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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파리 2일째: 그냥 걷기, 샹제리제 거리와 마레 지구, 그리고 퐁네프의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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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21일
파리 2일째, 여기는 샹젤리제 거리


파리는 로맨틱하다.
도로는 넓고, 가로수는 풍성하며, 게다가 가을이다.

파리 이틀째,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자라에 들러 옷을 산 것이다.

아직 8월인데 벌써 여긴 가을.

여름 옷들만을 가져온 나에게 파리의 공기는 너무 추워서 나는 샹젤리제 거리의 옷가게들을 기웃거리다 마침 자라ZARA를 발견하고는-맥도날드를 발견한 익숙함으로- 스웨터와 여름 원피스에도 받쳐 입을 수 있는 레깅스를 샀다.

 

 

그리고는 샹제리제 거리Avenue des Campas-Elysee를 걸었다.













점심은 신선한 샌드위치로...













그리고는 샹제리제 거리의 끝에 있는 개선문을 향해 뚜벅뚜벅.









 



 



여긴 마레 지구.

 

 

 

 

 

 

 

 

Opera National de Pairs Bastille바스티유 오페라에서 오페라를 보고 싶었지만, 9월 8일에 오픈한다 한다. 나는 아쉬운 마음에 그 근처의 마레 지구를 그냥 걸어다녔다. 보쥬 광장과 까르나발레 박물관을 거쳐 담쟁이 덩쿨이 소박한 박물관과 집들의 정원을 훔쳐보니, 누군가의 연애편지를 훔쳐보는 기분이 든다. 런던을 정말 사랑하는 나이지만, 런던과는 다른 파리 만의 로맨틱함이 뭔지 알 것 같다.

 

 

 

 

 

긴 여행 끝에 낡아 버린 신발을 버리고, 마레지구의 어느 신발 가게에서 14유로를 주고 새로운 신발을 사 신었다. 버렸던 신발은 선배가 유럽 여행 중에 샀던 신발이었고 무척 편하고 예쁘다며 다시 돌려보낸다는 심정으로 나에게 준 것이었다. 그 신발의 태생이 중국인지, 방글라데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신발은 유럽에서 누군가에게 팔려 한참을 사용되었다가 한국에 건나와, 다시 유럽에서 수명을 다했다.

새로 산 이 신발은 아직 나에게 있다. 유럽 태생. 물 건너 와, 한국에서 사용중이다.

 

 

 

 

새 신발을 신고, 또 걷는다. 마레 지구. 여행책자는 왜 지역도 아니고 왜 지구라고 부르는지? 홍대와 삼청동과 인사동을 떠올리며 나는 흥얼거리면서 이 길을 걷는다. 중간에 누군가는 나에게 말을 시키기도 하고, 동행을 하자고도 하는데, 나는 영 내키질 않는다.  

 

 

 

 

 

 

 

 

 

 

 

 

 

 

 

 

마지막 여행지라 생각하니, 짐 걱정도 없이 물건을 척척 사게 된다. 나는 길 가다 보이는 저 상점에 들어가, 나무로 된 여행용 자그마한 가방을 샀다. 17유로가 붙어 있는 바로 저 가방이, 지금 내 방에서 나의 여행 기록과, 엽서들과, 부치지 못한 편지들과, 여행 기록을 빼곡히 담은 노트들과, 사용하지 못한 지폐들을 담고 있다.

 

 

 

 

 

 

 

 

 

 

 

 

강변을 내려다보며 잠시 넋을 놓고 있는데 어디선가 피아노 소리와 함께 샹송 합창 소리가 들린다. 밑을 보니, 사람들이 2-30명 모여서 샹송을 합창하고 있다. 이런...

 

 

 

 

 

 

 

 

 

 

숙소에 들어가 저녁을 먹고, 숙소에서 담합한- 그래봤자 다들 오늘 처음 보는 7명이 한 뜻이 되어, 와인을 사 들고 세느 강변길에 출동했다. 여행자들의 호기로, 우리는 센 강변에서 와인을 홀짝거렸고, 바람이 무척 시원했다.

 

 

 

 

 

 

 

 

 

 

참, 격세지감, 세대차이를 느꼈던 것이, 같이 갔던 7명의 상당수가 영화 퐁네프의 연인을 모른다. 퐁네프의 연인을 모른 채, 여기 퐁네프의 다리 밑에서 와인을 마시는 것이 나로서는 참 이해가 되질 않지만, 그네들은 그걸 알기에는 너무 젊었다.

나는 그 영화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대학로 지하의 어느 퀴퀴한 그때 당시에 유행했던 시네마떼끄를 찾아 들어가 그 남자 배우가 나왔던 '나쁜 피'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 영화는 불행히도 퐁네프의 연인 만큼 인상적이지는 않았지만, 난 의미를 찾는 척 했고, 뭔가 감동받은 척 했었던 것 같다. 그게 아마 94년, 혹은 95년 일이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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