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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소설처럼 읽지 못하는 현실: 기욤뮈소 <파리의 아파트>와 스릴러 덕후의 에세이 <아무튼, 스릴러>

속에서 놀기/책 속에서 놀기

by sundayeunah 2018. 3. 22.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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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의 2017년 신작 <파리의 아파트> 책을 선물받았다. <파리의 아파트>는 초특급 베스트셀러 작가인 기욤 뮈소, 그의 책 중 내가 읽은 첫 책이었다. 

각각의 이유로 파리의 아파트를 단기 임대한 전직 형사와 어느 은둔형 소설가는 예약상의 문제로 더블 부킹이 되는 바람에 원치 않는 동거를 하게 되고, 그 아파트의 주인이었던 고인이 된 유명 화가의 숨겨진 그림에 대한 미스테리를 함께 파헤치게 되면서 끔찍한 범죄의 진실을 발견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하루에 10페이지씩, 20페이지씩 조금씩 읽다가 범죄소설 혹은 탐정소설 혹은 미스테리 스릴러가 그렇듯이 막판에는 몰아치듯 읽으며 책장을 덮으니 새벽 3시. 그날 밤 나는 잠에 들자마자 엄청난 악몽에 시달렸다.


"정유정의 <7년의 밤>도 나는 너무 힘들었어. 그 책에도 잔혹한 폭력 장면이 나오잖아" <파리의 아파트>를 읽고 아직도 생생한 악몽을 꾸었다는 내 말에 후배는 말했다. 내가 <7년의 밤>을 읽은 것이 3-4년 전이었던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주는 방식으로 복수한다는 점에서 그 두 책은 비슷한 구석이 있다. 후배와 달리 나는 그 책을 읽으며 끔찍했하게 느껴졌던 기억은 없다. 내가 그 사이 겁이 더 많아진 건지 모르겠다.



스릴러는 풍토병을 닮았다. 그 곳의 사회문화적 풍토가 특정 방식의 사건을 만들고 사건 보도를 만들고 반응을 만든다. 그리고 그런 알 만한 사건을 연상시키는 많은 소설이 태어난다. (중략) 범죄물을 즐기는 나 같은 사람의 심리란 대체로 안전에 대한 믿음으로부터 기인한다. 내가 읽는 것이 나를 위협하지 않는다는 신뢰가 없다면 읽기 어렵다 (이다혜, <아무튼, 스릴러>, 31-32p)


이다혜의 <아무튼, 스릴러>. 독서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신임자'를 맡고 있는 씨네21 기자 이다혜 작가가 스릴러 소설 덕후로서 짧은 에세이를 썼다. 그녀는 시드니 셀던, 마이클 크라이튼 등으로 시작된 스릴러 입문기부터 스릴러 소설의 중요한 요소로 손꼽히는 반전에 대한 이야기, 일상 스릴러/여성 심리 스릴러 등 분야별 특징에 대해서 스릴러 덕후다운 독서량에 기반해 재밌게 썰을 푼다. 중간중간 큭큭거리며 스릴러 혹은 범죄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가벼운 마음으로 읽다보면 어느덧 책의 끝은 논픽션, 현실 범죄에 대한 이야기에 가 있다.  

스릴러와 범죄소설의 재미는 내가 읽는 것이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라는 안전함이 있어야 하는데, <파리의 아파트>를 읽는 지금의 나는 우리 사회가 안전하다는 신뢰가 부족한 모양이다. 고작 소설일 뿐인 <파리의 아파트>가 '그것이 알고싶다'의 논픽션과 자꾸 엮이니 스릴러 소설을 휴가지 해변가의 킬링타임용으로만 즐기지 못하고 악몽을 꾸어 댄다.  


이다혜 작가는 "당신은 결국 논픽션을 읽게 되리라"고 했다. 사건을 소비하지 "않는" 방법에 매달리고 사건 뒤에 사람이 있음을 기억하는 신중함을 가지고 있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이면의 복잡한 면을 드러내는, 픽션이 담지 못하는 논픽션들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개된 책 중에서 나와는 상관 없어 보이는 먼 나라 이야기부터 시도해 볼지도 모르겠다. 




*소개된 책: 조갑제 <사형수 오휘형 이야기>, 마이클 길모어 <내 심장을 향해 쏴라>, 수 클리볼드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제임스 엘로이 <내 어둠의 근원>, 트루먼 카포티 <인 콜드 블러드>, 무라카미 하루키 <언더그라운드>, 존 크라카우어 <미줄라>

* 작은 출판사 세 곳이 힘을 모아 '아무튼'이라는 에세이 시리즈를 내는데 피트니스, 서재, 게스트하우스, 택씨 등 지금까지 10개가 나왔고 앞으로도 그 이상이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아무튼, 스릴러>와 <아무튼, 택씨>를 샀는데 손바닥만한 판형도 가볍고 내용도 독특해 나 먼저 읽고 주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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