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한도전 광팬이다.
일이 있어서 못 보면 토요일 밤 늦게라도 다시보기로 무한도전을 본다. 시청율이 떨어지네 어쩌네 할 때도 난 항상 무한도전을 봤고, 무한도전이 예전같지 않다는 사람들에게 프로그램이란 업앤다운이 있는 거라고 좀 기다려 달라고 지지를 요구했었다. (했었다,라고 하지만, 이건 현재진행형이다. 난 여전히 그런다)
엊그제도 무한도전을 못 봐서 다시보기로 무한도전을 봤다. You&Me Concert. 빅뱅의 뮤직비디오도 너무 기대하고 있었고, 그들의 연주도 고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한도전에 그 내용이 쏙 빠져 있었다. 이상했다. 그래서 게시판에 들어가 봤다.
이런 글들이 올라와 있었다.
알고보니, You&Me Concert 다음날인 12월26일부터 제작진이 MBC 파업에 참여했고, 그래서 할 수 없이 윗선에 마지막 편집을 맡겼고, 그래서 그렇게 이상하게 나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파업이 끝나기 전에는 새로운 무한도전을 볼 수 없다는 것.
그나마 관련기사
그 글들을 보고,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우선, 김태호 PD에게 여러 생각이 들었다.
1. 그래도 CP에 넘긴 그 편집에 당신의 생각이 반영되었지요?
CP가 바본가? 콘서트의 하일라이트는 빅뱅 뮤직비디오 패러디다. 그리고 3개월을 연습한 6명 무한도전 멤버의 연주다. 그런데 그 두 가지가 쏙 빠져있다. 바보가 아닌 이상은 그걸 함부로 뺄 순 없다.
그 아까운 장면들은 나중을 기약하고픈 김태호 PD의 언질이 없었다면 함부로 뺄 순 없는 노릇이다. 공들였던 만큼, 그건 본인이 직접 하고 싶었을 거다. 충분히 이해한다. 그리고 100번 찬성이다. 나도 그 황금같은 장면을 어설프게 보고 싶지 않다. 당신의 손으로 그걸을 최대한 살려 우리에게 보여달라. 그 부분은 당신을 지지한다. 그러니 더 이상 그걸 편집한 사람이 개콘 PD니, 외주제작자여서 그러니 어쩌니 이러면서 함부로 욕하진 말자. (참 많은 말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무한도전 팬들이여 우린 그러진 말자)
2. 하지만 나는 김태호PD 당신의 결정이 의아하다. 나는 콘서트에는 가지 못했지만 그 만큼의 기대를 가지고 TV앞에 앉아 있었다.
나는 항상, 나라면...이렇게 고민한다. 나라면..... 참 어려웠을 거다. 그것도 인정한다. 그래서 이건 비난이 아니다. 누가 누굴 비난하겠는가. 나라도 머리가 복잡하고 어떤게 맞는건지 모른다.
하지만, 우선 한 가지만 묻고 싶은게, 만약 파업에 참여하기로 했던게 25일이었다면 어땠을까? 25일, 콘서트에 온 수많은 사람들을 눈 앞에 두고 그렇게 손을 놓을 수 있었을까? 아마 아니었을거다. 콘서트에 동참한 1천명, 또는 2천명-나는 정확한 인원수는 모른다-을 놓고 아마 그렇게 손을 놓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그렇다면, TV앞에 앉아 있던 나와 같은 사람들을 왜 콘서트에 동참했던 사람들과 같은 비중으로 생각해 주지 않았을까. 나는 비록 콘서트에는 가지는 못했지만 콘서트에 갔던 1천명, 또는 2천명의 사람과 똑같은 마음으로 TV앞에 앉아 있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을 그 1천명과 똑같다고 생각해 주지 그랬나. 그랬더라도 그렇게 손을 놓고 있었겠느냐 말이다. 그게 아쉽다. 그래서 사람들이 차라리 결방을 하지 그랬느냐고 외치는 것이다.
물론, 결방은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안다. 그래서 이런 결과가 났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 게 미안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당신을 다그치는 건, 파업에 참여해 마지막 순간에 편집에서 손을 놓았던 데 사용됐던 그 엄청난 용기가 결방일까 아닐까에 연동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파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당신에게 그런 용기까지를 기대했었다는 말을 하면 당신에게 너무 상처가 될까....
이젠 파업 이야기를 하고 싶다.
도대체 파업을 왜 하느냐를 검색했더니 제대로 된 답변이 안 뜬다.
우쒸. 아나운서들이 거리 집회를 한다, 뭐 이런 사진들만 도배되어 있다. 인터넷이 있어도 참 소용없다, 싶다.
검색하기도 귀찮아, 정치적인 성향이 확연히 다른, 나름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두 친구에게 "교차"로 물어봤다. 진보적인 성향이 강했던 친구는 너무 단호한 말만 했다. 그리고 반대의 극에 있는 친구와의 100분의 전화 통화 끝에 (대기업이 지상파를 가질수 있다는 거야? 우리가 생각하는 공정성은 모야? 시청율 전성시대인거야? PD들이 그렇게 공정하지가 않아서 민영 자본을 끌여들어 시청율에 좌지우지되는 민영 방송이 그렇게 필요한거야? 등등) 헷갈린 결론을 얻었다.
암튼 지금 이슈는...
그동안 신문과 방송의 교차 소유가 허용되지 않았었는데, 이번에 이 법안으로 신문과 방송을 함께 소유할 수 있게 되면 신문사들이(예를 들면 조중동, 30%를) 방송사들을 탐낸다, 이게 요지다. 대기업도 20%를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잘 정리된 블로그 글 <고재열의 독설닷컴>
나는 그래서 어머, 예를 들면 삼성이 돌려돌려 50%를 소유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고 내 친구는 대기업이 미쳤나, 돈도 안되는 방송사를 왜 소유하겠느냐는 거다. 그리고 파업에 동참한 MBC 직원들 입장에서는 "그럼 그 핵심 타겟은 아마 MBC가 될 것"이다다.
친구와의 통화결과, 나는 언론학을 전공했음에도 공정성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이 뿌리깊었음을 알았다. 친구는 말했다. PD들은 싸가지가 없어 공정성에 대한 검증도 없이 그냥 편파적으로 자기 생각을 막 드러낸다고. 예를 들면 KBS 사장이, 이건 참여연대를 취재해서 해 보지...이래도 막무가내로 양측에 대한 취재도 안 하고 자기 맘대로 말도 안되는 것을 마구 올린다고. 아마 그 PD는 정말 말도 안되는 것을 올렸나 보다. 참여연대 취재도 안하고 말이다.
친구는 그랬다.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시장(시청율)이 그 "싸가지 없는"(공정성에 대한 고려는 털끝만치도 없는) 그 PD들을 "응징-이건 내 표현이다"할 것이라고. 친구는 또 그랬다. 현재 MBC 뉴스에 대한 시청율이 떨어지고 있는건 그 만큼 MBC가 불공정하다는 것의 반증이라고.
음, 형식적인 공정성은 필요하지만 결국 내용상으로는 공정성이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나에게는, 친구가 그렇게 생각하는게... 솔직히 놀라웠다. 그 친구는 나와 가장 친한 친구고, 우리는 한때 같은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근원적인 것은 이거다. 시청율은 항상 옳은 것인가. 시청율 지상주의인 케이블 TV가 그래서 양질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가. 더 근원적인 건 이거다. 친구가 보기에 MBC가 BBK 사건에서 그렇게 불공정했다는데, 내가 보기엔 잘 모르겠는거다. 이 간극을 어이할 것인가.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비록 이 이슈가 무한도전에 아주아주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 같진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불끈 일어난 그들이 고맙다. 백분토론을 위해 무한도전이 일어난 셈이다. 그게 고맙다.
태호PD 인터뷰.
MBC노동조합까페에서 퍼 왔다.
http://cafe.daum.net/saveourmbc
그리고, 1995년, 정은임 아나운서.
아나운서들이 거리로 나서서 전단지를 돌리고 파업에 참여한다니깐 나는 나도 모르게 정은임 아나운서가 떠올랐다.
그녀가 정은임의 영화음악을 처음 그만뒀던게 1995년. 나는 너무 화가 났다.
그녀가 감히 방송에 내보냈던 인터내셔널가니 임을 위한 행진곡 같은 것을, 입을 쩍 벌리며 너무 놀라서 들었던 나다.
(겨우 찾았다. 그날 방송의 인터내셔널가와 임을 위한 행진곡. 끝까지 드래그하면 나온다)
그게 너무 좋았었는데.... 그만둔게, 아니 짤린게(우린 그때 그렇게 확신했고, 지금도 그렇다) 너무 화가 나서, 나는 당시 하이텔에 만들어진 정은임 복귀 위원회 모 이런걸 가입했던 것 같다. 글도 쓰고, 화가 나서 사람도 모아보고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여러분 우리는 정은임 아나운서를 지지하는 것이지 배유정씨를 욕하는 건 아니예요, 이런 류의 글을 쓰면서 하이텔에서 만났던 나랑 생각이 비슷한 청년들과 어떻게 하면 될지를 고민했었다.
하지만 우린 방법을 몰랐다. 우린 어렸고 사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지금이라면 블로그와 커뮤니티를 만들고 그녀의 방송테입을 구해 그것을 아카이빙하면서 그녀의 목소리와 뜻이 살아있음을 알려냈겠지만, 그때는 익스플로어가 나오기도 전인 PC통신 시절이었다.
그녀는 2003년 다시 영화음악에 복귀했다가, 2004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떴다.
그녀는 참, 저돌적이었고 아름다웠다.
외모와 안 어울리게 잠바를 입고 파업을 하면서 손을 들고 운동가를 불렀고, 그랬다.
나는 지금, 무한도전으로 시작한 이 글을 그녀의 목소리로 끝맺는다. 그녀의 목소리는 여길 클릭하시라. 2003년 방송이다. 내가 좋아하는 빌리 엘리어트의 음악과 그리고 2003년 죽은 어떤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어쩜... 1994년에는 그녀의 열성팬이었건만, 2003년에는 일에 바빠 라디오를 들을 시간이 없어서 지금에서야 그녀가 영화음악에 복귀했었고 또 이런 멘트를 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게 미안하다. 지못미 같아서 미안해진다.
그리고 참으로, 정은임 아나운서, 은임 언니에게 그저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고인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그저 그녀가 저 먼 세상에서는 보다 행복했으면 하고, 여전히 History itself repeats인 현재의 모습과 겹쳐지는 것이었다.
MBC 아나운서가 추억하는 그녀.
정은임 추모사업회 홈페이지. 92년부터 95년, 그리고 2003년부터 2004년의 그녀의 방송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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