들고 응원 간다고 사람들을 모집하고, 돈을 모았는데 - 히힛 - 그 소식을 듣고 잘 다녀오시라고 고맙다고 작가가 올린 글도 있다.

맞다... 그때 그랬었지.. 한때 갤러리 폐인이었던 나는 기억이 새록새록....

 

 

환상의 커플 작가, 소위 홍자매 (홍정은, 홍미란). 이들은 홍씨 진짜 자매로 유명한 작품들이 많다. 지금 보니 2011년 차승원, 공효진의 최고의 사랑도 이들의 작품이다.

최고의 사랑은, 내가 최근에 본 드라마가 아니었다면 내 인생 넘버투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가 될 뻔 했는데...

홍자매의 작품 관련 포스팅

 

 

2. 인현왕후의 남자

 

내가 새삼스럽게 문득 드라마 폐인 시절을 떠올리게 된 이유는, 바로 요 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 때문이다. 

 

2012년 상반기에 tvN에서 방영했다. 나는 그때 못 봤다. 케이블TV에서 하는 드라마에 익숙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다가 우연찮게 채널 돌리다가 잠깐 보게 되었는데, 어머 줄거리가 궁금하다.. 하면서 인터넷을 뒤져 리뷰 글을 샅샅이 찾아보고, 그 다음엔 IP TV 다시 보기를 통해서 1.2배속으로 보았다가, 보고 싶은 장면만 다시 골라 보았다가, 처음부터 다시 1배속으로... 이렇게 정주행 역주행을 반복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일주일 내내 푹 파묻혀 지낸 꼴이 되었다.

 

지현우와 유인나. 보는 내내 미소가 절로 지어지고 사랑스럽고, 어쩜 저렇게 통곡하고 오열하는 연기까지 잘 한단 말인가. 둘을 아주 다시 보게 되었다.

 

숙종 시대의 킹카 선비인 지현우는 우연히 손에 넣은 부적을 통해 죽을 위기에 처해 있을 때마다 300년 뒤인 이 시대로 타임슬립을 하게 되고, 그때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무명 배우 생활을 오래 한 끝에 지금은 인현왕후 역으로 첫 주연작을 연기하고 있는 유인나를 계속 마주치게 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요게 메인 포스터보다 이 드라마의 이야기를 더욱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


 

 

부적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그들은 기억을 잃었다가, 또는 두 번의 기억을 가진 두 번의 인생을 다시 살다가, 또는 아예 서로를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가, 또는 과거가 뒤바뀌었다가, 아무튼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지는 사랑 이야기다. 두 배우의 달달한 눈빛 연기하며, 그 이해가 되는 오열과 통곡하며, 조연들의 맛깔스러운 연기하며, 정말 보면 볼 수록 또 보고 싶은 드라마다. (나도 눈물이 찔끔 났다...)

 

300년을 사이에 두고, 같은 공간이되 다른 시간에 있는 이들...

 

 

알고 보니, 감독이 김병수 감독이다. 순풍 산부인과, 왠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거침없이 하이킥을 만든 한국 시트콤의 대가. 작가는 송재정 작가. 김병수 감독과 이 작품들을 함께 했다. 최근의 히트작인 나인까지 모두 김병수, 송재정 콤비의 작품. 아하, 그렇구나,가 절로 나온다. 관련 정보.

 

 

요 드라마의 하일라이트는 또 있다.

 

드라마를 보면서 나는 내내, 저것이 바로 사랑하는 사람들끼리의 눈길이란 말이지... 하면서, 아주 그냥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눈길이네.. 했는데.

 

드라마의 종방 팬미팅 때 지현우가 유인나에게 "많이 좋아한다"고 고백을 한 것이다.

작년에 뉴스를 들었을 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말았는데, 이 드라마를 보고 둘의 사랑스러움에 홀딱 빠진 나는 바로 고백 영상을 찾아 다시보기를 했고, 지현우의 고백에 박수를 보내게 되었다.

나는, 유인나를 당황케 했다는 둥, 군대 가기 직전에 고백이란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냐는 둥 그때 당시의 부정적인 의견들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팬의 입장이 되어 버렸다. 아니, 내가 생각하기에는! 둘이 사귀는 거냐고 팬미팅 현장에서 팬이 물어보는데, (그땐 아직 안 사귀는 거긴 하지만) 안 사귑니다, 이렇게 대답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해 준 게, 오히려 용기 있고 멋져 보였다. 둘은 이후 사귀기 시작했고, 지현우를 군대를 갔다. 뭐, 여전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고백영상

 

 

유인나의 '일종의' 고백 답 영상 (당시 라디오 디제이였던 유인나가 청취자에게 밝힌~)

 

 

 

하하하, 아유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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